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멸종된 줄 알았는데 다시 돌아온 새 5

정도영 기자 2026. 4. 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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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에서 10년 이상 자취를 감췄던 새들이 작년 한 해에만 5종 발견됐다. 시민과학 플랫폼과 현지 공동체 참여로 이뤄낸 성과다. 전문가들은 5종 모두 섬 고유종으로 서식지 훼손에 특히 취약하다고 말했다.
'사라진 새 찾기(Search for Lost Birds)' 프로젝트는 야생에서 사진·음원·유전자 기록이 10년 이상 존재하지 않는 조류 종을 '사라진 새'로 정의하고 목록을 관리한다. (자료 The Cornell Lab/Birds of the World)

'사라진 새 찾기' 프로젝트   

'사라진 새 찾기(Search for Lost Birds)' 프로젝트는 야생에서 사진·음원·유전자 기록이 10년 이상 존재하지 않는 조류 종을 '사라진 새'로 정의하고 목록을 관리한다. 미국조류보전협회(ABC), 리와일드(Re:wild), 버드라이프(BirdLife International)의 협력사업인 이 프로젝트는 코넬대 조류학 연구소 '세계의 새들(Birds of the World)'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목격 보고만으로는 '발견'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버드(eBird), 제노칸토(Xeno-canto), 아이내추럴리스트(iNaturalist) 등 시민과학 플랫폼 데이터와 문헌 기록, 전문가 검토를 종합해 목록을 갱신한다. 2022년 최초 공개 당시 142종이었던 목록은 현재 121종으로 줄었다.

비스마르크 물총새 (Ceyx websteri)
비스마르크 물총새 (사진 Search for Lost Birds/John Lamaris)

2025년 5월 17일 파푸아뉴기니 뉴아일랜드 섬의 강변에서 재발견됐다. 마지막 공식기록은 2012년 뉴브리튼 섬에서 촬영된 사진이었다.

비스마르크 물총새는 뉴브리튼, 뉴아일랜드, 움보이, 뉴하노버, 리히르 등 비스마르크 제도에서만 서식하는 고유종이다. 낮고 완만한 저지대 삼림의 소하천을 주 서식지로 삼는다. 성숙 개체수는 1만 마리 이하로 추정된다. IUCN 적색목록 취약(Vulnerable) 등급이며, 팜유 농장 개발과 벌채로 인한 서식지 손실로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

재발견은 몬애시대학교 연구자가 뉴아일랜드에서 벡스슴새 연구를 수행하던 중 이뤄졌다. 현지 토지소유자 및 주민과 함께 야간조사를 진행하다 강변 나뭇가지에서 해당 개체를 발견하고 촬영했다. 라마리스는 "이번 발견이 뉴아일랜드 남부 핵심생물다양성지역(KBA) 보호구역 지정 논의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악 꿀빨이새 (Myzomela rubrobrunnea)
비악 꿀빨이새 (사진 Search for Lost Birds/Ethan Skinner)

2025년 8월 인도네시아 비악 섬에서 찍힌 사진이 이버드에 게재되며 공식 재발견됐다. 마지막 사진 기록은 2004년으로 21년 만이다.

비악 꿀빨이새는 뉴기니 북서쪽 해안의 비악 섬과 수피오리 섬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이다. 이 종은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어두운꿀빨이새(Dusky Myzomela)의 아종으로 분류됐다가 버드라이프가 2016년, 이버드가 2021년에야 독립종으로 인정했다. 분류학적 지위가 낮았던 탓에 탐조가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 그 결과 목격 보고는 이버드에 수십 건 올라와 있었음에도 사진·음원 기록은 전혀 없는 상태였다.

몸이 작고 검은빛 갈색이며 수풀 상층부에서 활동하는 습성 때문에 촬영이 어렵웠던 것도 기록 공백의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넓은부리요정굴뚝새 (Chenorhamphus grayi)
넓은부리요정굴뚝새 (사진 Search for Lost Birds/Daniel Hoops/Royke Mananta)
넓은부리요정굴뚝새 (자료 The Cornell Lab/Birds of the World/Hilary Burn)

2025년 3월 인도네시아 서파푸아 산악 지대에서 재발견됐다. 마지막 공식 기록은 2014년이었다.

호주 애들레이드대학교 연구원이 현지가이드와 함께 탐조 중 우연히 발견했다. 촬영에 성공했지만 사진 품질은 낮았다. 조류학자들이 사진의 색 배열, 녹음된 음원의 음 구조·높이·속도, 발견위치를 종합해 이 종임을 확인했다. 프로젝트 소속 과학 커뮤니케이터 니나 포스터는 "불완전한 기록도 충분한 맥락이 뒷받침되면 과학적으로 유효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넓은부리요정굴뚝새는 IUCN 최소관심(Least Concern) 등급으로 현재 멸종위기종은 아니다. 하지만 서식지가 뉴기니 일부 산악지역에 한정돼 있고 생태정보 자체가 매우 부족해 현재 위협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술루뻐꾸기때까치 (Coracina guillemardi)
술루뻐꾸기때까치 (사진 Search for Lost Birds/Shareef Khaddafi Hairal)

2025년 11월 15일 필리핀 술루 제도 타위타위 섬 산악지대에서 재발견됐다. 마지막 공식기록은 2008년이었다.

