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뉴스타파] 김정은과 함께 사는 두 가지 길 2, '담장을 쌓고 이웃으로 살자'-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뉴스타파 다큐팀 2026. 4. 1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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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6일, 이재명 대통령이 대북 무인기 사건에 유감을 표명했다. 북한이 "솔직하고 대범한 자세"라고 평가하자 통일부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반겼다. 북한의 다음 반응은 '개꿈 같은 소리'였다.

낯선 풍경이 아니다. 김정은은 이미 2023년 12월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했고, 올해 2월에는 한국을 "동족의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는 이런 북한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뉴스타파는 이 질문을 들고 두 가지 다른 답을 가진 두 원로를 만났다. 한 사람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다. 그는 "남북은 동족이며, 어려워도 교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한 사람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다. 그는 "지금 상태에서 평화적 공존은 어렵다. 담장부터 분명히 쌓고, 동족이 아닌 이웃으로 사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한다.

송민순은 1987년부터 북핵 협상을 담당해온 외교관 출신이다. 2005년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안보실장과 외교통상부 장관을 역임했다. 북한이 핵을 갖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믿고 협상을 했던 그이지만 결국 막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 생각이 바뀌었다. 다음은 송민순 전 장관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두 얼굴의 지도자 김정은

송민순 전 장관은 김정일과 김정은을 어떻게 비교할까. 그는 두 사람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본다.

"김정은은 어렸을 때 스위스에서 유학을 했지 않습니까. 그 학교 교과 과정에는 프랑스 혁명에서 부르봉 왕조가 멸망하고 민중들이 봉기해 왕권이 몰락하는 역사가 다 포함돼 있어요. 김정은도 그 과정을 다 배웠다고 그래요. 그래서 민중을 잘 못 다스리면 정권이 붕괴된다는 것을 충분히 배웠을 겁니다. 민중이라는 것은 잘 통제도 하지만 잘 먹여 살려야 된다."

그런 인식이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는 잔혹함과, 딸 김주애를 내세워 자애로운 아버지 상을 연출하는 통치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잔혹함과 자비, 이런 걸 가지고 하는 어떤 면에서 굉장히 영악한 통치술을 가진 사람이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김정일보다는 김정은이 핵무기 완성에 대한 의지가 더 강한 것 같아요."

김정은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송민순은 한때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6자회담 협상을 이끌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 상태에서도 '북한의 핵을 포기시킬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협상을 하면 우리 정책의 기초 자체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 하고 같은 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제 생각이 바뀐 겁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핵의 효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핵을 가지고 있음으로써 갖는 효용, 그 다음에 핵을 포기했을 때 감수해야 할 위험. 이 두 가지를 생각하면 내가 북한이라도 결코 핵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

핵은 재래 군사력의 부족을 채워주고, 북한 정권의 정통성을 높여준다. 트럼프도, 시진핑도, 문재인도 핵을 가진 김정은을 찾아왔다. 2025년 9월 베이징 천안문 망루에서 시진핑, 푸틴과 나란히 올라간 것도 핵국가로서의 위상 덕이었다. 거기다 핵은 무기 수출의 신용장 역할도 한다.

반대로 핵을 포기한 나라들의 운명은 비참했다. 우크라이나는 소련이 만든 핵무기를 배치했다가 냉전 해체 후 반납했고, 결국 러시아의 침공을 받았다. 리비아는 핵개발을 포기한 뒤 정권이 붕괴됐다. 이란은 핵을 완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았다.

"리비아, 이라크가 핵무기가 실제 있었을 때면 정권들이 그렇게 날아갔겠어요? 핵무기가 없을 때의 위험, 핵무기를 가졌을 때의 효용, 그 두 개를 합치면 결코 누구도 핵을 포기할 수 없다."

튼튼한 담장을 쌓아야 한다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가 제시하는 첫 번째 답은 '차가운 평화', 즉 관계의 안정이다.

"좋은 담장이라는 게 좋다 나쁘다의 담장이 아니라 건실한 담장이에요. 튼실한. 기능을 제대로 하는 담장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 담장을 넘어오고 건드리지 않으면 나는 당신한테 총을 쏘지 않는다. 절대. 그런데 만약에 넘어오면 나는 쏜다."

그는 그동안의 대북정책이 동족 의식에 기댄 감성적 접근이었다고 비판한다. 특수관계라는 명목 아래 경계가 흐릿해지고, 북한은 그것을 당연한 권리처럼 여기게 됐다는 것이다.

"동족으로서의 개념이 아니고 이웃 국가로서의 개념으로 북한을 상대한다. 그렇게 해서 남북 관계를 우선 안정을 시켜야 되는 겁니다. 남북 관계는 사실은 지금 사람으로 치면 환자거든요. 병원에 환자가 실려 들어오면 제일 좋은 게 일단 안정 상태에 있는 겁니다."

