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보다 수송비 저렴"…日 물류공룡, 부산항을 허브로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 2026. 4. 1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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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NX익스프레스, 부산항 물류 서비스 본격 가동
日 31개 지방항과 연결망 구축
부산 거쳐 전세계로 화물 배송
초과근무 규제로 운송비 뛴 日
부산 경유땐 비용 절반으로 뚝
지진 대비 대체 운송망 효과도
부산, 亞 물류 허브 입지 강화

일본 최대 물류회사인 NX익스프레스(일본통운)가 자국 내 항구가 아닌 부산항을 핵심 물류 거점으로 삼고 전 세계로 화물을 배송하는 서비스에 나섰다. 경직됐던 한국과 일본 관계가 2023년을 기점으로 훈풍을 타기 시작하면서 이제 양국 경제협력 분야에서도 가시적 성과가 나온다는 평가다.

10일 NX익스프레스는 '부산허브×일본지방항' 서비스를 본격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2023년 12월 준비를 시작해 그동안 화주(고객)를 모집해왔다. 최근 제반 준비가 마무리되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에 힘을 쏟기 시작한 것이다. 1937년 설립된 NX익스프레스는 일본 1위이자 세계 5위권 물류회사로 꼽힌다. 일본 주요 항구와 전 세계 항구를 잇는 해상 수송에 특히 강점이 있다.

부산허브 서비스의 핵심은 NX가 일본 수출의 70%를 담당하는 5대항인 도쿄·요코하마·나고야·오사카·고베가 아닌 부산항을 세계 물류 수출의 허브로 삼았다는 점이다. 기존 일본 업체의 수출 경로가 '공장→5대항→목적지'였다면, 부산허브 서비스는 '공장→일본 지방항(31개)→부산항→목적지'를 거치게 된다.

NX가 부산허브 서비스를 내놓은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일본에서 '2024년 문제'로 불린 트럭 운전사 시간 외 근로 제한을 꼽을 수 있다. 2024년 4월부터 그동안 제한이 없었던 트럭 운전사의 연장 근무 시간이 연간 960시간으로 줄어든 것이다.

저출생·고령화로 트럭 운전사 수급도 어려운 상황에서 근로 시간 제한으로 2024년에만 운전사 14만명분에 해당하는 수송량이 감소했다.

수송량 감소는 운송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당장 시행 첫해 표준운임이 8% 올랐다. 일본 육상 수송 비용이 한국보다 5배가량 비싼데, 이 격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러한 비용 상승으로 인해 부산항이 상대적으로 각광받게 됐다. NX에 따르면 일본 동북부 지역인 아키타현의 공장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40피트 컨테이너 1개를 보낼 경우 도쿄항을 이용하면 54만엔(약 500만원)이 든다. 하지만 일본 지방항인 아키타항에서 부산항으로 화물을 보낸 뒤, 이를 LA로 보내는 루트는 29만엔(약 270만원)으로 절반 수준이다.

두 번째는 '업무 연속성 계획(BCP)'의 문제다. 일본 수출입 물동량의 70%가량을 차지하는 5대항은 일본의 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난카이 해곡 대지진'의 영향권에 있다. 일본 정부는 30년 내 난카이 대지진이 발생할 확률을 80%로 보고 있다.

가도노 다카히로 NX익스프레스 국제해운총괄부 매니저는 "항구 기능이 마비되면 일본의 수출 기업은 수출길이 막히게 된다"며 "많은 기업이 BCP 관점에서 부산항의 역할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공장 자동화 설비 분야에서 세계 1위인 일본 SMC가 최근 BCP를 염두에 두고 NX와 서비스 협정 계약을 체결했다. SMC는 부산항의 NX 창고에 주요 제품을 운송한 뒤, 이를 세계 각국으로 수송한다는 계획이다. 급한 부품은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항공편도 활용한다. 일본으로 부품 등을 수입할 때에도 해당 루트를 활용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부산항의 경쟁력도 NX 서비스 출시에 긍정적 역할을 미쳤다. 세계 주요 항구와의 정기 항로가 260여 개로 일본보다 월등히 많고, 연간 컨테이너 처리량도 약 2400만TEU로 일본 1위인 도쿄항의 5배에 달한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해운사 HMM을 포함한 해운 동맹인 프리미어 얼라이언스(HMM·ONE·양밍)가 유럽과 일본을 잇는 정기 직항로를 없앴다. 그 대신 이달부터 부산에서의 환적 역량을 강화하면서 부산항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박제성 부산항만공사 일본대표부 대표는 "부산항 전체 물량의 57%가 환적 물량일 정도로 항구에서의 빠른 업무 처리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부산항의 업무 속도를 일본 5대항이 따라오지 못하면서 부산 허브 서비스를 이용해도 시간 면에서 큰 불이익은 없다. 가도노 매니저는 "도쿄항이나 부산항에서 LA로 가는 해상 운송은 평균 15일 정도 걸린다"며 "부산항에서 하역 작업만 순조롭다면 도쿄항 이용 때 20일, 부산항은 25일 정도"라고 설명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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