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 아닌 매출 본다" 4대은행,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 도입에 지원 특명
매출·상권 기반 성장성 중심 평가
담보·이력 중심 심사 방식 재정비
4대은행 대출 한도·금리 우대 확대

금융당국이 소상공인 신용평가 방식을 전면 손질하며 은행권의 대출 기준에도 변화가 예고된다. 담보와 금융이력 중심이던 평가 체계에서 벗어나 매출과 상권, 사업역량 등 비금융 정보를 반영하는 방식이 도입되면서 주요 시중은행들도 이에 맞춰 금융 지원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담보 중심 평가 벗어나 비금융 정보 반영 확대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제3차 '신용평가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소상공인 신용평가체계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는 금융당국과 민간 전문가를 비롯해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연합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신용보증재단중앙회 등 정책 수요자와 현장 여신 담당자들이 참석해 제도 도입 방향을 논의했다. 시범운영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제주은행 등 주요 은행이 참여한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모형(SCB) 도입이다. SCB는 대표자의 금융거래 이력이나 담보 중심으로 평가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매출, 업종, 상권, 기술력, 온라인 활동 등 비금융 정보를 반영해 사업의 성장성과 잠재력을 평가하는 구조다. 신용정보원이 나이스평가정보와 함께 모형 개발과 검증을 진행했다.
구체적으로, 매출, 업종, 상권 등 비금융 정보를 활용해 소상공인의 미래 성장성을 평가하는 AI 기반 신용평가모형이다. 매출 상세 분석, 상권 분석, 사업 지속성, 업력, 근로자 수, 고객 수요, 온라인 플랫폼 활동 지표 등 다양한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반영한다.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기타 서비스업, 기술업종 등으로 구분해 평가하며, 업종과 상권 내 위치, 매출 성장률, 지속 가능성 등을 함께 판단한다.
SCB 등급은 기존 개인신용평가(CB) 등급에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반영한 성장등급을 결합해 산출된다. 성장성이 높아 상위 등급으로 평가될 경우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며, 이에 따라 대출 승인 가능성 확대와 한도 증액, 금리 우대 등 조건 개선이 적용될 수 있다.
도입 배경에는 현장 요구가 반영됐다. 지난해 7월 소상공인 간담회에서는 고신용자 중심 대출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 별도의 평가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금융위원회는 같은 달 개선 계획을 공개했다. 이후 관계기관과 실무작업반을 구성해 약 8개월간 제도 마련을 진행했다.
지난해 기준 소상공인은 약 790만개로 전체 사업체의 95%를 차지하며 종사자 수는 1090만명으로 전체 고용의 46% 수준이다. 그러나 대출 구조는 담보·보증 의존도가 높다. 개인사업자 대출의 약 79.8%가 담보대출이며 신용대출 비중은 9.6%에 그친다. 금융이력 중심 평가로는 장기간 사업을 이어온 소상공인의 실제 경쟁력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비금융·비정형 정보를 활용해 성장성이 높은 사업자를 선별하고 동일 신용등급 내에서도 대출 한도나 만기 조건을 차별화하는 방식이 활용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SCB 도입을 현장 의견을 정책으로 연결해 금융 시스템에 반영한 첫 사례로 보고 있다. 향후 시범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평가체계를 보완하고 제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4대은행, SCB 도입 맞춰 소상공인 금융지원 확대
우리은행은 SCB을 도입하고 하반기부터 약 3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에 나선다. 상반기 중 모형 검증과 우대 기준 마련을 마친 뒤 하반기부터 개인사업자 신규 대출 심사에 시범 적용할 계획이다. 성장성이 확인된 차주에는 한도 확대와 금리 우대 등 차별화된 조건을 제공한다.
신한은행도 SCB 시범운영에 참여한다. 신한은행은 개인사업자 대출 신청자 가운데 SCB 등급이 우수한 고객을 대상으로 우대 심사를 적용해 한도 확대와 금리 인하 등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시범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평가 체계를 보완하며 적용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이를 통해 성장성이 높은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시범운영 기간 동안 SCB 등급을 활용해 'KB일사천리대출', 'KB투게더론' 등 주요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에 금리 우대와 한도 확대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성장 잠재력이 있는 차주에 대한 자금 접근성을 높이고, 실질적인 금융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이번 시범운영을 통해 사업 역량과 성장 잠재력이 확인된 소상공인을 선별하고 금융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평가 결과가 우수한 경우 신용등급 상향 조정, 대출 한도 확대, 금리 우대 등 조건을 적용해 자금 접근성을 높인다. 또한 개인사업자 전용 상품인 '하나더소호 신용대출' 심사에도 SCB 등급을 반영해 맞춤형 대출 구조를 운영할 예정이다.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모형(SCB)=소상공인의 신용도를 평가하기 위해 금융거래 이력뿐 아니라 매출, 업종, 상권, 사업 지속성 등 비금융 정보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미래 상환 능력과 성장 가능성을 판단하는 신용평가 체계
☞개인신용평가(CB)=개인의 금융거래 이력, 대출 상환 기록, 연체 여부 등 신용 관련 정보를 바탕으로 신용도를 수치나 등급 형태로 산출하는 평가 방식
☞비금융정보=금융거래 기록 이외에 사업자의 매출 규모, 업종 특성, 상권 환경, 고객 리뷰, 온라인 활동 등 경제 활동과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를 의미하는 정보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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