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 당장 ‘이렇게’ 빼야”… 방치하면 파킨슨병 위험도 커진다고?

최승욱 2026. 4. 1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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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만 명 추적…손 떨리기 훨씬 전부터 이상 신호 쌓여, 발병 위험 최대 51% 높아져
창밖을 바라보는 평온한 순간에도 몸의 변화는 먼저 쌓일 수 있다. 복부 비만과 혈압 상승, 이유 없는 우울감은 파킨슨병 발병 이전 단계에서 나타나는 신호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혈압이 오르고, 허리둘레가 늘고, 이유 없이 우울하다. 이 세 가지가 겹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서 파킨슨병 이상 신호가 손 떨림보다 훨씬 먼저 쌓이고 있다는 사실이 45만 명 추적 연구에서 드러난 바 있다. 위험요인이 3개 이상이면 발병 위험은 최대 51% 높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 파킨슨병 진료 인원은 14만3441명으로 4년 새 14% 늘었다.

세계적으로도 환자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 수도의대 부속 베이징천단병원 타오펑 교수팀은 국제 학술지 《영국의학저널(BMJ)》 2025년 3월호 연구에서 2021년 기준 전 세계 환자를 약 1177만 명으로 추산하고, 2050년에는 2521만 명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혈압·뱃살이 파킨슨과 무슨 상관?

중국 정저우경공업대·상하이교통대 의대 부속 상하이제9인민병원 공동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대규모 건강정보 데이터베이스) 등록자 45만 명을 장기 추적했다. 복부 비만·혈압·혈당 이상 등 신체 지표와 우울·스트레스·사회적 고립과 같은 요인을 종합 평가한 결과, 위험요인 3개 이상인 집단은 1개 이하보다 파킨슨병 발생 위험이 33~51% 높았다. 2025년 1월 국제 학술지 《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에 발표된 결과다.

연구팀은 이 요인들을 관리할 경우 환자 3명 중 1명은 발병을 피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위험요인 기여도로 계산한 이론적 수치다.

국내 연구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강성훈 교수팀은 93만8635명을 추적한 결과, 우울증이 있으면 파킨슨병 위험이 약 1.6배 높다는 분석을 2023년 《신경학(Journal of Neurology)》에 발표했다. 당뇨병·골다공증·고혈압·이상지질혈증(혈중 콜레스테롤·중성지방 이상)도 의미 있는 연관성을 보였다.

물컵을 드는 일상적인 손동작만으로는 변화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파킨슨병은 이런 상태에서 시작돼 이후 손 떨림 같은 운동 증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금 내 몸 상태, 이미 시작된 것일 수 있다

파킨슨병의 전조 신호는 운동 증상보다 훨씬 먼저 나타난다. 렘수면행동장애(자다가 소리를 지르거나 팔다리를 휘두름), 후각 저하, 만성 변비, 설명되지 않는 우울감이 대표적이며 수년, 길게는 수십 년 앞서 나타날 수 있다.

2020년 일본 나고야대가 《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연구에서도 발병 전 변화가 확인됐다. 환자 45명과 건강한 대조군 120명을 비교한 결과, 여성에서는 발병 6년 이상 전부터 수축기 혈압(심장이 수축할 때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이 평균 약 10㎜Hg 높았고, 남성에서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이필휴·정석종·박찬욱 교수팀은 초기 파킨슨병 환자 474명을 평균 3.5년 추적한 결과, 시각·공간 인지능력이 먼저 떨어진 환자는 기억력 저하가 먼저 온 경우보다 치매로 진행될 위험이 7.3배 높다고 2025년 1월《알츠하이머병과 치매(Alzheimer's & Dementia)》에 발표한 바 있다.

허리둘레 증가와 혈압 상승에 더해 후각 저하, 수면 중 이상 행동, 설명되지 않는 우울감이 이어진다면 신경과 진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운동하고 덜 먹으면 정말 달라질까?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뇌 유래 신경영양인자(BDNF, 뇌세포의 생존과 성장을 돕는 단백질) 분비를 촉진해 신경세포 생존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단도 영향을 미친다. 채소·생선·올리브유 중심의 식사는 위험 감소와 연관이 있고, 가공식품은 덜 먹는 것이 좋다.

파킨슨병은 완치가 어렵지만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초기에는 약물 치료와 운동만으로도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약효가 떨어지는 단계에서는 뇌심부자극술(DBS, 뇌 특정 부위에 전극을 삽입해 전기 자극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시술)을 추가로 고려할 수 있다.

근본 치료를 향한 연구도 진전되고 있다. 2025년 일본 교토대 연구팀은 iPS세포(몸의 세포를 역분화시켜 만든 줄기세포) 유래 도파민 신경세포 이식으로 환자 7명에게서 중대한 부작용 없이 운동 기능 개선을 확인했다.

치료법이 발전하고 있지만 환자를 위한 지원 체계는 아직 갈 길이 멀다.

4월 11일 세계 파킨슨병의 날을 맞아 올해 세계 파킨슨 단체들은 두 가지 메시지를 내놨다. 유럽 내 환자 권익 단체인 파킨슨스 유럽(Parkinson's Europe)은 '돌봄 격차를 메워라(Bridge the Care Gap)'를 내걸었다. 진단 이후에도 의료·돌봄 지원이 환자에게 자동으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를 지적한 것이다.

80개국 단체가 참여한 세계파킨슨연합(World Parkinson Coalition)은 'Spark the Night' 캠페인으로 11일 밤 전 세계 주요 건축물을 파란 조명으로 밝혀 약 1200만 명 환자의 존재를 알릴 예정이다.

파란 조명은 이 캠페인이 환자들과의 연대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파킨슨병의 공식 상징은 빨간 튤립이다.

두 캠페인이 가리키는 방향은 같다. 신약 개발만큼, 지금 이 순간 환자 곁에 실제로 작동하는 돌봄 체계를 갖추라는 것이다.

혈압, 허리둘레, 우울. 지금 당장 확인할 수 있는 신호들이다.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지금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10년 뒤 뇌를 지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최승욱 기자 (swchoi6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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