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비업무용 부동산 정조준] 李 정부, 세율 인상·과표 손질 가시화

이남석 기자 2026. 4. 1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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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 이어 기업 보유 자산까지 규제 축 확대
업무용 기준 재정비 전망…투기 차단 vs 투자 위축 충돌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제1차 전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보유 부담 강화를 직접 주문하면서 관련 세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그간 다주택자와 농지에 집중됐던 부동산 규제의 축이 기업 보유 자산으로까지 확대되는 흐름으로, 정부가 사실상 '기업 부동산 투기 차단'을 정책 목표로 공식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제1차 전체회의에서 기업이 보유한 비업무용 부동산 문제를 거론하며 "대대적으로 보유 부담을 안기는 방향으로 검토해보자"고 밝혔다. 자본이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분야에 묶여 있는 구조를 산업과 투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과제라는 인식도 함께 드러냈다.

회의에서는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과 관련해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 문제가 제기됐고, 이 대통령은 "기업들이 쓸데없이,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닌데 무엇을 하려고 대규모로 부동산을 갖고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앞으로는 부동산 투기를 할 수 없게 해야 한다"며 "부동산을 투기적으로 운영해서 이익 보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어놔야 대한민국 산업·경제 체제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대대적 규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진 것 같다"며 정책실에 별도 검토도 지시했다.

비업무용 부동산은 법인이 취득한 자산 가운데 실제 업무에 직접 사용하지 않는 토지와 건물을 뜻한다. 과거에는 이런 자산에 대해 취득·보유·양도 전 단계에 걸쳐 무거운 세금을 매기며 국토가 생산 활동에 쓰이도록 유도했지만, 외환위기 이후 기업 투자 촉진을 이유로 관련 규제가 상당 부분 완화되거나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이번 발언은 이 같은 규제 체계를 다시 꺼내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현행 제도상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분류되면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된다. 취득 후 1~5년 이내 업무용으로 사용되지 않은 부동산을 대상으로 공시가격 합산액에서 5억원을 공제한 뒤 공정시장가액비율 100%를 반영해 과세표준을 산정하고, 세율은 15억원 이하 1%, 15억원 초과 45억원 이하 2%, 45억원 초과 3%가 적용된다. 처분 단계에서도 일반 법인세에 10%포인트를 추가 과세하는 방식이 적용되지만, 10년간 보유하고 6년 이상 업무용으로 활용하면 이를 피할 수 있다. 대통령이 구체적 수치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향후 과표 구간 조정과 세율 인상, 공제액 축소, 업무용 인정 범위 재정비 등이 정책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인 매수 증가·대기업 보유 부동산, 규제 명분 키워

시장의 관심이 커지는 배경에는 최근 법인의 부동산 매수세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도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집계 결과 지난해 법인이 서울에서 매수한 부동산은 토지·건물·집합건물을 포함해 2만3082건으로 나타났다. 2023년 2만225건, 2024년 2만1314건에 이어 3년 연속 증가세다. 다만 법인 통계에는 비영리법인도 포함돼 있어 이를 모두 일반 기업의 투자 행위로 단순화할 수는 없지만, 기업성 자금의 부동산 유입 흐름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당국이 주목할 만한 지표로 읽힌다.

특히 토지 거래는 증가 폭이 더 컸다. 서울 내 법인 토지 매수는 2023년 4362건, 2024년 5231건, 지난해 6368건으로 매년 1000건 안팎씩 늘었다. 2년 사이 증가율만 약 46%에 달한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 9137건까지 치솟았던 법인의 서울 토지 매수는 고금리와 경기 침체가 본격화한 2022년 7612건, 2023년 4362건으로 줄었지만 다시 반등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역별로도 업무 밀집 지역에 거래가 집중됐다. 지난해 법인의 토지 매수가 가장 많았던 자치구는 강남구 608건이었고, 이어 중구 578건, 성북구 468건, 서초구 435건, 종로구 383건, 동대문구 363건, 마포구 342건, 용산구 332건, 영등포구 302건 순이었다. 집합건물과 건물, 토지를 모두 합한 전체 부동산 매수 역시 중구 1902건, 강남구 1838건, 동대문구 1706건, 영등포구 1481건, 서초구 1353건, 구로구 1159건, 강서구 1117건 등으로 나타났다. 사옥 수요, 개발 준비, 투자 목적 등이 혼재된 결과로 볼 수 있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비생산적 보유 자산 확대'로 해석할 여지도 적지 않다.

기업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투자용 부동산을 쥐고 있는지도 이번 논의의 배경으로 꼽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해 발표한 '5대 재벌 경제력 집중 및 부동산 자산 실태' 자료를 보면 2022년 기준 투자용 부동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그룹은 롯데로 약 7조원 규모였다. 이어 삼성 약 4조원, SK 약 3조원, LG 약 1조원, 현대차 약 60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계열사별로는 삼성생명보험, 롯데리츠, SK리츠, 롯데쇼핑, 호텔롯데 등의 투자 부동산 규모가 큰 편이었다. 정부가 기업 자금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구조를 완화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자금 이동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을 내놓는 배경에도 이런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투기 차단' 명분에도 투자 위축 우려…관건은 기준 설계

다만 시장과 업계에서는 이번 정책이 투기 차단이라는 명분과 별개로 기업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한다. 기업은 사업 확장이나 신사업 진출, 사옥 이전, 물류·생산 거점 확보 등을 위해 토지와 건물을 선제적으로 매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기 상황 악화로 사업 일정이 밀리거나 인허가, 분양, 자금 조달 문제 등으로 개발용 토지를 장기간 보유하게 되는 사례도 흔하다. 특히 건설업이나 개발사업 연관 업종은 사업 구조상 토지를 오래 보유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아, 이를 일률적으로 비업무용으로 묶으면 정상적 기업 활동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핵심은 '비업무용'의 기준을 어디까지, 얼마나 촘촘히 재정의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사옥, 기숙사, 물류시설 예정지처럼 영리활동과 직접 연결된 자산과 단순 차익을 노린 투기성 보유 자산을 동일 선상에 놓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구분이 선명하지 않으면 규제가 생산적 투자까지 누르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고, 반대로 기준이 느슨하면 정책 실효성은 떨어질 수 있다.

정부로서는 기업의 유휴 자산 보유를 줄이고 시중 자금이 산업과 투자로 흐르게 하는 한편, 필요하면 시장 내 매물 출회를 유도해 부동산 가격 안정 효과까지 겨냥하는 셈법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업은 미래 사업 준비와 자산 전략의 유연성을 이유로 보다 정교한 기준 마련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논의는 단순한 세율 인상 문제가 아니라,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을 어디까지 생산적 자산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 재설정 문제로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정책의 강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적용 기준의 명확성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가 어느 자산까지 비업무용으로 볼지, 정상적 투자와 투기성 보유를 어떻게 가를지에 따라 기업 자산 운용 전략과 시장 반응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을 일률적으로 비업무용으로 보고 과세를 강화할 경우, 정상적인 사업 준비 자산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며 "투기 차단이라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기준이 과도하게 넓어지면 기업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전경. [출처=E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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