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의 5년, ‘3조 한진’으로 증명···목표 미달보다 빛난 체질개선
플랫폼·자동화 투자 2000억 돌파···이달 초 물류부문 국가브랜드대상도
인프라 투자 속도 과제···내실 경영으로 방향 전환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취임 5년차를 맞은 조현민 사장의 한진이 3조원대 매출 시대를 열며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가장 뚜렷한 변곡점을 맞았다. 당초 설정했던 목표 수치에 연연하기보다 플랫폼과 디지털 전환(DX)이라는 조현민식 성장 엔진을 장착하며 사업의 근본적 구조를 재편했다는 평가다. 단순히 덩치를 키우는 것을 넘어 수익 중심의 내실경영으로 체질을 완전히 바꾼 게 핵심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진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조649억원, 영업이익 112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6%, 영업이익은 12.1% 증가했으며 순이익도 3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외형 성장 폭은 크지 않지만 수익성 개선이 동반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택배·물류·글로벌 전 부문에서 고른 개선이 나타났고 효율 중심 운영 전략이 실적에 반영됐다. 특히 한진은 5년 전 2조원대 매출에서 3조원대로 올라서며 외형 체질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단기 목표 달성 여부를 떠나 사업 규모 자체가 상향된 흐름은 분명한 성과로 평가된다.
◇"투자 방향 바뀌었다"···디지털 중심 재편 가속
투자 집행에서는 조 사장의 선택과 집중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진은 총 1조1000억원 투자 계획 중 7260억원을 집행해 전체적으로는 66% 수준에 머물렀다. 대외 변수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무리한 확장 대신 투자 우선순위를 재조정한 결과다.
주목할 점은 세부 항목이다. 플랫폼·IT·자동화 분야에는 2038억원이 투입되며 계획을 초과 집행했다. 이는 물류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장비에서 디지털 운영 효율로 이동하고 있다는 조 사장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 한진은 원클릭 택배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대전 스마트 메가 허브 터미널에 AI 기반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는 등 물류에 IT DNA를 이식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이같은 AI, 자동화 기술 접목한 성과를 인정받아 이달 초 국가브랜드 대상 물류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무리한 목표보다 내실 경영으로 무게 이동
한진은 당초 2025년 매출 4조50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목표로 제시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환경 변화에 따라 목표치를 조정한 바 있다. 최종 실적은 조정된 목표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목표 달성 여부보다 성장 방식 변화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외형 확대 중심 전략에서 수익성과 효율 중심 전략으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현민 사장도 지난해 10월 간담회에서 "매출을 2조원대에서 3조원대로 끌어올린 점은 의미 있는 성과"라고 자평한 바 있다. 단순 목표 달성보다 체질 개선에 방점을 찍은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체질 개선의 발판은 조 사장이 부사장으로 재직하며 미래 전략을 구상하기 시작한 2020년부터 마련됐다. 조 부사장은 물류 본업과 거리가 먼 비핵심 자산을 과감히 정리하는 자산 유동화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2020년 말 약 3000억원 규모의 부산 범일동 부지 매각을 단행하고 한진렌트카 사업부문을 정리한 게 대표적이다.
2022년 사장 취임 이후에는 이렇게 확보된 재원을 대전 스마트 메가 허브 등 물류 자동화와 IT 플랫폼 고도화에 집중 투입하며 투자의 질적 전환을 시도했다. 물류 외 자산구조를 디지털 기술 자산으로 옮겨온 조 사장의 5년 시나리오가 3조원대 매출 안착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한진은 '비전 2025' 이후 별도의 중장기 목표를 제시하지 않고 내실 중심 경영에 집중할 계획이다.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무리한 외형 확장보다 안정적 성장 기반을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취임 5년차를 맞은 조현민 사장이 외형 성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업 구조와 투자 방향까지 손보며 한진의 체질을 바꿔온 점이 두드러진다"며 "단기 목표 달성 여부를 넘어 중장기 성장 기반을 다지는 흐름이 본격화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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