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로미오와 줄리엣의 아버지는 셰익스피어가 아니다"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6. 4. 1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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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은 고결한 사랑 이야기로 널리 회자된다.

그런데 우리가 잘 모르는 게 한 가지 있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루이지 다 포르토의 '새롭게 발견된 두 고귀한 연인 이야기'에 수록된 '가우리에타와 로미오'가 원전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독자는 안토니오에게서 '살 1파운드'를 베어가려 했던 유대인 샤일록만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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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희·비극에 깃든 '비밀'을 사유하는 책

'로미오와 줄리엣'은 고결한 사랑 이야기로 널리 회자된다. 그런데 우리가 잘 모르는 게 한 가지 있다. '로미오의 줄리엣'의 원천 창작자는 셰익스피어가 아니란 사실 말이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루이지 다 포르토의 '새롭게 발견된 두 고귀한 연인 이야기'에 수록된 '가우리에타와 로미오'가 원전이다. '사랑에 빠진 로미오, 무도회에서 두 사람의 만남, 줄리엣 부모의 결혼 종용, 싸움과 로미오의 추방, 신부의 도움과 가짜 죽음, 두 사람의 죽음과 양가의 화해'를 다룬 포르토의 이야기를, 셰익스피어가 연극으로 세련되게 바꾼 것이다.

진영종 성공회대 교수의 책 '셰익스피어 컬렉션'은 통념을 뒤집는다. 독자는 모르는 비화가 페이지마다 펼쳐진다.

우선 책에 서술된 흥미로운 대목은 '불량 4절판'에 관한 부분이다. 셰익스피어의 연극 대본은 정식 출간 전에 해적판부터 유통됐다.

'4절판'이라고 불린 이유는 종이를 두 번 접어 네 면이 나오게 만드는 방식 때문이었고, 이는 불법이었다. 해적판은 셰익스피어의 극단을 나온 배우가 암기한 대본을 기록해 제작됐는데, 외우지 못한 상대 배역들의 대사는 고용된 다른 사람이 공연을 보며 외워서 채워졌다. 지금 기준으론 완전한 불법이었던 셈.

그런데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불량 4절판'이 오히려 재평가를 받고 있다. 기억을 더듬어 베꼈든, 통째로 대본을 갖고 나왔든 당대 공연과 가장 밀접한 이유 때문이다.

17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새롭게 번안되기도 했다. 왕을 살해하거나 죽은 왕을 대신해 새 왕이 즉위하는 이야기는 정치적 이유로 무대 상연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번안된 작품에선 리어왕이 '행복하게 잘 사는' 결말을 맞이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우리가 잘 아는 '베니스의 상인'을 둘러싼 대목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햄릿' 주인공은 '햄릿'이고 '리어왕' 주인공은 리어왕이다. 그런데 '베니스의 상인'을 유심히 보면 주인공이 모호하다. 일단 '상인'에 해당하는 인물은 바사니오를 위해 돈을 빌렸다가 위기에 처하는 안토니오다. 그런데 이 작품의 독자는 안토니오에게서 '살 1파운드'를 베어가려 했던 유대인 샤일록만 기억한다. 안토니오는 이 작품에서 배경화된다. 그런데 또 샤일록이 주인공도 아니다. 샤일록은 좀 늦게 나왔다가 재판 종료와 함께 퇴장한다. 주인공은 누구란 말인가.

책은 셰익스피어를 '거대한 성'으로 비유한다. 수많은 사람이 셰익스피어라는 이름의 견고한 성을 만들어냈다. 새롭게 해석하기 위해선 미로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는 두려움을 수반한다. 하지만 저자는 두려움을 떨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새로운 셰익스피어'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그건 하나의 자유로움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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