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멀미나고, 코인은 겁나고…안정적인 리츠로 갈아탈까

우영탁 기자 2026. 4. 1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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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 ‘빌딩테크’ 눈길]
오피스 실물 자산 기반…수익 90% 의무 배당 강점
전쟁 여파 코스피 6.2% 하락때 KRX리츠지수 상승
한화·삼성FN·롯데 등 두 자릿수 수익률 낸 종목도
배당소득 분리과세 추진…정부도 시장 활성화 총력
금리 영향 큰 편…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주의해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주식시장에 연일 사이드카·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고 연초 이후 비트코인 가격마저 급락하는 등 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투자처를 원하는 이들 사이에 부동산투자회사(REITs·리츠)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리츠는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후 발생한 각종 수익을 나누는 회사다. 법적으로 이익의 90% 이상을 주주에게 의무 배당해야 한다.

증시가 호황일 때 성장주처럼 폭발적인 주가 상승은 어렵지만 하락기에 변동 폭이 작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 2024년 자산 규모는 100조 원을 돌파했고 2026년 2월 말 기준 449개의 리츠가 총 118조 2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2024년 상장 리츠 평균 배당수익률은 연 7.5%,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 수준이다.

◇도입 25년 만에 상장 리츠 시가총액 10조 원 돌파=한국리츠협회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2월 27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한 25개 리츠의 합산 시가총액이 10조 381억 원을 기록하며 10조 원을 처음으로 넘겼다. 2001년 리츠 제도가 국내에 첫선을 보인 뒤 25년 만의 성과다. 2024년 12월 말 7조 8997억 원으로 8조 원을 밑돌던 시총은 이듬해 9월 9조 2048억 원으로 9조 원을 돌파했고 속도가 붙어 5개월 만에 10조 원을 넘어섰다.

10일 종가 기준 합산 시총은 10조 2955억 원으로 나타났다. 개별 종목의 덩치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SK리츠(395400)(1조 9416억 원)를 필두로 롯데리츠(330590)(1조 3784억 원), ESR켄달스퀘어리츠(365550)(1조 1443억 원), 한화리츠(1조 94억 원) 네 곳이 시총 기준 ‘1조 클럽’을 형성했고 시총 7106억 원의 신한알파리츠가 그 뒤를 바짝 뒤쫓는 모양새다.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한 후 세계 각국의 자산 가격이 요동치고 있지만 리츠는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코스피가 2월 27일 6244.13에서 이날 5858.87로 6.2% 빠질 때 KRX 부동산리츠인프라지수는 1415.91에서 1432.20으로 오히려 올랐다.

개별 종목의 수익률도 나쁘지 않다. 이날 기준 한화리츠가 연초 대비 35.59%나 올라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고 삼성FN리츠(448730)(26.33%), 롯데리츠(20.45%)가 뒤를 이었다. 배당을 고려하면 기대 수익은 더욱 커진다. 글로벌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리츠는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한 만큼 견조한 배당수익률을 무기로 방어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물론 전쟁의 장기화는 우려 요소다. 하나금융그룹의 첫 상장 리츠로 주목받던 하나오피스리츠는 당초 이달 17일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했으나 철회했다. 철회 신고서에는 “현재와 같은 대내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및 불확실성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공모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명시했다.

다만 국내 리츠는 대부분 종로·강남 등 서울 핵심 지역의 오피스를 주요 자산으로 삼고 있는 만큼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대다수다. 상장을 철회한 하나오피스리츠 역시 재상장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하나오피스리츠의 기초자산인 하나금융그룹 강남 사옥과 태광타워는 공실률이 낮은 핵심 입지에 위치한다. 강남 주요 업무지구의 공실률은 현재 2% 수준에 불과하고 임대료도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리츠는 실물 자산에 연동된 만큼 전쟁으로 극심한 변동성을 나타내는 시장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면서도 “금리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 특성상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 육성 의지 드러내…세액공제 등 투자자에게도 매력적=정부는 리츠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육성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배당성향 40% 이상의 고배당 기업 주식에서 발생한 배당소득에 분리과세를 도입하는 등 주주 친화 정책을 이어가는 중이다. 수익의 90%를 주주에게 의무 배당하는 리츠는 전형적인 고배당 상품이다.

정부는 올 초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리츠 분리과세 혜택 추진을 명시했다. 내년부터는 리츠에서 발생한 소득에 분리과세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분리과세가 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부담이 없어져 투자자들의 세후 수익률이 높아진다. 최소 15.4%에서 누진세율 최고 49.5%인 세율이 단일 세율 9.9%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리츠 분리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투자금 5000만 원 한도 내에서 3년을 보유하고 또 이를 개별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정부는 한편 지난해 프로젝트리츠제도도 도입했다. 기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저자본·고부채에 따른 취약점을 해소하고 사업성 중심의 개발 환경을 조성하고자 마련된 프로젝트리츠는 완공된 자산에 투자하는 일반 리츠와 달리 부동산 개발 단계에서부터 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 개발 단계부터 준공·해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하나의 리츠 구조 안에서 추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프로젝트파이낸싱금융투자회사(PFV)와도 차별성이 있다. PFV는 개발·분양 후 해산하는 한시적 성격이 강했던 반면 프로젝트리츠는 개발 이후에도 자산을 직접 보유·운영하며 임대 수익과 자산가치 등을 중장기적으로 관리한다.

국토교통부는 PFV의 프로젝트리츠 전환을 독려하고 있다. 전환 허용 기간을 5월 29일에서 11월29일까지로 연장했고 전환 과정에서 취득세 납부 의무를 면제했다. 현물출자에 대한 과세 이연은 프로젝트리츠의 장점으로 꼽힌다. 개발을 위해 토지나 건물을 현물로 출자할 때 양도소득세를 당장 내지 않고 리츠 지분을 처분하는 시점까지 미룰 수 있다. 현재까지 프로젝트리츠는 9개가 설립 신고를 수리했다.

◇숙제도 많아…배당 주기 단기화 허용·취득세 면제 등 요구=다만 한국 리츠 시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상장 리츠의 시총 규모가 10조 원 수준이라 미국(2064조 원), 일본(156조 원), 싱가포르(110조 원) 등에 크게 못 미친다.

한국리츠협회는 배당 주기 단기화와 취득세 면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월배당 등 짧은 주기의 배당을 원하는 반면 상법상 리츠는 중간배당 실시를 통한 배당 주기 단축이 불가능하다. 배당락 규모 감소를 위해서라도 배당 주기 단축이 필요하다는 것이 리츠협회의 설명이다.

2014년 일몰된 리츠 취득 부동산에 대한 취득세 30% 감면 조항도 되살리기를 요구하고 있다. 리츠에 대한 취득세 감면은 국민이 주식을 통해 소액으로 리츠(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오피스 등 대형 우량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를 통해 주택에 집중되는 투기 문제 해소 및 주택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본과 미국이 낮은 취득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 또한 고려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제 대상에서 리츠를 제외해달라는 목소리도 있다. 지주회사 규제를 하는 이유는 기업의 문어발식 소유나 지배를 막기 위함인데 리츠는 다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임대 수익을 돌려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업이 이를 지배해 얻는 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조준현 한국리츠협회 정책본부장은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배당 가능액의 90%를 배당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고 투자자의 지분율만큼 배당을 지급하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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