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주택 좁은 계단 올라가니 … 옥탑 속 숨겨진 비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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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꼭 대학로에서만 봐야 하나요."
100여 개의 극장이 밀집한 대학로는 명실상부 연극의 성지다.
주택가 골목, 동네 서점 안에 숨어든 이 극장들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극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던 장소에서 연극을 접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일반적인 극장이라면 약점이 됐을 소음이 이곳에서는 공간과 연극의 일부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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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10년차 된 '신촌극장'
신인 연출가엔 꿈의 무대
카페 품은 '연희예술극장'
서점극장 '라블레'도 눈길

"연극을 꼭 대학로에서만 봐야 하나요."
100여 개의 극장이 밀집한 대학로는 명실상부 연극의 성지다. 그러나 최근 대학로 바깥에서 저마다의 개성을 앞세운 소극장들이 주목받고 있다. 주택가 골목, 동네 서점 안에 숨어든 이 극장들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극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던 장소에서 연극을 접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일상과 분리된 세계를 잠시 통과하고 나왔을 때 느껴지는 연극의 여운과 삶의 생경함이 한층 더 크고 선명하게 다가온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정문 건너편 굴다리 인근의 조용한 주택가. 빌라 옥탑으로 올라가는 좁은 계단 끝 검정 미닫이문 너머로 '신촌극장'이 자리 잡고 있다. 2017년 6월 크라우드펀딩으로 문을 연 이 극장은 객석이 18개에 불과하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는 희미하고, 시시때때로 인근 철로에서 열차 소리가 새어 들어온다. 일반적인 극장이라면 약점이 됐을 소음이 이곳에서는 공간과 연극의 일부로 받아들여진다. 공연이 끝나고 문을 열면 조용한 골목의 일상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개관 10년 차에 접어든 신촌극장은 매년 극장 측이 직접 창작자에게 공연을 제안해 라인업을 꾸린다. 대관료 대신 티켓 수익을 분배해 신진 창작자들이 부담 없이 실험할 수 있는 구조다. 연극계에서는 신촌극장의 라인업이라면 믿고 볼 수 있다는 평가가 자리 잡았고, 신인 연출가나 극작가라면 한 번쯤 서보고 싶은 무대로 꼽힌다. 이번 4월에는 이지수·이애리 공동 연출의 '코끼리, 한'과 극단 음이온 김상훈 연출의 '갈대밭의 에듀케이션'이 무대에 오른다.
연희동의 '연희예술극장'은 극단 이방인의 신재철 대표가 설립한 공간이다. 음료를 마시며 공연을 관람하는 프랑스의 '카페 테아트르' 문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2022년 서울시 창작극장, 올해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 공연예술 창작 공간으로 선정되며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대표 프로그램인 '모자이크 페스티벌(MOSF)'은 대학 졸업 3년 이내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창작과 발표의 기회를 제공하는 축제로, 올해 9회째를 맞았다. 이번 4월에는 극단 문지방의 '이해의 적자'가 무대에 오른다. 조지원 연출의 이 작품은 지난해 초연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했으며, 체험형 이머시브 연출과 2면 무대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마포구 염리동, 경의선 숲길 인근 주택가에는 '서점극장 라블레'가 있다. 2021년 4월 문을 연 이곳은 낮에는 세계문학 서점, 밤에는 비밀극장으로 변신한다.
문학 연구자와 연극인이 함께 꾸린 이 공간은 처음부터 '서점으로 위장한 소규모 극장'을 콘셉트로 설계됐다. 1950년대 연와조 건물을 리모델링한 내부에는 반원형 볼트 천장의 동굴서점이 숨어 있다. 공연 시간이 되면 서점 카운터가 매표소로 바뀌고, 커튼 너머로 열 명 남짓한 관객이 옹기종기 모여 앉으면 공연이 시작된다.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낭독극이나 안톤 체호프 원작 공연이 종종 펼쳐지며, 소규모 공연은 매번 매진돼 치열한 티케팅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다만 서점 운영은 이달 25일까지만 계속되고, 이후에는 극장 운영에 주력하기로 했다.
대학로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연극을 소비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연극은 보고 싶지만 대학로가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연극을 잘 모르지만 주목받는 신진 창작자들의 작품을 접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한번 알아볼 만한 공간들이다.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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