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이창용 “서학개미 발언 욕먹었지만, 그래도 얘기했을 것” [일문일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4년의 임기를 마치기에 앞서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10일 주재하며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미국·이스라엘-이란 등 두번의 전쟁과 초유의 비상계엄을 거쳤던 이 총재는 그동안 내렸던 금리 결정에 대해 “후회스러운 면은 없다”고 이날 소회를 밝혔다.
지난해 말 ‘서학개미’로 불리는 해외주식 투자자들을 환율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유행처럼 확산해 걱정된다”고 말해 논란을 빚은 것에 대해서도 “당시 11·12월엔 정말 해외 자본 유출이 많았다. 욕은 먹었어도 그 얘긴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전쟁 이후 환율이 1500원을 상회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현재 환율 상황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나.
“지난해 하반기 환율을 움직인 동인은, 또 서학개미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개인 투자자의 해외투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탓한 건 아니다. 누가 봐도 그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올해 2·3월 들어선 외국인 주식매도가 주도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전에 우리 주가가 굉장히 많이 올라서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고, 또 중동 사태가 있으면 우리나라가 영향을 많이 받겠다는 예상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환율은 중동 사태와 외국인의 매도세에 의해 주도되고 있어 작년 11·12월과는 차이가 있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한은의 외환시장 개입 효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저를 방어하는 쪽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란전 있기 전까지만 해도 1420원선으로 내려와서 ‘욕을 덜 먹고 나가겠다’ 하고 3월에 잠시 안심했는데 이란전이 터져서 다시 1500원선이 됐다. 그 당시에 이걸 개입하지 않고 그대로 뒀으면 환율이 절하되겠다는 기대를 더 잡아서 지금의 수준보다 더 높아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 당시 개입이 당연히 잘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의 주택시장 흐름 어떻게 보시나.
“부동산 정책은 정책 하나를 한다고 해서 단기적으로 결정될 문제가 아니다. 서울 중심의 주택가격 상승을 그대로 둔 채로는 우리나라의 장래가 없다. 지금 정부의 노력이 잘했다, 못했다를 떠나 상당한 정도의 노력이 지속해야 한다. 이번 정부뿐만 아니라 다음 정부도 계속해 부동산 가격 문제는 성공시키면 좋겠다.”
―임기 동안 내린 결정과 하신 말씀 중에 ‘다른 선택을 할걸’ 하는 부분이 있다면.
“두 개만 말씀드리면 ‘서학개미’. 그것은 지금 와서 다시 하라고 해도 ‘어떻게 다시 표현하지?’ 싶다. 언론보도가 제가 ‘쿨하다고 얘기했다’고 많이 나가서 차라리 그 얘기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나 후회가 된다. 그런데 저는 한은 총재로서 ‘비난받을 수 있다’고 해서 얘기를 안 하는 것보다, 욕을 먹었어도 그 얘기를 해서 (해외 자본 유출 관련) 제도 개선이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아마 얘기는 했을 것 같다. 또 크게 후회되는 건 지난해 11월 블룸버그와 인터뷰했을 때 ‘인하 기조에 있으면서 정책 기조 전환도 얘기할 수 있다’고 얘기했는데, 언론사에서 전부 ‘인상’이라고 떠서 이자율이 많이 올라 많은 곤란을 겪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인상으로 받아들였지?’ 싶지만 이렇게 당하고 나니 ‘다음부턴 그냥 얘기하지 말자’ 생각하고 있다.”
“금리 결정에 관해선 그렇게 후회스러운 면은 없다. 금리를 조기에 인하해 실기했다는 분들도 많았고, 지나고 보면 금리를 너무 안 올려서 환율이 이렇게 됐다고 비난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그러니까 양쪽이 균형이니까. 그래도 잘했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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