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저연차 성장 사다리 '뚝'···"신입 훈련 기회 실종, 기업위기로 돌아와"

김도영 기자 2026. 4. 1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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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터 'AI & The Future of Work' 웨비나 열어
구조조정 AI 탓 돌리는 AI워싱, 조직 내 불신 주범
과거 도제식 교육 안 통해···새로운 훈련 방식 필요
사진=생성형AI(챗GPT)

[시사저널e=김도영 기자] 인공지능(AI)으로 인해 저연차 직장인들의 성장 사다리가 끊어지며 기업의 인재 파이프 라인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AI를 핑계 삼아 구조조정, 신입 채용 감소를 정당화하는 기업들의 행태가 향후 개별 기업을 넘어 사회의 성장을 해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것이란 지적이다. 

미국 IT 리서치 기업 포레스터는 10일 'AI & The Future of Work' 웨비나 행사를 열어 AI 시대 일자리 전망과 대응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이건호 포레스터 자문위원은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업그레이드해 주는 협력의 대상이다"라며 "인간이 직업과 업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날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디"고 강조했다. 

포레스터 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까지 미국 전체 일자리의 약 6%, 즉 1040만 개의 일자리가 AI와 자동화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인간의 질문에 답변해 주는 생성형 AI에서 목표에 따라 스스로 계획하고 움직이는 에이전틱 AI의 등장으로 일각에선 이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현재 세간에 퍼져있는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식의 공포와 불안은 실상과 다르다는 게 이 자문위원의 설명이다. 

이 자문위원은 "한 직업을 구성하는 개별 Task(업무)들 중 AI로 인해 완전 자동화하는 영역은 단 3%뿐"이라며 "AI가 인간의 지적 능력을 증강시켜 주는 영역은 20%, 나머지 77%는 다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AI의 영향을 받는 것이 곧 '완전한 대체'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개별 Task 단위로 인간이 수행해야 할 영역의 비중과 역할이 조정된다는 설명이다. 

최근 기업들 사이에선 구조조정, 신입 채용 감소 등을 AI 탓으로 돌리는 'AI 워싱'이 심화하는 추세다. 재무적인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인력 효율화를 겉으로는 'AI로 인한 재편'이라는 명목상의 이유를 내세우며 AI를 방패막이로 이용하려는 것이다. 이 자문위원은 "실리콘 밸리에서 횡행했던 AI 워싱이 요즘 국내에서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워싱이 계속되면 직원들은 더는 회사를 신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에 '나도 AI로 인해서 대체되는 거 아닌가'라는 막연한 불안과 의구심들이 확산된다"며 "이것은 기업의 AI 도입을 훨씬 어렵게 하는 악순환의 주요 이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미국 악시오스가 올해 2월부터 3월 초까지 미국 Z세대 1500여 명을 상대로 AI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AI에 대해 노골적인 분노를 느낀다'고 답한 비율이 31%로 전년 대비 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AI로 인해 신입 채용 문이 닫히며 최근새 AI에 대한 비우호적인 여론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입사원이나 주니어 직원들의 커리어 사다리가 끊어지는 것도 문제다. 초안 작성, 단순 회계 처리 등 저연차들이 주로 맡아왔던 규칙 기반의 반복적인 업무들을 AI가 대체하게 되면서 기업이 신입 채용을 줄이게 됐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선 훨씬 적은 비용으로 일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AI가 보다 합리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 자문위원은 "불과 3~4년까지도 신입들이 사소한 업무들을 수행하며 실수하고 혼나기도 하면서 일에 점점 능숙해지는 과정이 있었지만 이젠 그런 훈련 과정 자체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반복적인 업무를 통해 몸소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모두 AI로 넘어가며 저연차들의 성장 경로가 차단됐다는 설명이다. 

저연차들의 성장 사다리가 부러지며 인재 파이프 라인에도 경고등이 켜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지금 당장은 부작용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도 5년, 10년 후에는 조직의 중간 레벨을 맡을 인재가 없어 기업을 넘어 사회 곳곳에서 위기가 터져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자문위원은 "기업은 AI 워싱으로 직원들을 현혹할 게 아니라 투명하게 소통하고 주니어가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경로를 만들어 줄 책임이 있다"며 "나아가 AI 도입 자체보다는 사람이 AI와 함께 일하는 방식을 설계하는 것에 훨씬 더 많은 에너지와 돈을 투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입 교육 방법에 대해서는 'AI를 통해 구조화한 멘토링 시스템'을 제시했다. 이 자문위원은 "AI가 교육 초안을 내면 이를 주니어가 검토하고 시니어가 피드백하는 방식의 사이클을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순환근무를 통해 AI가 각 맥락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교육시키고 화사 차원에서 'AI 협력 능력'을 정식 교육 시스템에 넣어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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