"기차 지나는 소리도 합법?"… 겉도는 배달 오토바이 소음 단속
현행 배기 소음 허용 기준 105㏈
매년 민원 100건↑…적발은 10건
소음 기준·제도 재정비 청원 제기
"주택가 야간 환경 특성 등 고려를"

세상 돌아가는 굵직한 뉴스도 중요하지만, 당장 우리를 괴롭히는 건 신발 속에 들어간 작은 돌멩이다. '나만 예민한 건가' 싶어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 속 불편함들. 전남일보가 그 작지만 끈질긴 문제들에 현미경을 들이될 계획이다. 탁상행정이 놓친 1cm의 사각지대를 기자의 두 발로 직접 뛰며 파헤칠 예정이다. 당신의 일상을 바꾸는 작지만 확실한 공론화, '1cm의 불편' 을 연재한다.
주택가를 누비는 배달 오토바이 소음으로 시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단속 기준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행 법적 허용 기준이 기차가 지나가는 수준의 굉음까지 허용하고 있어 사실상 단속이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다.
7일 광주광역시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접수된 이륜차 소음 관련 민원은 △2023년 147건 △2024년 129건 △2025년 128건으로 매년 100건을 훌쩍 넘기고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소음 기준치를 초과해 실제 적발된 건수는 단 10건에 불과했다. 밀려드는 민원에도 불구하고 적발률이 극히 저조한 것이다.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소음 단속 기준 탓이다. 현행법상 이륜차의 배기 소음 허용 기준은 105㏈, 경적 소음은 110㏈에 달한다. 105㏈은 열차가 기찻길 옆을 통과할 때 나는 소음과 맞먹는 수치다.
환경부는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2023년 7월 1일 이후 제작된 이륜차에 한해 '출고 시 인증된 배기소음 값에 5㏈을 더한 수치'를 넘지 못하도록 제도를 개정했다. 단속 시에는 105㏈과 이 새로운 기준 중 더 낮은 수치를 적용한다. 예를 들어 배달용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PCX125' 모델의 순정 인증값은 통상 82㏈이므로, 실질적인 단속 기준은 87㏈이 된다.
하지만 일선 단속 현장에서는 이마저도 한계가 뚜렷하다고 토로한다. 자치구 관계자는 "2023년 7월 이후 제작 차량에만 새 기준이 적용되는 데다, 순정 상태의 배달용 오토바이는 5㏈의 여유치를 두면 기준을 넘기기가 사실상 어렵다"며 "경찰과 합동 단속을 나가도 체감상 소리가 커서 측정해 보면 막상 기준치 이내인 경우가 태반이고, 단속이 시작되면 오토바이들이 우회해버려 적발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기준치 이내의 합법적인(?) 소음일지라도, 야간 주택가에서 주민들이 겪는 체감 고통은 심각한 수준이다.
전날 밤 찾은 광산구 월곡동과 서구의 빌라 밀집 지역에서는 심야 시간임에도 골목을 질주하는 오토바이 굉음이 끊이지 않았다. 시동을 켠 채 대기하는 오토바이들도 쉽게 목격됐다.
주민 구모(30)씨는 "야근 후 쉬고 싶은데 늦은 밤 배달 오토바이 소리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유난히 시끄러운 오토바이 소리에 잠을 설치면 다음 날 직장 생활까지 지장을 받는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주민 이모(28)씨 역시 "가장 심한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는 오토바이 소음 때문에 창문을 열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에 주택가의 야간 환경과 저음역대의 진동 특성을 반영해 소음 기준을 대폭 낮춰야 한다는 시민들의 청원도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