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자 춤추자, 전쟁을 끝내자[오늘을 생각한다]

2007년 5월 18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대책위가 출범해 강정의 평화운동이 시작됐다. 그로부터 18년 10개월이 지났고, 강정의 꿈은 곧 어른이 된다. 2016년 2월 제주 해군기지가 준공됐고, 혹자는 패배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정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고, 끝나지 않은 싸움에 승패는 없다. 우리가 같은 꿈을 꾸는 한 우리는 지지 않는다. 지난 6900일 동안 강정은 쉼 없이 전쟁 종식과 해군기지 폐쇄를 외쳤다. 강정은 제주도 남쪽 바닷가에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포기를 모르는 평화와 반전 운동의 상징이 됐다. “강정아 너는 이 땅에서 가장 작은 고을이지만 너에게서 온 나라의 평화가 시작되리라.” 강우일 전 천주교 제주 교구장은 마태오복음 2장 6절을 빌려 작은 마을 베들레헴에서 메시아가 태어났듯, 강정에서 세계의 평화가 시작될 거라고 했다. 그것이 강정의 꿈이다.
평화 활동가들은 전쟁기지로 변모한 강정마을에서 매일 저항과 감시 활동을 이어간다. 2025년 기동함대사령부로 격상된 제주 해군기지에는 미국 핵잠수함·항공모함 등 외국 군함이 빈번하게 드나들고, 세계 최대 국제해군훈련 림팩, 한·미·일 다영역연합훈련 프리덤 에지, 한·미연합전쟁연습 프리덤 실드 등 각종 군사훈련이 전개된다. 작은 고을 강정이 온 나라의 전쟁과 이어지고 있기에, 여기서 온 나라의 평화가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강정은 세계의 평화 활동가들과 연대하며 미·중 패권 다툼의 전초기지가 돼버린 제주 해군기지를 감시한다. 그리고 매일 아침 기지 정문 앞에서 평화 100배를 시작으로 11시 평화 미사, 12시 인간 띠 잇기 문화제, 삼거리식당에서 나누는 밥 한 끼의 힘으로 직접 행동을 이어간다.
평화 활동가들은 강정마을에서 매일 저항과 감시 활동을 이어간다. 그리고 우리는 평화를 얻기 위해 전쟁을 노래한다. 음악에는 힘이 있다. 학살의 무기보다 힘이 세다.
2011년부터 나는 강정 지킴이다. 2012년 3월 구럼비 바위가 발파되던 순간 강정교 위에서 텅 빈 동지의 눈을 보았다. 그해 5월부터 19대 국회의원 4년 임기를 보냈지만, 나는 정치인 이전에 강정 지킴이였다. 15년이 흘렀지만 나는 여전히 꿈을 꾼다. 강정의 꿈을 온 나라에 알리고 싶어서 2023년부터 친구들과 함께 강정피스앤뮤직캠프를 열고 있다. 6월 5일부터 3일간 열리는 제3회 캠프에 무려 54팀의 음악가들이 강정마을에 모여든다. 전쟁기지 앞에서 우리는 평화의 노래를 이어 부를 것이다. 전쟁의 한복판에 있는 이름 모를 그대에게 우리의 노래가 들릴 때까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3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 2026년 미국의 베네수엘라·이란 침공 그리고 1950년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까지 우리는 평화를 얻기 위해 전쟁을 노래한다.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학교와 병원과 난민촌에 폭탄을 투하할 때, 언론이 주식·유가·쓰레기봉투로 전쟁의 본질을 호도할 때, 우리의 노래는 진실을 말하고 평화를 부른다.
음악에는 힘이 있다. 학살의 무기보다 힘이 세다. 죽이는 힘은 힘이 아니다. 살리는 힘, 지키는 힘이 진짜 힘이다. 우리의 무기는 음악과 예술과 사랑, 우리에겐 힘이 있다. 전쟁 없는 세상을 꿈꾸는 당신, 강정에서 노래하자 춤추자, 전쟁을 끝내자!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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