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 1천억 패소 판결, 이혼소송에 주는 두 가지 시사점

주재한 기자 2026. 4. 1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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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미이행 ‘신의성실 조건에 반한다’ 판단···이혼 소송 변수되나
RPG 부문 가치 8.8조 원 판결···기업 가치 산정에 ‘새 국면’
스마일게이트 창업주 권혁빈 최고비전책임자. / 이미지=시사저널e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스마일게이트가 투자사 라이노스자산운용과의 1000억원대 IPO(기업공개) 약정금 소송 1심에서 패소하면서 이 판결이 권혁빈 창업주의 조 단위 이혼소송에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법원은 회계처리를 이유로 한 상장 의무 소멸 주장에 대해 "신의성실 조건에 반한다"고 판단했는데, 배우자 측은 이를 권 창업주의 경영 판단에 대한 공세 근거로 삼는 동시에 이번 판결에서 도출된 기업가치 산정 수치를 재산분할의 새로운 지표로 활용할 방침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재판장 남인수 부장판사)는 최근 라이노스가 스마일게이트를 상대로 낸 약정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액 1000억원을 모두 인정하는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앞서 라이노스는 2017년 스마일게이트RPG 전환사채에 투자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이익이 발생할 경우 상장을 추진하기로 약정했다. 이후 회사가 회계처리를 이유로 상장을 추진하지 않자 라이노스는 이에 반발해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스마일게이트RPG가 상장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상태였음에도 비용 반영 등을 통해 상장을 추진하지 않은 것은 계약상 의무를 사실상 무력화한 것으로 보고 신의성실 원칙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회사가 전환사채 전환권을 부채로 분류하면서 공정가치 평가손실을 반영하고, 여기에 주식보상비·특별상여금·기부금 등 대규모 비용을 추가로 계상해 당기순이익을 약 5400억원 수준에서 1400억원대 순손실로 전환한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회계처리로 상장 추진 의무가 소멸된 것처럼 보이는 외관이 형성됐다고 봤다. 또한 이러한 방식이 회계기준상 허용될 여지가 있더라도, 계약상 상장 의무를 회피하는 결과를 초래한 이상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신의칙에 반한다' 판결, 이혼 소송 내 '도덕성 공방' 불붙이나

이번 판결은 이혼소송에서 권 창업주의 유책 사유를 부각하려는 이씨 측의 주장에 화력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이씨 측은 그간 권 창업주가 재산 분할 규모를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업 가치를 저평가해왔다고 주장해왔는데, 법원이 이번 상장 미이행 과정을 '상장 의무를 형해화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고 짚었기 때문이다.

이씨 측은 사법부가 기업 경영 과정에서 신의성실 원칙에 어긋나는 부당함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이를 개인의 도덕적 결함으로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나아가 이씨 측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장기 별거 등 '실질적 파탄 상태'를 강조하며 재판부에 혼인 관계의 회복 불가능성을 피력하고 있다.

◇'RPG 부문 가치 8.8조' 판결…감정인 상단 평가에 무게 실려

재산분할의 핵심인 기업가치 산정에서도 이번 판결은 이씨 측에 유리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현재 이혼소송 재판부가 지정한 감정인은 평가 방식에 따라 최저 5조원대(상증세법)에서 최고 9조원대(현금흐름할인법) 사이의 가치 산출 결과를 내놓은 상태다.

그간 권 창업주 측은 특정 평가 방식을 고집하기보다 "재판부의 판단을 기다린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번 약정금 소송에서 법원이 통합법인의 핵심 축인 RPG 부문의 가치만 약 8조800억원으로 산정하면서, 재판부 감정 결과 중 하단 가액(5조원대)의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통합법인의 한 사업 부문 가치가 전체 감정액의 최저치(5조원대)를 크게 상회한다는 사실은, 향후 재판부가 최종 분할 가액을 결정함에 있어 상단 가액에 힘을 실어주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 측은 법원이 공식 인정한 이번 RPG 부문의 가치 산정 결과를 통합법인의 재산 가치를 증명할 핵심 근거로 재판부에 즉각 제시할 방침이다.

한편 스마일게이트 측은 이번 판결과 권 창업주 개인 소송과의 연관성에 대해 강하게 선을 긋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법원도 IFRS(국제회계기준)상 CB를 부채로 분류하는 회계 처리 자체는 정당성을 인정했다"며 "다만 상장 약정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신의칙 위반이라는 판단이 나온 것일 뿐, 상장을 피하기 위해 인위적인 조작을 가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 가치 저평가 논란에 대해서도 "권 창업주 측은 재판 과정에서 특정 평가 방식을 고수하거나 낮은 가치를 주장한 적이 없으며, 재판부의 객관적 판단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스마일게이트 측은 이번 약정금 소송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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