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논쟁 격화…“금융과 충돌” Vs “전통 금융 대안”
“블록체인 결제, 국제기준과 충돌” 신중론
“현 금융시스템 비효율 해소할 것” 대안론
“실증 확대하고 디지털자산기본법 처리해야”
[이데일리 정윤영 서민지 기자] 스테이블코인을 놓고 신중론과 대안론이 충돌했다. 스테이블코인이 차세대 지급결제 핵심 수단으로 떠오른 가운데 기존 금융 인프라와 충돌 가능성이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전통 금융의 대안으로서 온체인 기반 금융시스템으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기술 검증(PoC)을 병행해 나가야 한다는 학계 조언도 이어졌다.
이효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한국지급결제학회 및 디지털금융법포럼이 공동 주최한 ‘2026년 춘계 공동 학술대회’에 참석해 블록체인 기반 지급결제 시스템이 기존 금융 인프라 규율과 충돌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현행 지급결제 시스템은 국제기준(PFMI) 등 중앙화된 구조를 전제로 설계돼 있다”며 “탈중앙 구조인 블록체인에 이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결제의 ‘최종성(finality)’ 문제를 핵심 과제로 지목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1시간, 이더리움은 14분 등 블록체인 거래 기록 시점과 최종 승인 시점 간 시간 차가 존재한다”며 “거액 결제 시 이런 지연이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처리 속도와 책임 구조 역시 기존 시스템과 괴리돼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블록체인은 성능이 기존 결제망보다 낮고, 해킹이나 오류 발생 시 책임 주체도 불명확하다”며 “PFMI가 요구하는 수준의 안정성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같은 한계를 해소할 대안으로 통합 원장 기반 온체인 금융 인프라를 제시하며 시급한 전환을 촉구했다. 이어 그는 스테이블코인과 예금토큰이 공존하는 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임 교수는 “국내에서는 예금토큰이, 글로벌 거래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상대적으로 유리해 두 시장이 분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금융 안정성 리스크도 함께 짚었다. 특히 화폐 분절화와 예금 이동 가능성을 핵심 리스크로 지목했다. 법적 성격과 유동성 차이에 따라 동일한 ‘1원’이라도 질적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이 예금을 특정 발행 주체로 이동시키면서 은행 간 유동성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글로벌 지급결제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실증과 제도 정비를 병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졌다. 이병규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 이사는 “단순 결제 기능을 넘어 자산 거래와 인프라 자체가 통합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며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한 결제·청산 통합 구조가 핵심 변화”라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스테이블코인, CBDC, 예금토큰 등 다양한 수단에 대해 “하나만 살아남는 구조가 아니라 각기 다른 역할로 공존하는 보완적 관계가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아직 시작 단계”로 평가하며 “실증 테스트 기반으로 적용 모델을 검증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업자 관점에서는 글로벌 흐름에 맞춰 기술을 도입하고 실험도 해봐야 하는데 여건이 갖춰지지 않고 있다”며 디지털자산기본법 처리 지연을 우려했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스테이블코인 경쟁을 개별 코인 발행이 아니라 담보자산-발행 프로토콜-결제 비즈니스-블록체인 네트워크-유동성-애플리케이션으로 이어지는 생태계 경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한국은행의 CBDC 실험 역시 중요하다”며 “스테이블코인도 하나의 형태가 아니라 용도와 주체별로 다층적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을지로형은 B2G·기관간 거래, 판교형은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같은 B2C, 여의도형은 B2B 자본시장 거래에 강점을 가질 수 있다”며 다양한 플레이어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했다.
장희수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새로운 거래 주체로 부상할 가능성을 제기하며 “국내 지급결제 인프라도 새로운 시장 참여자의 특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미국 디지털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이 인터넷 기본 통신 규약인 ‘HTTP 402’ 개념을 활용해 인터넷 상의 결제 표준을 구현하려는 시도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기업들도 이 과정에서 어떤 위치를 점할지 고민하고 표준 구현 경쟁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기술 발전과 함께 인증, 책임소재, 거래 한도, 리스크 관리 등 제도적 쟁점 역시 선제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윤영 (young2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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