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부실, 늑장 대응… 인재의 똑같은 패턴 [참사의 사슬➂]
대형사고 10년의 기록 3편
2017~2020년 뼈아픈 참사
참사 예고 없이 오지 않아
규제 사각지대, 안전불감증
늑장 대응 등 징후 존재해
장소와 이름만 바뀔 뿐, 비극이 만들어지는 공식은 늘 같았다. 참사의 이면엔 천편일률적인 '패턴'이 존재했다. 이것들이 시계태엽처럼 맞물려 돌아가며 사고의 규모를 키웠다. 대단히 새로운 것도 아니다. 수없이 목격했으면서도 끝내 고치지 못한 고질적인 병폐들이다. 더스쿠프가 지난 10년간 벌어진 10건의 사고들을 분석해 반복되는 패턴을 도출했다. '대형 사고 10년의 기록' 3편에선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발생한 사고의 패턴을 분석했다.
☞ 視리즈_대형사고 10년의 기록
1편_우린 참사를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2편_'샌드위치 패널' 불편한 사각지대
3편_관리 부실, 늑장 대응… 인재 똑같은 패턴
4편_허수아비 감리… 위험한 사고의 경로들
5편_10년 전이나 지금이나…습관이 된 인재
6편_세월호 12년 후…달라진 것 그대로인 것
7편_697호 발간 후
![참사에는 고질적인 패턴이 존재한다. 사진은 밀양 세종병원 화재 당시.[사진 | 뉴시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0/thescoop1/20260410190342864gike.jpg)
문제는 같은 흐름의 비극이 다른 장소에서 다른 이름으로 다시 등장한다는 점이다.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부터 올해 3월 대전 안전공업 화재에 이르기까지,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이 겪은 참사들의 궤적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닮아 있다. 그 궤적을 그려낸 건 3가지 패턴이다. 제도의 맹점이 드러나는 '법 사각지대', 위험 징후를 보고도 모른 척하는 '안전불감증', 골든타임을 허비하는 '늑장 대응'….
이 패턴들은 각종 사건들 속에서 시시때때로 등장했다. 셋은 서로 끈끈하게 얽혀 있으면서도 저마다 뇌관 역할을 했다. 하나만 작동해도 참사는 여지없이 터졌다. 그렇다면 지긋지긋하게 반복해 온 인재의 패턴은 어떤 모습일까. 더스쿠프가 대형사고 10년을 다시 기록해봤다.[※참고: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2022년 이태원 압사 사고 등 몇몇 대형 사고는 제외했다. 여기엔 훨씬 더 복잡하고 다층적인 요소가 얽혀 있어서다.]
■ 사고① 깜깜이 점검 :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 2017년 12월 21일 충북 제천시 하소동. 한 스포츠센터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9층 높이, 연면적 3813㎡(약 1154평) 규모의 건물이 순식간에 유독가스로 가득 찼다.
발화 원인은 1층 주차장 천장에 설치된 '배관 동파 방지용 열선'이었다. 이곳에서 출발한 불길은 천장 단열재로 옮겨붙었고, 가연성 외장재인 드라이비트와 샌드위치 패널을 타고 건물 전체로 퍼졌다. 이 사고로 29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부상을 입었다.
피해를 키운 건 부실한 안전 관리였다. 화재 당시 기초적인 소방 설비인 스프링클러조차 작동하지 않았다. 징후를 감지하고 펌프를 움직이는 알람 밸브가 잠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방차 진입도로엔 차량이 불법 주정차해 있었다. 이 때문에 초기 진압과 피해 확산 방지에 실패했다.
![[사진 | 뉴시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0/thescoop1/20260410190344193zlua.jpg)
늘 그렇듯 참사를 막을 수 있었지만, 그 기회를 걷어차버렸다. 사고 20일 전 진행한 민간 소방 점검은 말 그대로 엉터리였다. 2층 여탕을 점검 대상에서 빼면서 '막힌 비상구'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점검 결과 보고서도 소방서에 전달되지 않았다. 점검 결과 보고서를 30일 이내에만 제출하도록 했던 당시 법 조항 탓이었다.
사고 이후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법적 근거를 강화했다. 2018년 3월 소방기본법을 개정해 소방차 통행을 방해하는 차량을 강제로 옮길 근거를 마련하고 그해 6월 시행에 들어갔다. 2020년 8월 14일엔 소방시설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소방 점검 결과 보고 기간을 기존 30일에서 7일로 단축해 불량 상태가 장기간 방치되지 않도록 했다.
