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 종합건설사 첫 '원청 사용자성' 인정

홍연 2026. 4. 1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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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교섭 책임 확대 변수…건설업 비용·공정 영향 주목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홍연·이수정 기자]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 만에 종합건설사에서 처음으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됐습니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일반적인 건설업 특성상 이번 판정은 원청의 교섭 책임 확대를 계기로 공사비 부담과 공정 운영 방식 전반에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9일 포스코이앤씨를 상대로 한 건설노조의 교섭요구 공고 신청을 인용하고 원청으로서 하청 노동자들과의 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건설노조가 종합건설사 86곳을 대상으로 제기한 사용자성 인정 요구 가운데 처음으로 받아들여진 사례입니다.
 
건설노조는 그동안 건설현장에서의 산업안전 관리와 불법 하도급 예방 등의 의제가 '원청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근로조건'에 해당한다고 주장해 왔으며, 노동위원회가 이번에 교섭 요구 공고 신청을 인용하면서 해당 논리가 처음으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법조계는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건설업에서는 원청이 공정 관리와 안전 책임을 사실상 총괄하면서도, 법적 사용자 책임에서는 일정 부분 거리를 둬 왔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이번 판단을 계기로 원청 책임 범위를 둘러싼 해석에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특히 건설업은 하나의 현장에 다수 협력업체가 참여하는 구조로, 안전 관리와 작업 지시, 공정 조율 등이 원청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동위원회가 이러한 구조적 특성을 고려해 사용자성을 인정한 만큼 유사 사건에서도 비슷한 판단이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노동계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건설업 전반의 교섭 확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종합건설업체는 하청 노동자의 작업 공정을 총괄 관리·감독하는 지위에 있으며 산업안전과 작업환경에 대해 실질적 권한을 가진 사용자"라며 "교섭에 응하지 않는 다른 원청 건설사들도 불필요한 지연을 중단하고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건설업계에서는 부담 확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상승과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비용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수 협력사가 참여하는 산업 구조상 사용자성 인정 범위가 확대될 경우 현장 운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정이 공사비 상승이나 사업 일정 지연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특히 복수 노조와의 교섭이 현실화할 경우 협상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다만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판정이 작업환경이나 고용환경 개선으로 이어진다면 사회적으로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원청 사용자성 속속 인정…건설업도 범위·기준 논의 지속 전망
 
법조계와 학계의 평가는 엇갈립니다. 한정혜 법무법인 서리풀 변호사는 "산업안전과 불법 하도급 예방이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근로조건으로 인정된 점에서 향후 건설업 관련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권영국 법무법인 두율 변호사는 "사용자성 인정이 임금·복지 등 근로조건 전반으로 확대돼야 실질적인 교섭권 보장이 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원청의 실질적 사용자 지위를 제도적으로 확인한 계기"라고 밝혔습니니다. 반면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권 보장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사용자' 개념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판단이 축적될 경우 법 적용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기업들이 비용 부담에 대응해 하도급 구조를 조정하거나 기술 도입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판정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산업 전반에서 원청 사용자성 판단이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나왔습니다. 노동위원회는 지난 2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한국원자력연구원 등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국민은행·하나은행 등 금융권, 포스코·동희오토 등 제조업까지 사용자성을 잇따라 인정했습니다. 고용노동부 산하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도 국세청에 대해 사용자성을 인정하면서 중앙부처 첫 사례가 됐습니다. 법 시행 이후 9일까지 판단이 이뤄진 21건 중 17건에서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됐습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판정문을 수령한 후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가적인 법률적 절차와 행정절차를 이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신청 여부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교섭요구 공고를 포함한 절차를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판단될 가능성도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정을 계기로 건설업을 중심으로 원청 사용자성 범위와 교섭 책임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일반적인 산업 특성상 제도 적용의 범위와 기준을 둘러싼 논쟁도 지속될 전망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