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붐 탄 에너지 특수강…K철강 생존 돌파구
"데이터센터용 강재 늘리자"
현대제철 전담조직 만들어
포스코는 송전망 강재 개발
유럽 노리는 세아제강지주
해상풍력용 철재 생산 확대

국내 철강업계가 전력망·에너지저장장치(ESS)·해상풍력·데이터센터 관련 특수강재를 중심으로 '차세대 에너지 인프라'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에너지 분야 특수강은 극한의 품질 신뢰도가 요구되는 데다 최근 미국·유럽 중심의 공급망 재편(탈중국)과 맞물려 중국산 저가 공세를 따돌릴 수 있는 초고부가가치 시장으로 꼽힌다. 철강사들은 단순 범용 철강재 납품을 넘어 프로젝트 관련 특수강을 한꺼번에 공급하는 패키지 방식의 판매로 최근 실적 부진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1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주요 철강사들은 에너지 인프라 분야 특수강 시장 선점을 위해 전담 조직을 만드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먼저 현대제철은 이달부터 '차세대 전력 인프라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하며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현대제철의 북미향 ESS 인클로저(배터리 등 전력 설비를 보호하는 철제 케이스)용 강재 수주량은 공급 원년인 지난해 1만500t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5만2000t으로 목표치를 5배 상향했다. 봉형강 부문 내 데이터센터용 강재 매출 비중도 현재 3% 수준에서 6%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원자력 인프라 소재도 미래 핵심 먹거리로 키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4월 국내 철강사 최초로 미국기계기술자협회(ASME)로부터 원자력 소재 품질인증(QSC)을 획득했으며 소형모듈원전(SMR)용 후판 양산 체계를 구축했다. 이 밖에 현대건설과 부유식 해상풍력 독자 모델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하고 공동 특허를 출원하는 등 해상풍력 자재 분야에서도 상용화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데이터센터나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은 까다로운 품질 인증과 지정학적 무역 장벽이 존재해 중국산 저가 범용 철강재의 진입이 쉽지 않은 초고부가가치 시장"이라며 "기술력을 입증한 국내 철강사들에는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유리한 전장"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전력망과 데이터센터, 태양광 시장을 정조준했다. 한국전력과 공동으로 장거리 고압직류송전(HVDC) 철탑 전용 강재를 개발해 연간 9만t의 신규 수요를 확보했다.
포스코가 개발한 고내식 합금강판 '포스맥(PosMAC)'은 극한 환경의 태양광 구조물을 넘어 ESS 부품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공간 효율이 필수적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서버실 분야에선 맞춤형 빔 구조재인 'Pos-H'를 내세워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세아제강지주는 주력인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시장에서 굵직한 성과를 내고 있다. 총 사업비 2조6000억원 규모 신안 우이도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역대 최대 규모인 특수 후육강관 6만2000t을 전량 공급한다. 후육강관은 거센 파도와 발전기 하중을 견디도록 두께를 늘린 초대형 철제 파이프다.
영국 현지 생산법인인 '세아윈드'는 모노파일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을 기존 24만t에서 40만t으로 1.7배 증설했다. 모노파일은 후육강관을 이어 붙여 만든 거대한 해상풍력용 기둥이다. 세아윈드는 현재 공장 가동률 상향(램프업) 단계에 돌입했으며 올 연말 첫 완제품 출하를 통해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다질 예정이다.
동국제강그룹은 초대형 데이터센터의 초고하중을 견디는 특수 강재 '디-메가빔'을 출시했다. 이에 더해 데이터센터를 직접 건설하고 운영하는 신사업까지 적극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인프라 특수강 시장의 성장세는 매섭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레이츠리서치에 따르면 전력망·데이터센터 핵심 설비에 쓰이는 글로벌 전기강판 시장 규모는 2025년 451억달러(약 60조원)에서 2033년 755억달러(약 100조원)로 연평균 6.5% 성장이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전환과 AI 열풍으로 송전망, 데이터센터, 해상풍력 등 인프라 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며 "고부가가치 특수 강재를 앞세운 에너지 인프라 시장 공략이 철강사들의 새 먹거리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생애 첫 집이 지옥이었다”...대학생·신입생 52억 털어간 전세사기 일당 - 매일경제
- [단독] 한국GM 4조 배당 단행…8년 만에 ‘회생’ - 매일경제
- 여야, ‘소득하위 70% 10만∼60만원 차등 지원’ 추경안 유지 합의 - 매일경제
- 대통령 만난 민주노총···“AI로 발생한 기업 초과이익 환수해야” 주장 - 매일경제
- “토하고 설사했다”…‘천원의 아침밥’ 도시락 먹은 대학생 20명, 식중독 의심 - 매일경제
- “돈 포기하고 귀국하겠다” 절규…호르무즈 고립 선원 2만명, 임계점 도달 - 매일경제
- “서울 집값 잡히는 줄 알았는데, 왜 이리 뜨거워?”...강북 아파트 11억 돌파 - 매일경제
- [단독] “전세집 가보니 여대생 10여명 우르르”…불법하숙 운영하다 야반도주 - 매일경제
- “철도만 뚫리면 강남 10분대로 끊는데”…경기도 광주, 드디어 뜨나 - 매일경제
- ‘홍명보는 얼굴마담’ 인터뷰 논란…진짜 문제는 ‘전술 노출’ [MK초점]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