이렇게 법망은 개선됐지만 현실적 문제는 여전히 숱하다. 2023년 기준 전국 불법 주정차의 강제처분 사례가 4건에 불과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차량 파손 시 발생하는 분쟁과 보상 절차 등 사후 행정이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인데, 이런 법적 빈틈은 아직 메워지지 않았다. 법과 현장의 간극, 이대로 둬도 괜찮은 걸까.
■ 사고② 면죄부 법망 : 밀양 세종병원 화재= 2018년 1월 26일 경남 밀양시 가곡동. 연면적 1489㎡(약 450평) 규모의 5층 병원이 순식간에 유독가스로 뒤덮였다. 가스는 연결통로를 타고 옆동 요양병원까지 뻗쳤다. 제천 참사 이후 약 한달 만에 발생한 이 사고로 45명이 숨지고 147명이 다쳤다.
일반병원 1층 응급실의 전기배선 합선이 발화 원인이었지만, 피해를 키운 건 소방법의 '사각지대'였다. 화재 당시 병원 어디에도 스프링클러는 없었다. 세종병원은 연면적과 수용 인원이 현행법상 의무 기준에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망을 피해 갔다.
![[자료 | 소방청,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0/thescoop1/20260410190345518gxte.jpg)
참사 후 정부는 뒤늦게 법을 손질했다. 2019년 8월, 소방시설법 시행령을 개정해 면적에 관계없이 모든 병원급 의료기관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했다. '제2의 밀양병원 사태'를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었다. 개정 시행령은 새로 만들어지는 의료기관에 즉시 적용됐고, 기존 의료기관은 2022년 8월 31일까지 설치를 완료하도록 유예기간을 뒀다.
문제는 이 유예기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2022년 8월에서 4년이 흐른 올해 8월로 연장된 상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사가 지연됐다는 게 소방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참사 이후 8년이 흘렀음에도 '피치 못할 사정'을 내세우는 걸 납득하긴 어렵다. 이 와중에도 환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안전 공백기'는 길어지고 있다.
■ 사고③ 실종된 제도 : 이천 물류센터 화재 = 물류센터는 화재가 발생했다 하면 대형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 구조인 데다 내부엔 적재물이 복잡하게 쌓여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실례를 들어보자. 2020년 4월 29일 경기도 이천 모가면의 물류센터 신축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공사장은 지하 2층, 지상 4층, 건물 면적 1만1043㎡(약 3340평)로 완공을 2개월 앞두고 있었다.
불씨가 시작된 곳은 지하 2층이었다. 그곳에선 우레탄폼 마감재 작업과 화물 엘리베이터 설치를 위한 용접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는데, (우레탄폼) 작업 중 발생한 유증기에 불꽃이 튀면서 화재가 났다. 불길은 순식간에 가연성 소재에 옮겨붙었고, 다량의 유독가스가 발생했다. 물류센터 외벽 자재로 주로 쓰이는 샌드위치 패널도 인명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 사고로 38명이 사망했고, 10명이 부상을 입었다. 2008년 40명의 사망자를 낸 이천 냉동 물류센터 화재 이후 12년 만에 터진 참사였다. 왜 사고를 막지 못했던 걸까.
![이천 물류센터 화재는 규제 사각지대가 피해 규모를 키운 케이스다.[사진 | 뉴시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0/thescoop1/20260410190346827eabs.jpg)
실제로 2021년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산업가연성 물질 취급과 화기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아울러 같은 해 건축법 개정을 통해 샌드위치 패널의 난연 성능 시험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우레탄폼도 난연 성능을 확보하도록 했다.
하지만 법망 정비 후에도 현장엔 문제점이 수두룩하다. 시장에 단열 기능을 충족하지 못한 불법 자재가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건 고질적 문제다. 국토교통부가 불법 자재를 정기적으로 점검하지 않고 '무작위 추출'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게 빈틈을 키우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허술한 대책이 이뿐만이 아니란 점이다. 제도적 결함이 불씨를 제공한 사례는 이밖에도 많다. 이 이야기는 '대형사고 10년의 기록' 4편에서 이어나가 보겠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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