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세월호 7시간 문건 목록 공개해야”…참사 12년 만에 결론

최혜린 기자 2026. 4. 1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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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기록관장 상대 정보비공개 처분 취소소송
파기환송심서 “비공개할 근거 없다” 원고 승소 판결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해 4월15일 서울 중구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유가족들과 정보공개센터 회원들이 ‘박근혜 7시간 대통령 기록물 공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세월호 참사 직후 박근혜 정부가 구조활동과 관련해 내린 지시사항 등이 담긴 문건을 공개하라며 시민단체가 낸 소송에서 법원이 “비공개할 근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약 12년 만이다.

서울고법 행정10-3부(재판장 원종찬)는 10일 송기호 변호사(현 대통령실 경제안보비서관)가 대통령기록관장을 상대로 낸 정보 비공개 처분 취소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 재판은 ‘세월호 참사 이후 7시간 동안 정부가 벌인 구조활동 관련 문건 목록을 공개하라’며 제기된 소송에서 대법원이 “대통령지정기록물은 공개 의무가 없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면서 열렸다.

이른바 ‘세월호 7시간 의혹’은 박 전 대통령이 참사 당일 오후 5시15분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면서 불거졌다. 박 전 대통령 파면 직후인 2017년 5월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은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가 생산한 문서 목록을 최대 30년까지 비공개할 수 있는 대통령기록물로 ‘봉인’해 논란이 더 커졌다.

당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였던 송 비서관은 황 전 권한대행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 없는 박 전 대통령의 문건을 봉인할 권한이 없고, 해당 문건은 국가안전보장 등 사유가 없어 ‘기록물 지정’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2017년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이후 대통령기록물관이 이를 거절하자 행정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대통령은 아무런 제한 없이 임의로 대통령기록물을 선정해 보호 기간을 지정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지정기록물의 요건을 갖춘 기록물에 한정해야 한다”며 해당 정보는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볼 근거가 없기 때문에 비공개 처분도 위법하다고 봤다. 그런데 2심 법원은 이를 뒤집고 해당 정보는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보호기간이 설정돼 있어 정보 공개 청구를 거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월 “대통령의 보호기간 설정행위는 대통령기록물법에서 정한 절차와 요건을 준수해야만 비로소 적법하게 효력을 갖게 된다”며 “해당 정보가 대통령기록물법 중 어느 사유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으로 석명하고 적법하게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되고 보호기간이 정해졌는지에 관한 심리를 거쳤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한 행위의 정당성이 먼저 인정돼야 보호기간도 효력이 생긴다는 판단이다.

유족 측은 지난해 대법원 판결 이후 송 비서관이 제기한 소송보다 박 전 대통령의 당일 행적과 관련한 정보를 더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취지의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모두 비공개 처분을 받아 행정 소송을 진행 중이다.

4·16연대 류현아 활동가는 이날 판결에 대해 “세월호 참사 12주기가 다가오는 시점에 오랫동안 닫혀 있던 진실의 문을 열어갈 수 있게 됐다”며 “끝내 국가의 책임은 지우려 하던 과거 정부의 책임을 묻고, 더 많은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사회 전반적인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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