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피지컬 AI로 일자리 소멸"… 李 "공포감 가질 필요없어"
李 "현장 협조 없이 도입 불가"
고용 확대 긍정적 측면도 강조
민주노총 "노동영향평가 도입"
AI인한 초과이윤 환수 주장도
재계 "고용 유연성 확대 공감"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피지컬 인공지능(AI)이 노동자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노동계 우려에 대해 "너무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숙련노동을 로봇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노동자들의 협조와 관리는 필수"라며 AI 시대를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을 노동계에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초청 간담회에서 "AI 도입과 관련해 걱정이 크지만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피지컬 AI는 숙련노동을 로봇으로 대신해야 하므로 노동자들의 협조와 관리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한 '스마트 팩토리(지능형 공장)'가 고용 증가로 이어진 사례를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현장 통계를 보면 생산성이 늘어난 만큼 고용은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며 "스마트 팩토리를 개선하거나 유지하는 데 인력이 더 필요하더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리 인력을 새롭게 바깥에서 데려오기보단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을 재교육시키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고 빠르다고 하더라"며 "기존 노동자들의 입지가 좁아지기보단 되레 강화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 대통령은 생산 현장에 AI를 어떻게 적용할지를 놓고 정부와 노사가 함께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AI에 대한 공포감도 없애고 지식도 쌓고, 어떻게 활용할지 주체적으로 연구해야 하는데 정부에서만 하기 어렵다"며 "현장의 시각으로 AI 도입에 대해 공동 대응을 해나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숙련노동을 로봇으로 대신하는 피지컬 AI는 노동자들의 협조나 관리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회피할 게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측은 AI에 대한 '노동영향평가'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 현장에 피지컬 AI 도입이 가속화되면 일자리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AI 도입 과정에서 노동계 목소리를 더욱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피지컬 AI 도입은 일자리의 변화가 아니라 소멸"이라며 "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 시 환경영향평가를 하듯 이제는 노동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의무적으로 검토하는 노동환경평가를 전면 도입할 것을 제안드린다"고 밝혔다.
AI로 인한 기업의 초과이윤 환수도 주장했다. 양 위원장은 "AI가 위험한 일, 야간노동을 대신해 준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겠으나 자동화는 곧 일자리의 상실이라는 역사적 경험 속에서 많은 우려가 있다"며 "단순히 일자리 정책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 안전망, 노동권, AI로 발생하는 기업의 초과이윤 환수까지 종합적인 논의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개정 의지를 밝힌 '고용 2년 뒤 정규직 전환'을 골자로 하는 현재 기간제법과 관련해선 노동계가 과거 기간제법 개정에 반대 목소리를 냈던 점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2년이라는 기간이 없으면 기업에서 비정규직을 더 많이 채용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당시 기간제법과 현행 기간제법에 큰 차이가 없는 만큼 노동계도 찬성으로 돌아서는 것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계가 과거 자신들의 입장을 바꿔서 찬성으로 나올지, 노동계가 반대할 경우 정부와 여당이 정책을 끝까지 관철시킬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이 대통령이 언급한 고용 유연성 확대 논의에 힘을 보탰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높은 고용 경직성이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심화시키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제약하고 있다"며 "고용 유연성과 사회 안전망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고용 유연성 확대를 전제로 사회 안전망을 위한 기업 역할 강화에도 공감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른 관계자는 "기업은 고용 유연성이 높아지면 실업급여 보장 강화, 직업훈련과 전직 지원 서비스 확충, 청년 고용 확대 등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비정규직 보호법 개정 필요성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기간제는 대체·축소가 가능한 업무 영역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어 2년 안에 정규직으로 전환될 만큼 능력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며 "기간제법상 근로계약 기간을 현행보다 더 확대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 대통령이 민주노총 측에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 달라고 한 발언을 놓고 노사 대화합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재계 관계자는 "중동 사태와 AI 대변혁 등으로 많은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며 "이번 회동을 계기로 투쟁의 역사를 끝내고 노사 협력의 미래를 여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오수현 기자 / 정석환 기자 / 정지성 기자 / 박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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