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오래된 오만, 대구 민심의 역습 [김수민의 일침일갈]
달라진 대구 민심 “김부겸과 與는 달라”…“金, 이번에 되면 다음은 대선”
(시사저널=김수민 시사평론가)
올해 6·3 지방선거의 '핫 플레이스'는 어디인가. 당초에는 부산·울산·경남(PK) 등 동남권을 꼽는 사람이 많았지만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현재 스코어로는 대구가 1위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출마 선언 전후, 여러 여론조사는 그의 급등과 우세를 보여줬다. 전조 현상도 있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구·경북(TK) 지지율이 거의 동률로 나온 여론조사들이다. 국민의힘은 정녕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는가.
2025년 제21대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대구 지역 득표율은 23.22%(37만9130표)였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이 대통령의 3배쯤인 67.62%(110만3913표)를 얻어 압도적 우세를 과시했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높은 지지율을 대하는 기본 태도와 가설로는 어느 쪽이 적절할까. 먼저 1번은 "저것은 거대한 한 덩어리 표심"이라는 가설. 다음은 2번으로 "지지율이 저렇게 높을수록 그 내부 구성은 다양할 것"이라는 가설.

대구, '정권 견제론' 대신 李 '개발론'에 기대감
필자는 2010년 경북 구미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어 4년간 기초의원을 지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의 독주에 대항하는 입장이었다. '대선주자 박근혜'와 '대통령 박근혜'의 전성기가 그즈음이다. 2012년 대선, 그의 구미 지역 득표율은 80%였다. 하지만 필자는 알고 있었다. 공단 위기설 때문에 평소 새누리당 지지율보다 높게 나왔다는 것을. 평소의 그 지지세도 실은 다양한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그 지지층이 진짜로 '한 덩어리'라면 필자는 무사하지 못했을 터다. 삼면이 바다라 해도 수심이나 파고는 다 같지 않다.
몇 해 지나 실제 국민의힘 지지층의 균열이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2016년 총선에서 대구 지역 12개 선거구 중 11곳에 후보를 내 3곳에서 패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선 구미시장을 민주당에 내줬다. 이 선거구들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의 득표율은 35~40% 수준이었다. 그러고도 국민의힘은 자신의 지역 고정 지지율이 60~70%대라고 믿어온 것 같다. 승자의 오만이다. 등잔 밑이 어두웠다.
국민의힘은 2022년 광주광역시장 선거에서도 배운 바가 없었던 모양이다. 민주당 후보가 압승했지만 투표율은 37.66%에 불과해 '광주 민심이 민주당에 강력 경고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것이 TK의 국민의힘에는 '소백산맥 건너 불구경'이었나 보다. 사실 광주야 민주당의 라이벌이 없어 '투표율 저하'로 끝났지만, 대구는 '지역 제1당 패배'로 이어질 공산이 있는데 말이다.
국민의힘이 왜 자만했는지 짐작은 간다. 민주당은 2020년대 들어 TK에서 다시 부진에 빠졌다. 그런데 그것은 전적으로 민주당이 부족한 탓이지 국민의힘이 잘해서가 아니었다. 3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TK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일상적인 경쟁을 벌일 만한 조직력과 활동성을 갖추지 못했다. 2010년대 이후 PK의 민주당과는 크게 다르다. 둘째, 조직력을 만회할 스타 정치인이 추가 배출되지 못했다. 김부겸, 홍의락 등 유명 정치인이 뒤로 물러나면서 커다란 공백이 생겼다. 셋째,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전국 정치 지형에서 민주당 우위가 굳어지면서 이를 향한 견제 여론이 강해졌다.
이번 선거는 조건이 달라졌다. 그사이 민주당의 지역 조직력이 딱히 나아진 것은 아니다. 다만 김부겸이 돌아온 것은 큰 변화다. 그는 험지에 네 번이나 출마한 투지와 포용적 인상을 겸비하고 있다. 민주당이 싫은 사람도 김부겸을 민주당과 똑같이 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후보 자신은 고개를 젓지만, 이미 입소문은 퍼지고 있다. "이번에 되면 다음은 대선이데이." 밀도 높은 대도시라 금세 퍼질 것이다. 이 지역은 요즘 정권 견제 심리도 강하지 않다. 이재명 정부의 민생 행보와 지역 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돈다.
물론 이뿐이라면 김부겸 전 총리는 '박빙 열세'였을지 모른다. 결정적으로 김부겸의 우세를 만들어준 것은 국민의힘이다. 그동안 국민의힘 지도부는 '하다 안 된다 싶으면' 대구를 찾았지만 지역 여론은 더 악화되었다.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한 자식이 부모에게 "논 좀 팔아주세요" 하며 손이나 벌리면 누가 곱게 보겠나.
TK에서 국민의힘이 보수의 혁신과 확장을 주창하는 것도 아니다. 2010년 전후와 대조적이다. 당시 한나라당이 무상보육, 재벌마트 규제 등 정책들을 꺼낼 때, 그 선두에는 김성조·김태환 의원 등 TK 정치인들이 있었다. 전통 지지층에서도 복지 확대와 상생 경제를 요구하는 여론이 있었고, 정치 리더가 지지층을 인도한 측면도 있었다. 반면 지금 국민의힘은 "외연 확장을 하려면 지지층부터 다져야 한다"는 신조만 되풀이한다. TK는 그 무대로 쓰일 뿐이다. 지역 지지층을 통째로 '태극기 부대'나 '윤 어게인'으로 취급하는 꼴이다.
"與 심판은 나중 일…일단은 '국힘 심판'부터"
나아가 장동혁 대표 취임 이후 국민의힘은 적극적 지지자까지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경북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김재원 최고위원의 선거운동 현장을 보라.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 고성과 원성이 나온다. "당신들끼리 싸우지 말고 민주당하고 싸워라!" "한동훈을 왜 쫓아내나." 이에 비하면 민주당의 갈등과 내분은 별일도 아니다. 진짜 신스틸러는 누구인가. 재미없이 ABC론이나 펴는 유시민인가, "더 큰일을 하라"면서 F(컷오프)를 주는 이정현인가.
국민의힘 지지층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두고 세 부류로 나뉜다. 아직도 탄핵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부류. 탄핵에 거부감이 있었지만 '승복'과 '현실 인정'으로 선회한 부류. 탄핵에 찬성했거나 적어도 저항하지는 않았던 부류. 세 번째 부류는 아예 무시당했고 두 번째 부류도 동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구에서도 지는 길을 자로 잰 듯이 밟아왔다.
2018년 지선에서 국민의힘은 대구·경북 광역단체장직을 지켰다. 그때는 지역 유권자들이 '민주당의 전국 석권'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지난 8년 동안 유권자들은 새로운 경험을 했다. 연달아 대승하던 정당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는가 하면, 반성 없이 정권을 되찾은 정당은 역대급 재앙에 빠졌다. 자연스레 이런 결론이 확산된다. '민주당의 잘못은 나중에 심판할 기회가 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국민의힘부터 확실히 심판하자.' 대구 민심은 국민의힘에 이렇게 읊조리고 있다. "괘안타. 선거 한 번 진다고 죽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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