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핫스팟] 젠슨 황 '독점 거품' 찌른 짐 켈러의 치명적 반격
엔비디아 고비용 구조의 틈
텐스토렌트 조립식 칩 반격
쿠다 독점을 깰 오픈 소스
거대 AI 대항 엣지 컴퓨팅

연회비가 1억원쯤 하는 초호화 헬스장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검은 가죽 재킷을 입은 관장님 젠슨 황이 흐뭇하게 웃고 있다. 이곳에서 근육을 키우려면 무조건 관장님이 짠 루틴인 쿠다(CUDA)만 따라야 한다. 단백질 보충제 격인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캐비어로 만들어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비싸다. 운동 기구인 그래픽처리장치(GPU)는 무려 순금으로 도금돼 있다.
회원들은 매달 "관장님 헬스장비가 너무 비싼 거 아닙니까. 덤벨 하나에 4000만원이 말이 됩니까"라고 불평하면서도 절대 탈퇴하지 못한다. "요즘 잘나가는 사람은 다 여기서 운동한다"는 거대한 집단 최면 즉 펜듈럼에 갇혀버렸기 때문이다. 이곳은 속해 있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유일한 현실이 돼버렸다.
그런데 갑자기 동네 철봉 공원에 도인 같은 인물이 툭 튀어나온다. 반도체 바닥을 유랑하는 설계의 전설 짐 켈러다. 짐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고무줄과 생수통을 나눠주며 툭 던진다.
"숨쉬기 운동과 팔굽혀펴기 좀 하려는데 무슨 순금 덤벨이 필요한가. 그냥 고무줄인 리스크파이브(RISC-V)와 생수통인 그래픽더블데이터레이트6(GDDR6) 몇 개를 몸에 맞게 칩렛(Chiplet) 방식으로 엮어서 뛰면 그게 헬스다."
텐스토렌트를 이끄는 짐 켈러와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벌이는 지능을 설계하는 방식의 충돌이자 현실을 창조하는 방식의 정면 대결이다.
젠슨 황의 강화형 펜듈럼
트랜서핑 관점에서 볼 때 젠슨 황은 완벽하고 거대한 펜듈럼을 구축한 인물이다. 그는 현실 자체를 규정해버렸다.
쿠다 생태계와 HBM을 결합한 엔비디아의 아키텍처는 인공지능(AI)을 하려면 무조건 더 크고 빠르고 비싸게 설정해야 한다는 과잉의 규칙을 만들었다. 여기서 중요도는 극단적으로 치솟는다. 최고 성능의 GPU가 없으면 회사의 AI는 망한다는 공포와 숭배의 서사가 헬스장 회원들을 묶어둔다.
엔비디아는 이미 기술 기업을 넘어 현실 유지 장치가 됐다. 한 번 가죽 재킷 관장님의 루틴에 몸이 맞춰진 조직은 나갈 때 치러야 할 전환 위약금이 두려워 묵묵히 캐비어 단백질을 삼킬 뿐이다.
짐 켈러의 중요도 낮추기
반면 짐 켈러는 헬스장인 데이터센터 중심의 거대 AI 유리창에 돌을 던지는 대신 뒤돌아서 다른 공원을 짓고 있다. 그가 세운 지능의 3중 성벽을 트랜서핑의 언어로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규칙의 파괴 리스크파이브=x86이나 쿠다 같은 기득권의 문법을 버린다. 복잡하고 무거운 기존 질서에 에너지를 보태지 않고 오픈소스라는 빈 벌판에서 새 판을 짠다.
△절대 형태의 거부 칩렛=젠슨 황이 거대한 통합형 괴물을 만들 때 짐 켈러는 레고 블록을 던져준다. 필요한 만큼만 조립해서 쓰라는 것이다. 하나의 완벽한 현실을 강요하는 대신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쪼개고 합치는 평행우주적 접근이다.
△과잉 스펙 조롱 GDDR6=모두가 최고급 HBM을 부르짖을 때 그는 주류 메모리인 GDDR6를 들고나온다. 뉴스 검색과 동영상 알고리즘을 돌리는 추론 시장에 로켓 엔진 대신 자전거 모터면 충분하다는 뜻이다. 극도로 치솟은 AI 성능에 대한 중요도를 단숨에 깎아내린다.
승부는 착각의 붕괴
전쟁은 묘하다. 텐스토렌트가 엔비디아를 이기기 위해 벤치마크 점수가 10% 더 높다고 외치는 순간 이들은 가죽 재킷 관장님의 헬스장 링 위로 끌려 올라가 두들겨 맞고 끝날 것이다. 타인의 펜듈럼에 공명해 소모되는 전형적인 실패 경로다.
짐 켈러가 노리는 진짜 승부처는 엣지 컴퓨팅·비용 민감형 추론·맞춤형 AI 같은 변방의 블루오션이다. 엔비디아의 초고가 장비가 오히려 과잉이자 짐이 되는 현장이다.
그의 최종 목표는 헬스장 밖에서 땀 흘리며 달리는 수많은 기업이 어느 순간 멈춰 서서 스스로 사업을 운영하는 데 굳이 1억원짜리 헬스장 회원권이 필요 없었다고 깨닫게 만드는 것이다.
이 짧은 깨달음이 시장에 퍼지는 순간 젠슨 황이 쌓아 올린 펜듈럼의 에너지는 급격히 방전될 것이다. 짐 켈러는 가장 강한 적을 찌르는 대신 적이 들어오지 않은 빈 땅에 텐트를 치고 그곳을 새로운 상식으로 만드는 마법을 부리는 셈이다.
두 천재의 대결은 미래 산업의 표준 현실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베팅이다. 짐 켈러의 주변부 흔들기 전략이 실제로 고객사의 기존 생태계 이탈을 이끌어내려면 텐스토렌트가 준비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무기가 무엇인지 고민할 시점이다.
☞쿠다(CUDA)=엔비디아가 개발한 병렬 컴퓨팅 플랫폼이다. GPU에서 수행하는 연산을 C언어 등 범용 언어로 작성할 수 있게 해준다.
☞리스크파이브(RISC-V)=무료로 개방된 오픈소스 명령어 집합 구조(ISA)다. 누구나 로열티 없이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다.
☞칩렛(Chiplet)=하나의 큰 칩을 만드는 대신 작은 기능별 칩을 따로 만들어 레고 블록처럼 조립하는 반도체 설계 기술이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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