그가 말하는 차가운 평화는 우리가 흔히 쓰는 '따뜻한 평화'와 다른 개념이다. 화해와 교류보다는, 명확한 경계선 위에서 서로 간섭하지 않는 공존 상태다. 차가운 평화를 위해서는 군사적 균형이 필수적이다. 재래식 군사력에서는 한국이 세계 5위, 북한이 31위(글로벌 파이어 파워 2026)인데, 핵무기 측면에서 불균형이 심하다.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즉 핵우산에 의존해 북한의 핵에 대응하고 있다.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미국은 핵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압도적이고 결정적으로 대응해 북한 정권을 붕괴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대륙간탄도탄을 보유한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을 핵무기로 공격할 때는 북한의 핵보복도 감안해야 한다. 과연 미국 대통령이 자국민이 위험에 처하는 것을 감수하며 한국을 보호할까?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나토 동맹국들이 이란전쟁을 돕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토 탈퇴를 심각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그는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한미동맹이 위기에 처하는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송민순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핵우산을 신뢰해야 하지만 만약의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의 핵이라는 게 자기들이 의지가 없어서 안 하겠다 이런 게 아니고 실제 핵무기를 쓰는 것이 미국 자체가 그 핵의 전쟁에 연루될 위험이 있을 때 대통령이 그렇게 마음대로 쓸 수 있나? 그렇게 안 돼요. 미국 국내 정치상. 핵 전쟁에 관여됐을 때 자기 다음 대통령 선거에 떨어진다. 정치적으로. 그렇게 했을 때는 그 핵을 못 쓰는 거죠."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

핵잠재력을 확보하자

그렇다면 북한의 핵에 대응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는 '핵잠재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핵무장을 하면 NPT(핵확산방지조약)를 탈퇴해야 되거든요. 그럼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많아서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핵잠재력이라는 말을 씁니다마는, 핵잠재력이라는 말의 다른 말은 핵연료 주기를 확보하는 겁니다."

핵잠재력 확보란 구체적으로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것이다. 농축된 우라늄은 원자력 발전의 연료가 되지만, 고농축하면 핵무기의 원료가 된다. 현재 한국은 26기나 되는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우라늄 농축을 하지 못하고 프랑스 등에서 사서 쓰고 있다. 한국의 핵개발을 우려하는 미국이 한미원자력협정으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은 우라늄 농축 권한은 물론 사용후 핵 연료 재처리 권한까지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마음만 먹으면 빠른 시간 내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고 본다.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도 부통령 시절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일본이 하루아침에 핵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한국이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평화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후속 협의를 지지하기로 했다. 송 전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후속 협의 과정을 진두 지휘해 반드시 우라늄 농축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가 보기에는 한국의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이재명 정부가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있는 이걸 확보를 하면, 저는 다른 것 못 해도 성공한, 안보에 있어서 성공한 정부다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작전통제권을 전환하자

담장을 튼튼히 하기 위해 또 해야 할 일이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이다. 한국전쟁 직후 이승만 대통령이 한국군의 작전을 지휘 통제할 권한을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에게 넘겼다. 한국은 1994년 평시 작전통제권을 돌려받았지만, 전시 작전통제권은 여전히 미군이 갖고 있다.

"차가운 평화를 하려고 그러면 한반도에서의 평화 구조가 지금 어떻게 돼 있습니까? 남쪽은 한국군이 아니고 미군, 미국이고. 북쪽은 조선인민공화국 군대고. 그래서 미국과 북한이 짜여 있는 구도가 한반도의 안보 구도입니다. 이게 그 핵심입니다."

그는 보수진영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작전통제권 전환이 미군 철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한국과 미국이 안보 버스의 운전석과 조수석을 바꿔 앉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일본 자위대는 독자적인 작전권을 행사하는데도 미군이 일본에 주둔하고 있다.

작전통제권 문제는 미군이 '전략적 유연성'을 중시하는 상황에서 더욱 중요해졌다.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시작하자 사드를 비롯한 주한미군 장비들이 나갔다. 대만에서 유사한 사태가 일어난다면 주한미군 전력 상당부분이 빠져나갈 것이다. 

"미군의 핵심은 빠지고 껍데기가 한국군을 지휘하면 한국의 안보 상태는 어떻게 됩니까? 미군이 버스 운전대를 빼고 옆으로 가서 앉는다든지 또 잠시 볼 일 좀 보고 오는 일이 있더라도 내가 버스를 운전할 수 있어야 되잖아요. 그런데 미군이 내리면 한국군은 운전도 못 한다고 그러면 안보가 얼마나 약한 상태입니까? 기본적으로 자기 나라를 지키는 건 자기가 하고, 모자라는 부분만 지원을 받아와야지. 작전 통제하는 자체까지 맡겨놓고 있으면 그건 안보가 굉장히 취약한 안보입니다. 그래서 이 작전통제권은 보수 진보 할 게 없어요."

