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상황 지켜보자 ” 경기·물가 ‘경고등’에 멈춰선 한은(종합)
경제전망, 성장률 하향·물가 상향 조정 불가피
중동사태 영향 판단 못해…이창용 “2주 뒤 상황도 예측불가”
이 총재 마지막 간담회 “정책 후회 없지만 고환율 걸려”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중동 전쟁이라는 거대한 대외 변수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7회 연속 동결 결정으로 금리 인상이나 인하 관련 논의는 없었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중동 사태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은 만큼, 당분간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겠다(wait-and-see)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은 금통위는 10일 본회의을 열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금통위는 “중동전쟁으로 물가의 상방 압력과 성장의 하방 압력이 함께 증대되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며 “향후 중동 사태 관련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사태의 추이와 파급 영향을 좀 더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주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에 합의했지만 앞으로 종전 합의에 원만하게 도달할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수습 국면으로 전환되더라도 에너지 공급망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국내 경제는 반도체 등의 견조한 수출 증가세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이 경기 하방 압력을 일부 완화하겠으나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 차질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진단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인 2%를 밑돌 것으로 봤다.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예상보다 좋은 반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건설 투자는 전망대비 부진하기 때문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전망(2.2%)을‘상당폭’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이 총재는 중동 상황 관련 “2주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예측이 불가능하고 매일 변하고 있다”며 “종전이 된다고 해도 에너지 인프라 파괴 등으로 영향이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이 그나마 소비자물가 오름폭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현재 상황을 취임 당시 겪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비교하며 정책적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러·우 전쟁 당시는 팬데믹 이후 경기가 회복되는 국면이었기에 금리 인상으로 물가에 적극 대응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회복세가 약한 상태에서 공급 충격이 발생해 경기와 물가 사이의 상충이 심화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공급 충격이 일시적이라면 금리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장기화 돼 물가 상승 압력이 확산된다면 대응이 필요하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중동 상황이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150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 수준에 대해서는 “최근의 환율 상승은 중동 사태와 외국인의 이익 실현 매도세에 의한 것”이라며 “사태가 안정되면 이전의 가파른 상승폭만큼 빠르게 내려올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외환 당국의 시장개입은 과도한 변동성을 일시적으로 조정하는 역할이지 환율을 영구적으로 고정시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임기 중 마지막 통화정책 방향 결정회의를 마친 이 총재는 지난 4년 간의 통화정책에 대해 후회하는 점은 없다면서, 재임 중 도입한 K점도표(금통위원들의 6개월 후 금리 전망)에 대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실기론 등의 비판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도 “금통위원들이 잘해줬다. 후회하는 부분은 없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다만, “환율이 좀 안정이 된 상태에서 후임자에게 넘기면 ‘일을 잘 마무리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나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트럼프 대통령이 도와주지 않아서 좀 아쉽다”고 덧붙였다.
또 시장에 대한 선제적 안내(포워드 가이던스)를 강화한 K점도표 관련, “어디까지나 조건부라는 점을 시장과 언론이 이해해줘야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며 “포워드 가이던스의 지속 여부는 새 총재님 오시면 결정하겠지만, 나는 당연히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장영은 (bluera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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