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형 뚜안 스러져간 ‘기계’ 앞에 선 동생 “다시는 억울한 일 없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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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4월10일)은 형의 생일입니다. 형이 정말 보고 싶습니다."
이주노동 단체 등 도움으로 9일 한국에 입국한 그는 이날 형이 일했던, 그리고 스러졌던 작업 현장을 둘러봤다.
반 뚜의 형 뚜안(23)은 지난달 10일 새벽 2시40분께 이곳 자갈 가공 업체에서 일하다 끼임 사고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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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4월10일)은 형의 생일입니다. 형이 정말 보고 싶습니다.”
추적추적 빗방울이 떨어지던 10일 오전. 경기 이천시 호법면 자갈 가공 업체 앞에 선 응웬 반 뚜(20)가 말했다. 손에는 형이 살던 기숙사 쓰레기통에서 찾아낸 모자가 들려있었다. 형이 쓰던 팔찌도 함께였다. 이주노동 단체 등 도움으로 9일 한국에 입국한 그는 이날 형이 일했던, 그리고 스러졌던 작업 현장을 둘러봤다. 반 뚜는 “형이 흘린 핏방울을 보고 마음이 무거웠다”며 “회사가 진심으로 사과하려 한다면, 형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문제를 빨리 해결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반 뚜의 형 뚜안(23)은 지난달 10일 새벽 2시40분께 이곳 자갈 가공 업체에서 일하다 끼임 사고로 숨졌다. 이날 뚜안은 새벽 작업 중 컨베이어벨트 점검 지시를 받아 혼자 기계를 확인하다 사고를 당했다. 2인1조는 지켜지지 않았다. 점검 중에도 기계는 돌아갔다. 사고 한 달 만에 현장을 방문한 동생 반 뚜는 “직접 눈으로 보니 기계가 너무 크고 안전장치는 보이지 않았다”며 “다시는 한국에서 한국인도, 외국인도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뚜안은 산업재해로 다친 아버지를 비롯해 어머니와 다섯 동생을 부양하는 가장이었다. 한국을 좋아하고 박항서 감독을 영웅으로 생각했던 뚜안은 2023년 8월 한국에 와서 일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에는 베트남을 찾았는데, 한국에 온 뒤 첫 고향 방문이었다. 뚜안은 자기가 보낸 돈으로 고친 지붕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가족을 다시 볼 날을 기약하며 3월1일 한국에 돌아왔지만, 그는 9일 뒤 그렇게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졌다. “한국에서 함께 일하자”고 반 뚜를 설득하던 형은 유골함에 담겨 집으로 돌아왔다.
이날 반 뚜의 옆자리는 역시 컨베이어벨트 사고로 아들을 잃은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가 지켰다. 김 대표는 현장을 살펴보고 나오는 길에도 반 뚜와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뚜안의 사고는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발생한 일이라는 점과 2인1조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 등에서 김용균씨 사고와 닮았다. 김 대표는 “부모, 가족 마음이 얼마나 무너질까. 그걸 생각하면 저랑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반 뚜에게) 이제 앞으로 가장 역할을 할 텐데 너무 혼자 짐을 짊어지려 하지 말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한편, 한국을 찾은 반 뚜는 향후 회사와 배상 방안 등을 합의할 때까지 국내에 머물 계획이다. 유족과 회사는 아직 배상 방법을 두고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반 뚜는 “한국에 왔으니 빨리 일을 해결하도록 노력해 엄마와 아빠의 아픔을 덜어드리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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