동족이 아니라 이웃이다

이재명 정부는 남북교류와 협력을 통해 평화적 두 국가 공존을 추구하고 있다. 핵 문제에 대해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하는 피스메이커를 하면 한국은 페이스메이커로 지원하겠다는 전략이다. 북미 간 대화를 통해 북한 핵을 동결시키고 장기적으로 비핵화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송민순은 여기에 의문을 제기한다.

"평화적 두 국가는 말은 좋은데, 북한이 핵을 들고 우리 위에 흔들고 있는데 그게 어떻게 평화적으로 두 국가가 되겠습니까? 북한이 불법적으로 핵을 개발해 가지고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는데 우리가 거기에 동떨어져서 북한하고 협력할 수 있나?"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 핵을 동결하는 합의를 하는 데 대해서도 냉정한 시각을 갖고 있다. 설령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북한이 핵을 50개 가졌을 때와 100개 가졌을 때 한국의 안보 현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 볼 때는 북한이 핵무기를 50개 가졌을 때하고 100개 가졌을 때하고 우리한테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핵무기 두 세 개만 해도 남쪽은 충분히 파괴할 수 있다고 보는데. 그 다음에 이미 사거리가 1,000km 2,000km 되면 남한 전체를 다 커버할 수 있고 일본도 커버할 수가 있는데. 거기서 5,000km 10,000km 늘어나는 거 하고 우리하고는 무슨 상관이 있냐 이겁니다. 결국은 우리는 북한의 핵 인질 하에 두고. 미국과 북한은 대화가 돼서 일단은 그 정도 스톱 된다. 그 대신 북한의 제재를 해제해 주고. 제재 해제해 준다는 것은 무슨 소리입니까? 제재가 풀려서 북한 경제가 더 강화되고 핵을 한 손에 들고. 지금 김정은이 말하는 대로 총알과 사탕을 다 들고 있는 이런 상태가 되는 것이 우리의 안보와 평화에 도움이 되느냐? 이건 우리가 냉정하게 스스로 물어야 되죠."

그는 지난 수십 년, 교류와 협력, 그리고 대결을 오갔던 대북정책을 돌아본다. 그 결과 남북관계가 50년 전보다 나아졌는지 묻는다. 

"저는 나빠졌다고 생각합니다. 가능성이 더 줄어들었다고. 그건 뭐냐 하면 자꾸 상처를 덧내는 거예요. 보수는 북한을 압박해서 우위를 과시하는 걸로 정치에 써먹으려고 그러고, 진보는 북한하고 손을 잡아서 물꼬를 틔었다고 해서 그걸로 정치에 써먹으려고 그러는데 물꼬를 틔우면 좋지만 다시 그게 오히려 역류가 되고 더 나빠지니까."

대외정책은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대외정책의 지속성이다. 5년마다 정권이 바뀌면서 정책이 오락가락하면, 우리보다 큰 주변국들이 한국을 진지한 협상 상대로 여기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 한 2년 3년 지나고 나면 중국이나 미국이나 일본 이런 데서도 '가만히 있어봐라. 당신 지난 다음에도 이 식으로 계속 갈 건가? 잘 모르겠네. 내가 좀 생각해볼게.' 이런 식으로 나오거든요. 그러면 또 흐지부지 되는 겁니다."

그는 또 현재의 위험한 세계를 직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트럼프는 나토 탈퇴를 검토하고, 동맹도 거래의 대상으로 여긴다. 그 안보의 불확실성 속에서 과거의 관성에 묻혀 있을 수는 없다.

"세상이 지금 험난하잖아요. 험난한데 그런데도 지금 우리 많은 부분이 과거에 그대로 묻혀 있어요. 그래서 좀 다른 각도에서 생각을 좀 해보자."

담장을 분명히 쌓고, 그 경계선 위에서 이웃으로 살자. 동족이라는 감성보다 이성과 합리로 남북 관계를 관리하자. 그것이 현재로서는 먼 훗날 통일 가능성을 열어두는 더 현실적인 길이라는 것이 그의 답이다.

김정은과 함께 사는 두 가지 길 1편 '그래도 동족이다-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같은 진보 정부에서 함께 일했던 또 다른 전직 장관의 답은 다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그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두 정부에서 연속으로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현재는 이재명 정부의 통일부 평화통일고문회의 의장을 맡고 있다. 북한과의 협상 현장을 가장 오래,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이다. 그는 남과 북은 동족이며, 교류와 만남을 통한 평화적 공존이 가능하고 또 필요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하나의 국가로 합치는 통일이 아니라 두 국가로 공존하는 남북연합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정은과 함께 사는 두 가지 길, 우리는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뉴스타파 뉴스타파 다큐팀 docu@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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