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판단은 인간, 기술은 조력”…국내 7대 로펌 AI 전략 핵심은 ‘보안’
(시사저널=이태준 기자)

국내 7대 로펌(김앤장·태평양·세종·광장·율촌·화우·지평)들이 생성형 AI(인공지능) 기술을 업무 현장에 본격적으로 도입하며 법률 서비스의 질적 전환을 꾀하고 있다. 특히 AI를 변호사의 법률적 판단을 대체하는 주체가 아닌, 리서치와 번역 등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는 '보조 도구'로 규정하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고객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외부망과 분리된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엄격한 내부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등 '철저한 보안'을 최우선 전략으로 내세우는 모습이다.
10일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7대 로펌들은 외부 AI 모델을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로펌 내부 데이터와 결합한 폐쇄형 시스템을 운용하거나 자체 서버를 구축하는 방향을 택하고 있다.
우선 법무법인 광장은 자체 GPU 서버에서 구동되는 AI 솔루션 'eLK'를 통해 외부 네트워크를 완전히 차단했다. 광장 측은 보안성 측면에서 타 솔루션 대비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법무법인 율촌도 독자 개발한 폐쇄형 시스템 '아이율(AI:Yul)'을 운영 중이다. 율촌은 데이터를 AI 모델에 학습시키지 않고 질문에 맞는 정보만 검색해 참조하는 'RAG(검색 증강 생성)' 방식을 채택해 고객 정보 유출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법무법인 화우 역시 지난해 5월 자체 생성형 AI 플랫폼 'Chat화우'를 구축해 전사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오프라인 및 폐쇄망 환경에서도 작동하도록 설계해 데이터 외부 전송을 차단하는 데 최적화했다. 법무법인 세종도 2024년 12월 RAG 기반의 독자적 생성형 AI 시스템을 정식 오픈했으며, 정확도 향상을 위한 업그레이드를 지속하고 있다.
AI 활용 범위는 번역과 리서치를 넘어 전문적인 법리 분석 보조로까지 넓어지고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대량 문서 번역의 효율화를 위해 AI 번역 시스템을 자체 구축해 글로벌 업무 대응 역량을 강화했다. 법무법인 지평 역시 법률 문서 번역과 판례 보조 서비스 등에 AI를 제한적으로 활용하며 단순 반복 업무 자동화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리걸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외연 확장도 눈에 띈다. 법무법인 세종은 올해 초부터 '하비(Harvey)'를 통해 영문 계약서 검토와 각국 법령 분석 등 글로벌 자문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법무법인 화우는 'MS 코파일럿(Copilot)'을 도입해 업무 효율화를 꾀하는 한편, 리걸테크 기업 로앤컴퍼니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AI 법률 보조 서비스 고도화 사업에도 참여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최종 판단은 변호사 몫"
기술 도입에는 속도를 내고 있지만, 법률적 판단의 영역에서는 모든 로펌이 엄격한 선을 긋고 있다. AI가 제시한 정보의 정확성을 변호사가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는 '검증 의무' 원칙이 공통분모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현재 AI를 법률적 판단의 주체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리서치와 요약 등 비결정적 업무 영역에 한해 제한적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본격적인 도입 시기와 범위는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법무법인 지평과 법무법인 광장도 "AI는 보조적 역할일 뿐 최종 판단은 인간 전문가가 내린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오종한 세종 대표변호사는 "AI는 법률 판단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변호사가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도구"라고 정의했다. 기술적 완성도와 별개로 법률 서비스의 책임성과 정확성을 담보하려는 로펌업계의 공통된 인식이 반영된 언급이다.
결국 국내 대형 로펌들의 AI 전략은 '업무 효율화'와 '보안 거버넌스 확립'이라는 두 축으로 수렴되고 있다. 전문가 영역인 법리 분석은 보수적으로 접근하되,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 처리 프로세스에는 최신 기술을 적극 반영한다는 방향이 뚜렷하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포토뉴스] 공공기관 차량 2부제…국회 찾아가 봤더니 - 시사저널
- 열린다던 호르무즈, 뚜껑 열어보니…이란 ‘입맛대로’ 통제 - 시사저널
- ‘오월드 탈출’ 늑구, 복귀 골든타임 지났다…“타 지역 이동 가능성 있어” - 시사저널
- 주호영 ‘백기’와 ‘흰옷’ 사이…대구와 한동훈의 ‘운명’ 갈린다? - 시사저널
- 직무 정지에 고발까지…녹취 후폭풍, ‘사면초가’ 박상용 - 시사저널
- 공무원도 쉰다…5월1일 ‘노동절’ 법정 공휴일 확정 - 시사저널
- 피멍 든 얼굴로 눈물 흘린 故김창민 감독…불구속 가해자는 활보 - 시사저널
- 제균치료 했는데 왜 위암? 흡연·음주·비만이 좌우했다 - 시사저널
- 성인 ADHD 늘었다…‘의지 문제’ 아닌 치료 필요한 질환 - 시사저널
- 야식·커피 즐겼다면 주의…가슴 쓰림 부르는 ‘위산 역류’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