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이어 앤스로픽도 “자체 칩 개발”…엔비디아 독주 끊는다

실리콘밸리=김창영 특파원 2026. 4. 1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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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이어 앤스로픽도 자체 칩 개발 검토
반도체 병목 대응, AI 개발 속도 높이는 전략
구글·아마존·MS는 일찌감치 자체 칩 출시
AI 수요 대응 위헤 데이터센터 확장하지만
탈엔비디아, 시장 이끌려면 자체 칩 있어야
칩 확보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투자 필요해
칩 확보까지 데이터센터 합종연횡 병행 전략
메타 자체 칩 MTIA. 사진 제공=메타

인공지능(AI) 선두 주자들이 더 싸고 효율적인 컴퓨팅(연산 능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 칩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AI 컴퓨팅 생태계의 최종 소비자인 앤스로픽·메타·오픈AI 같은 모델 운영사가 엔비디아에 주로 의존해온 ‘원재료’인 칩도 직접 만드는 셈이다. 그동안 이들은 생태계의 중단 단계인 데이터센터 확보에 몰두했지만 결국에는 AI 칩까지 장악해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장기적으로는 탈엔비디아 행보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9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AI 모델 ‘클로드’ 개발사인 앤스로픽이 자체 칩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초기 구상일 뿐이라면서도 앤스로픽이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에 대응하고 더 발전된 AI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앤스로픽은 현재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아마존·구글 칩이 탑재된 데이터센터를 임대해 클로드를 개발하고 있다. 7일 구글·브로드컴과의 협력을 통해 구글 자체 칩인 텐서처리장치(TPU)를 탑재한 3.5기가와트(GW) 규모의 연산 용량을 확보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앤스로픽 칩’을 구상하고 있었던 셈이다.

앤스로픽과 치열한 AI 모델 경쟁을 벌이고 있는 오픈AI는 일찌감치 자체 칩 개발 야욕을 드러냈다. 오픈AI는 지난해 10월 브로드컴과 맞춤형 칩 개발을 위해 협력한다고 밝혔다. 오픈AI가 구축하는 데이터센터에 오픈AI 구상대로 설계된 칩이 탑재될 예정이다.

이미 하이퍼스케일러(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은 수년 전부터 자체 칩을 개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구글은 단연 선두 주자로 꼽힌다. 컴퓨팅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판단해 10여 년 전부터 맞춤형 칩 개발에 착수한 뒤 2015년 처음으로 TPU를 사내에 배포하고 2018년에는 1세대 클라우드 TPU까지 내놓았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도 구글을 따라잡기 위해 자체 칩을 선보였다. 아마존은 2018년부터 추론용 ‘인페렌시아’와 훈련용 ‘트레이니엄’을 개발했다. MS도 2023년 11월 첫 AI 칩인 ‘마이아100’을 공개한 뒤 올해 초 추론 능력을 높인 ‘마이아200’도 출시했다. 메타는 지난달 한 발 더 나아가 엔비디아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 칩을 6개월마다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주주서한에서 “자체 AI 칩 연간 매출 추정액이 200억 달러(29조 6000억 원)를 넘어섰다. 만약 올해 칩을 판매했다면 연 매출 규모는 500억 달러에 달했을 것”이라며 “칩 수요가 매우 크기 때문에 앞으로 제3자에게 대량 판매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현재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 임대를 통해 칩을 제공하지만 칩만 따로 팔 수 있다는 의미다.

이들이 자체 칩을 원하는 이유는 엔비디아 종속을 벗어나기 위해서다. 엔비디아가 AI 핵심인 데이터센터 칩 시장 90%를 장악하고 있어 AI 개발사들은 엔비디아 GPU 확보에 매달리는 실정이다. GPU 공급량과 공급 시기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반드시 자체 칩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자체 칩을 갖고 있으면 냉각·전력 인프라 설계까지 포함한 데이터센터 설계를 맞춤식으로 조정해 동일 전력, 동일 면적에서 더 많은 연산 능력을 뽑아낼 수 있다.

문제는 설계 경험이 없는 기업이 자체 칩을 개발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디인포메이션은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맞춤형 AI 칩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자체 개발 칩은 추가 클라우드 계약을 체결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첨단 AI 칩을 설계하려면 인력과 제조 공정 확보에 5억 달러가 들어간다고 전했다.

이러한 제약 때문에 빅테크들은 자체 칩 개발과 함께 데이터센터 확장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메타는 이날 AI 인프라 기업인 코어위브와 21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구축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계약을 포함하면 352억 달러(52조 원)를 들여 데이터센터를 2032년 물량까지 선점한 셈이다. 메타가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지만 경쟁사들을 따돌리기에 부족하다고 보고 외부 힘을 빌리려는 것이다. 코어위브와 손을 잡으면 엔비디아 최신 AI 가속기인 ‘베라 루빈’까지 조기에 확보해 개발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구글 역시 이날 인텔과 최신 중앙처리장치(CPU) 칩 다년 공급계약을 맺었다. 스스로 추론하고 업무를 이행하는 에이전틱 AI 시장에서 CPU 위상이 높아진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실리콘밸리=김창영 특파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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