술루 제도에서 나고 자란 야생동물 사진가와 필리핀 환경부 생물다양성 조사팀이 함께 발견했다. 술루뻐꾸기때까치는 술루 제도의 저지대·구릉 삼림에 서식하는 고유종이다. 이버드는 2024년에야 이 종을 독립종으로 인정했다. IUCN 등급은 아직 평가되지 않았다.

18년간 기록이 없었던 주된 이유는 분쟁이다. 술루 제도는 수십 년간 무장세력 활동 때문에 외부연구자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2012년에는 네덜란드 탐조가가 타위타위 원정 중 무장세력에 납치돼 7년간 억류됐다가 2019년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최근 현지 안보상황이 개선되면서 생물다양성 조사가 재개됐다. 올해에는 이버드에 타위타위 지역 술루뻐꾸기때까치 목격 기록이 5건 게재됐다. 적합한 서식지에서는 드물지 않게 관찰될 수 있다는 의미다.

붉은가슴파랑딱새 (Cyornis camarinensis)
붉은가슴파랑딱새 (사진 Search for Lost Birds/Martin Kennewell)

2025년 3월 9일 필리핀 루손 섬 동남부 카라모안 국립공원 인근에서 재발견됐다. 마지막 공식기록은 2008년이었다.

영국 탐조 가이드가 근연종인 파랑가슴파랑딱새의 울음소리를 재생해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수컷 개체를 접근시켜 촬영했다. 붉은가슴파랑딱새의 울음소리는 기록된 적이 없었지만 가장 가까운 종의 소리에 반응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시도한 방법이었다. 이번 사진은 야생에서 촬영된 최초의 사진으로 추정된다.

붉은가슴파랑딱새는 루손 섬 동남부 반도에만 분포하는 고유종으로 IUCN 취약(Vulnerable) 등급이다. 루손 섬의 삼림벌채와 광업이 주요 위협요인이다. 이 종은 오랫동안 파랑가슴파랑딱새와 같은 종으로 취급됐다가 버드라이프가 2016년, 이버드가 2022년 독립종으로 분리했다. 분리 이후 사실상 관찰 기록이 없는 미지의 종으로 남아 있었다.

서식지 파괴에도 갈 곳 없는 섬 고유종

재발견된 5종은 모두 동남아시아 또는 오세아니아의 도서 지역 고유종이다. 이 종이 처한 위협은 벌채, 팜유 농장 개발, 광업, 포획 등으로 각각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섬 고유종이다. 서식가능한 지역 자체가 해당 섬 또는 특정 산악지대로 한정돼 있어서 서식지가 일부 훼손되더라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개체군을 회복하기 어렵다.

분류학적 지위도 보전 공백을 만든다. 비악 꿀빨이새와 붉은가슴파랑딱새의 사례처럼 오랫동안 아종으로 분류됐다가 독립종으로 인정된 경우 탐조·연구 활동 우선순위에서 밀려 기초 생태정보도 축적이 더뎌진다.

술루뻐꾸기때까치 사례는 분쟁지역이라는 사회적 조건이 생물 기록 공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프로젝트 측은 "콩고민주공화국 북동부, 소말리아, 페루 등 분쟁·치안 문제로 접근이 제한된 지역에도 사라진 새 목록에 오른 종들이 다수 서식한다"고 밝히고 있다.

'10년 동안 사라진 조류' 목록, 올해 6종 추가

올해 새로 목록에 추가된 종은 6종으로 역대 연간 업데이트 중 가장 적다. 6종 모두 태평양 도서 지역 고유종이다. 남미·북미·아프리카에서 신규 등재 종이 없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신규 등재 종은 민도로붉은가슴비둘기(필리핀 민도로 섬·IUCN 위급·마지막 기록 2005년), 민도로황제비둘기(민도로 섬·마지막 기록 2015년), 과달카날꿀빨이새(솔로몬제도·마지막 기록 2015년), 미나하사굴뚝새(인도네시아 술라웨시·마지막 기록 2015년), 사모아흰눈테새(사모아 사바이이 섬·과거 흔한 종으로 기록됐으나 최근 개체 수 급감·마지막 기록 2015년), 바니코로흰눈테새(솔로몬제도·마지막 기록 2015년)다.

이 중 미나하사굴뚝새는 사진 기록이 단 한 번도 없는 유일한 신규 등재 종이다.

'사라진 새 찾기' 프로젝트를 이끄는 존 미터마이어는 "목록을 0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라면서 "시민과학 플랫폼과 현지 공동체 참여가 지금까지의 성과를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재발견된 5종도 현지 주민, 현지 출신 연구자, 지역가이드의 협력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