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촉법소년 앞에서 작아지는 경찰… 소년법상 조사 권한 마련 나선다
압수수색·강제출석 등 조사 어려워
비행청소년 신고에도 조사 못해
작년 촉법소년 2만1095명 검거
살인·강도·강간 등 수법도 잔인
소년부 송치 후 재조사 비효율도
전문가 “경찰 조사 제도적 마련”

경찰이 14세 미만 촉법 소년에 대한 조사 권한을 법에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촉법 소년 연력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언급하면서 촉법 소년 제도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해 지자 경찰도 선제적으로 제도 보완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경찰은 현행 소년법에 경찰의 조사권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압수수색이나 강제 출석 요구 등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없는 한계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최근 소년법에 경찰의 조사 권한 규정을 신설하기 위한 연구 작업에 착수했다. 경찰은 현행 소년법상 조사권 부재로 인해 발생하는 한계와 현장 문제를 분석한 뒤, 소년사건 접수와 임의동행, 조사 절차 등을 포함한 입법 모델을 마련할 방침이다. 최근 소년범죄가 고도화·지능화 됨에 따라 수사도 복잡해지고 있어 사건 초기 수사단계에서부터 면밀한 사실관계 파악과 비행 원인 진단이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경찰은 현장 경찰관을 대상으로 출석요구 거부나 증거확보 실패 등 구체적인 사례를 수집하는 한편, 경찰 단계에서 조사가 미흡할 경우 소년부 송치 이후 재조사로 이어지는 일이 빈번하다는 비효율성 등을 진단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소년 사건 접수, 임의동행, 조사 절차 등에 대한 입법모델을 설계해 출석요구나 조사, 압수수색 등 관련 현장 애로사항을 해소할 수 있는 개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소년범 전문가참여제 등 소년의 특수성을 반영한 전문가의 의견조회도 조사단계에서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근거조항도 마련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인권보호 등 우려에 대해서는 조사목적·이유·향후 진행절차 등을 설명하고 보호자나 변호인의 참여권을 실질화하는 등 수사권 남용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갖춰 대응할 방침이다. 촉법소년 선별송치나 경찰 선도제도 규정에 대한 입법안도 병행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 소년법은 촉법소년 사건의 실체 파악과 처분 권한을 기본적으로 소년법원의 전속 권한으로 보고 있다”며 “최근 촉법소년 연령 하향 문제 등 제도 전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경찰도 조사 권한 마련 등 보완책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소년법은 촉법소년 사건에 대한 권한을 가정법원 소년부 또는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여하고 있다. 조사와 관련해서도 소년부 판사가 조사관에게 심문 등 필요한 조사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경찰의 조사 권한은 명시하고 있지 않다. 경찰과 관련한 규정도 죄를 범한 소년에 대해 관할 경찰서장이 직접 관할 소년부에 송치해야 한다는 내용에 사실상 그치고 있다.
때문에 교육현장에서 학교폭력 문제 등으로 인한 신고가 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들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경찰 조사는 적정 절차 위반 및 인권 침해 논란의 우려가 있는데다 감찰이나 민원 등 우려도 있어 경찰이 소극적으로 업무에 나설 수밖에 없다. 각 학교에 학교 현장에서 학교폭력 등 문제를 담당하는 SPO(학교전담경찰관이)가 있긴 하지만 SPO는 소년법 관련이 아니더라도 수사 권한 자체가 없다.
경찰이 촉법소년을 상대로 손을 쓰지 못하는 사례는 빈번하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에서 여성청소년 관련 범죄를 수사한 경험이 있는 다른 경찰관은 “매번 경찰들이 학교로 출동하지만 현장에 나가도 학생들이 거부한다면 조사는 고사하고 인적사항조차 알아낼 수 없는 등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학생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한다 하더라도 사후에 촉법소년인 것으로 밝혀지면 난처해지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학생들이 경찰을 무서워하지 않는 이유”라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 관할 지구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순찰팀원 A 씨 또한 최근 초등학생들이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내용의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해 이들의 인적사항을 조사하려 했지만 “이름을 알아서 뭐할거냐”라며 되레 소리를 지르거나 경찰을 비하하는 표현을 뱉기 시작해 주의만 준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고 밝혔다.
촉법소년 범죄는 증가 추세다. 10일 법무부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촉법소년 범죄는 최근 4년 사이 80%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경찰에 검거된 만 촉법소년은 2만1095명으로, 지난 2021년 1만1677명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는 10세 이상의 소년인 ‘우범소년’과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범죄행위를 한 소년을 의미하는 ‘범죄소년’을 합하면 총 5만 136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살인·강도·강간·추행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은 2021년 479명에서 지난해 826명으로 늘어나며 수법 또한 잔인해지고 있다.
전문가들도 촉법소년에 대한 경찰의 조사 권한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촉법소년 관련해 수사나 처벌에 어려움 있다보니 시민들이 봤을 때 경찰이 소년 범죄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경찰의 사기가 꺾일 우려가 있다”라며 “경찰이 본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촉법소년 관련해 전반적으로 들여보고 개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성인의 경우 바로 강제력을 동원한 수사를 할 수 있는데 나이만 어린 흉악 소년범, 흉악 지능범의 경우 촉법소년이다보니 조사에 한계가 있다”라며 “일관된 행정 규칙 내지 매뉴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양지혜 기자 hoje@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멜라니아, 깜짝 생방송 성명 “트럼프, 엡스타인이 소개한 것 아냐...관계없다”
- “한국 많이 찾겠더라?” 스타덤에 오른 韓 방산...이스라엘 언론 “가장 이득 본 국가 중 하나”
- 5년 앞 내다보는 AI 등장…젊은 유방암 환자도 재발 걱정 덜었다
- 전쟁 때문에 지하철도 못 타...“어르신, 1시간 늦게 출근하세요”
- 훠궈부터 밀크티까지…중식에 빠진 MZ에 실적도 훨훨
- 트럼프 “큰 돈 벌게 될 것”…호르무즈 ‘재개방 통행료’ 얼마 나올까
- 건강 위해 매일 러닝 했는데...수명 연장 효과 가장 큰 운동은 ‘이것’
- “그냥 지금 사는 게 낫겠다”…30대 ‘내 집’ 마련하러 우르르 몰린 ‘이 지역’
- “새벽배송하던 쿠팡맨이 사람 살렸다”...제주 아파트 화재 진화한 의인
- 지리산·한라산 ‘초비상’…“이대로 가다간 다 죽는다” 섬뜩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