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정광복의 K-자율주행 도전기…무인 트럭이 연 시간과 물류 혁명

김희선 2026. 4. 1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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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합니다.]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장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제공]

"우리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가, 아니면 산업을 놓치고 있는가."

최근 몇 달 사이 필자가 여러 곳에서 들은 명제다. 자율주행 기술이 가장 먼저 수익을 창출하는 영역은 승용차보다 물류다. 2026년 현재, 미국과 유럽의 고속도로에서는 이미 인간 운전자의 생체 리듬이라는 한계를 넘어선 '24시간 운행'이 현실이 되고 있다. 운전자는 사라지고 국경은 의미를 잃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 만들어낸 이 변화는 우리나라 자율주행 산업에 명확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멈추지 않는 트럭…미국이 만든 '시간의 혁명'

자율주행 물류의 최전선은 미국 남부 '선벨트'(Sun Belt) 지역이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오로라 이노베이션(Aurora Innovation)은 2024년 말 상용화 준비를 마치고, 2025년부터 텍사스 내 무인 트럭 운송을 본격화했다.

오로라 이노베이션 무인트럭 [홈페이지 캡처]

오로라 이노베이션은 텍사스 포트워스에서 애리조나 피닉스까지 약 1천600㎞ 구간에서 멈추지 않는 물류 흐름을 실현했다. 미국 연방 교통안전국(FMCSA) 규정에 따르면 인간 운전자는 법적 휴식 규정(HOS, Hours of Service)에 의해서 11시간 주행 후 반드시 10시간을 쉬어야 한다. 이 때문에 1천600km 구간은 보통 2~3일이 소요된다.

하지만 자율주행 트럭인 '오로라 드라이버'는 피로를 느끼지 않으므로 법적 휴식 시간 제약을 넘어서는 장거리 무인 운송을 검증했다. 결과적으로 기존 대비 운송 시간을 약 50% 이상 단축시켰고, 차량이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복귀 화물을 싣고 돌아올 수 있어서 장비 활용도 2배 이상을 높였다.

여기에 미국의 자율주행 트럭 스타트업 가틱(Gatik)은 월마트와 협력해 '중간 물류'(Middle-mile) 영역에서 수만 건의 무인 배송을 사고 없이 수행하며 경제성을 입증했다. 가틱은 2021년 8월, 미국 아칸소주 벤턴빌에서 월마트의 물류 이동을 위해 운전석에 사람이 없는(Fully Driverless) 상태로 공공 도로 주행을 시작했다.

가틱 무인배송 트럭 [홈페이지 캡처]

가틱은 26~30피트 규모의 중형 트럭들이 하루 15회 이상, 주 7일 24시간 체제로 물류센터에서 매장까지 신선식품과 공산품을 나르며 2025년부터 본격적인 화물 전용 운영을 시작한 이후, 2026년 초 기준 약 6만 건 이상의 완전 무인 배송을 단 한 건의 사고 없이 완료했다.

이들의 전략은 명확하다. "사람이 하기 어렵고 반복적인 영역부터 공략한다"는 것이다.

"운전석이 없다"…유럽이 만든 개념의 전환

미국이 '운영 효율'로 승부한다면 유럽은 '하드웨어의 파괴'를 선택했다. 스웨덴의 스타트업 아인라이드(Einride)는 현재 자율주행 물류 분야에서 가장 파격적인 하드웨어와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기존 트럭에 자율주행 장치를 다는 수준을 넘어서 물류 시스템 전체를 재설계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아인라이드 포드 [홈페이지 캡처]

아인라이드 포드(Einride Pod)는 운전석과 페달, 유리가 없는 완전 자율주행 트럭이다. 사람이 타지 않기 때문에 캡(운전석 공간)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화물을 더 싣거나 차량의 길이를 줄였다. 덕분에 기존 트럭보다 공기 저항은 줄이고 적재 효율은 높였다.

아인라이드는 완전 자율을 지향하면서도 차량이 복잡한 상황에 직면하면 멀리 떨어진 관제 센터의 원격 운전사가 개입하고 있다. 운전자는 실제 트럭이 아닌, 고해상도 모니터와 시뮬레이터 장비가 갖춰진 사무실에서 여러 대의 트럭에 개입할 수 있는 구조로 발전시키고 있다. 이는 힘든 장거리 운전 노동을 쾌적한 실내 근무로 바꾸는 물류 산업의 직업적 전환을 의미한다.

2026년 3월 현재, 아인라이드는 미국 텍사스주를 포함해 5개 주에서 공공도로 주행 승인을 획득했고, 유럽 주요 도로 전반에서 완전 무인 주행 허가를 받아서 원격 조종사와 AI가 협업하는 새로운 형태의 관제 센터를 통해 물류망을 관리하고 있다.

우리의 도전…한국 기술로 미국 횡단

거대한 흐름 속에 우리나라도 참전했다.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 마스오토(Mars Auto)는 우리나라의 복잡한 도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한 알고리즘을 들고 미국 장거리 동서 횡단 실증에 나섰다. 특히 마스오토는 수억 원에 달하는 고가 라이다(LiDAR) 센서에 의존하는 미국 오로라(Aurora) 등과 달리, 단 7대의 카메라와 엔드 투 엔드(E2E) 알고리즘만으로 길을 찾고 있다.

국내 기업 마스오토 [홈페이지 캡처]

마스오토는 캘리포니아 롱비치항에서 조지아주 현대모비스 공장까지 이어지는 3,379km 구간을 단 3일 만에 주행 완료한 것이다. 특히 빈 차로 달린 것이 아니라 35톤급 대형 트럭에 실제 자동차 부품을 가득 싣고 최고 시속 120㎞의 고속 주행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자율주행의 미래는 더 이상 승용차 안에 있지 않다. 이미 답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운전석이 사라진 트럭, 멈추지 않는 물류, 국경을 넘는 알고리즘. 이것이 자율주행 시대의 진짜 시작이다.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KADIF) 단장

▲ 도시공학박사(연세대). ▲ 교통공학 전문가·스마트시티사업단 사무국장 역임. ▲ 연세대 강사·인천대 겸임교수 역임. ▲ 서울시 자율주행차시범운행지구 운영위원. ▲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자율주행 자문위원. ▲ 강릉 ITS 세계총회 조직위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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