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2→2-3' 판정 논란 딛은 현대캐피탈, 결말은 아쉬운 준우승

신서영 기자 2026. 4. 10.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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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 감독 / 사진=권광일 기자

[인천=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남자배구 현대캐피탈이 대한항공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필립 블랑 감독의 '심리전'은 팀의 저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현대캐피탈은 1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판 3선승제) 최종전 대한항공과 원정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3(18-25 21-25 25-19 23-25)으로 패배했다.

이로써 현대캐피탈은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정규리그를 2위(22승 14패, 승점 69)로 마쳤던 현대캐피탈은 1위 대한항공(23승 13패, 승점 69)을 상대로 마지막까지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비록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벼랑 끝에서 반등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현대캐피탈은 원정에서 열린 1, 2차전을 모두 풀세트 접전 끝에 내주며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안방에서 열린 3, 4차전을 모두 세트 스코어 3-0으로 잡아내며 승부를 최종전까지 끌고 갔다.

승리의 원동력은 '분노'였다. 현대캐피탈은 억울할 수도 있는 상황을 반등의 기회로 삼아 판을 완전히 뒤집었다.

문제 상황은 2차전 세트스코어 2-2로 맞선 5세트에서 발생했다. 현대캐피탈이 14-13으로 매치 포인트를 가져간 상황에서 레오의 서브가 사이드 라인에 걸쳐 아웃 판정을 받았다.

이에 현대캐피탈 측은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으나 결과는 뒤바뀌지 않았고, 경기는 듀스 접전 끝에 대한항공의 18-16 승리로 종료됐다.

현대캐피탈은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앞선 12-13 상황에서 대한항공 마쏘의 블로킹 역시 유사한 장면이었지만 대한항공에 유리한 인 판정이 나온 바 있어 논란은 더욱 커졌다.

경기 후 블랑 감독은 판정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현대캐피탈이 진정한 승자다. 대한항공이 모든 것에 있어 상위에 있다. 총재, 심판위원장 등 모든 사람들이 같은 굴레 안에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대한항공도 부끄러운 승리임을 알았을 것"이라고 격분했다.

현대캐피탈 구단도 연맹에 해당 상황에 대한 재판독을 요구했다. 이에 연맹은 지난 5일 사후판독 및 소청심사위원회를 개최하고 당시 상황을 재검토했으나, 논의 결과 '정독'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후에도 블랑 감독은 "우리가 비공식 우승팀"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4차전 승리 후에는 양 손으로 숫자 3과 1을 표시하며 의미심장한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언행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팀 내 결속을 끌어내는 계기가 됐다. 특히 플레이오프(PO·3전 2선승제)부터 챔피언결정까지 이어지는 강행군 속에서 체력적으로 한계에 몰렸던 현대캐피탈은 강한 동기부여를 얻게 됐다.

실제로 현대캐피탈은 판정 논란 이후 치른 3, 4차전에서 완승을 거두며 흐름을 완전히 뒤집었다. 선수단의 승부욕과 투지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홈 팬들의 응원도 힘이 됐다. 현대캐피탈의 홈에서 열린 3차전 관중석에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2차전 판정 논란을 저격한 문구였다.

1960년생 베테랑인 블랑 감독은 단기전에서 심리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지도자다. 그의 언행은 현대캐피탈 선수단을 결집시키는 한편, 대한항공을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만들었다.

그러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체력 소모가 누적된 가운데 열린 5차전에서 끝내 대한항공의 벽을 넘지 못하며 아쉬운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현대캐피탈이 보여준 저력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남자배구 사상 첫 '리버스 스윕 우승'에 도전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블랑 감독 역시 경기장 안팎으로 현대캐피탈 선수단을 결집시키는 한편, 대한항공을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만들며 베테랑 지도자다운 리더십을 보여줬다.

지난 시즌 트레블(3관왕)을 달성했던 '디펜딩 챔피언' 현대캐피탈은 2연패에는 실패했지만 여전히 강팀으로서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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