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자연유산 지키다 농사 접을 판”…‘보존의 역설’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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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를 철거하고, 나무를 뽑아내면 문화유산이 보존되나요? 고산리 유물이 첫 출토된 1984년 이전인 1970년대에 농지 객토가 이뤄졌고, 감귤나무도 천근성 작물이라 문화재 손상과도 거리가 멀텐데 말입니다. 채소농사 외에는 먹고 살 길조차 없는 건가 막막하네요."
제주시 한경면 고산1리 한장동마을의 강영환 회장은 최근 2년 전 밭에 비닐 연동하우스를 짓고 만감류 묘목을 심은 2가구가 잇따라 도청에서 5월 말까지 철거하라는 명령서를 받았단 소식에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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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유산·문화재 보호 발묶여
자연 지키면서 농업·관광·유통
결합한 지역 발전모델 구축 시급

“하우스를 철거하고, 나무를 뽑아내면 문화유산이 보존되나요? 고산리 유물이 첫 출토된 1984년 이전인 1970년대에 농지 객토가 이뤄졌고, 감귤나무도 천근성 작물이라 문화재 손상과도 거리가 멀텐데 말입니다. 채소농사 외에는 먹고 살 길조차 없는 건가 막막하네요.”
제주시 한경면 고산1리 한장동마을의 강영환 회장은 최근 2년 전 밭에 비닐 연동하우스를 짓고 만감류 묘목을 심은 2가구가 잇따라 도청에서 5월 말까지 철거하라는 명령서를 받았단 소식에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5월 말까지 원상회복을 않으면 고발조치된다.
이 지역이 국가 사적인 ‘제주 고산리 유적’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중에서 규제가 가장 엄격한 ‘1구역’에 속해 있다는 이유에서다.1구역은 집짓기는 물론 시설하우스 설치, 나무심기 등 모든 개발행위 때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회의 개별심의를 받아야 한다.
이처럼 고산1·2리, 용수리, 산양리 등 한경면 서부권은 우리나라 최초 신석기 유적인 ‘제주 고산리 유적’을 비롯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자 천연기념물인 ‘수월봉 지질트레일(화산쇄설층)’과 제주 서남단 섬인 ‘차귀도’, 김대건 신부의 제주 표착 기념지, 산양 곶자왈 등 역사·자연 유적이 풍부하다.
제주고산농협(조합장 고영찬)이 있는 지역으로, ‘차귀벵듸(넓은 들판)’로 불려온 제주 유일의 평야인 고산평야에서 생산된 겨울채소와 마늘·앙파 등 밭작물과 함께 최근엔 만감류 생산도 늘고 있다.
그러나 세계유산구역, 문화재 보호구역과 제주특별법'에 따른 절대보전지역 등으로 지정된 구역이 적잖아 주민들은 영농활동은 물론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실제로 고산농협 지역 인구는 서귀포시 대정읍의 제주영어교육도시와 인접한 산양리 외에는 감소세가 뚜렷하다.


이에 대해 고영찬 조합장은 “그동안 우리 지역에서는 지속적으로 농업활동과 보존정책이 정면충돌해왔다”면서 “자연과 유산은 지켜졌지만, 농업기반이 무너지면서 결국 주민들이 지역을 떠나야 하는 ‘보존의 역설’이 빚어지면서 농촌소멸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관광 또한 차귀도 유람선 승선과 낚시체험 외에는 명소만을 훑어보고 스치듯 지나가는 여행에 그치고 있다. 최근 차귀도를 찾은 김정한씨(서울 서대문구)는 “하룻밤 자고 갈까 생각했지만 식당·숙소 등 편의시설이 부족해 마음을 접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자연환경과 농업·관광·유통을 결합한 지역발전 방안을 촉구하고 있다. 고영찬 조합장은 “지자체와 농협이 협력해 체류형 관광을 활성화하고, 지역 농산물을 로컬푸드로 공급하는 6차산업 체계가 꾸려진다면 지역에도 다시 활기가 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올 3월 국가유산청이 제주 서귀포 성읍마을의 국가문화유산 지정구역과 허용기준 조정을 예고하면서 지정구역 1004필지 중 약 40%를 축소하고 건축행위 허용범위를 늘린 사례에서 보듯, 정부가 유적지 인근의 농지를 매입하거나 농업시설을 인정·합법화하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검토해줄 것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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