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와 전쟁에 흔들린 식량안보..."전 분야 에너지 전환 시급"

국내 비료 절반 가까이 중동서 수입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산 비료 공급이 막히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다. 한국도 직접 영향권이다. 국내 요소 비료의 중동 의존도는 43.7%,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들어오는 물량은 38.4%를 차지한다.
비료 가격은 이미 크게 올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3월 중동에서 수출된 요소 가격은 톤당 670달러로 전월 대비 38.1%, 전년 동기 대비 172.3% 상승했다. 요소는 질소를 함유한 고체 비료로, 쌀·밀·옥수수 등 주요 작물 재배에 가장 널리 쓰인다. 세계 질소비료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68.6% 올랐다. 대체재가 될 수 있는 동남아산 요소 가격도 전쟁 이전보다 50% 넘게 올랐다.

박한울 한국농총경제연구원 곡물관측팀장은 "7월까지는 전쟁 이전인 2월 입찰된 가격으로 변동 없이 공급이 가능하다"면서도 "이후 물량은 오른 가격에 새로 사와야 하기 때문에 가격상승분이 체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30일 수급 점검결과를 발표하며 주요 3개사 요소 비료 완제품은 7월까지 공급 가능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내 비료업체가 동남아 등에서 요소 원자재 4만 9000톤을 추가 계약했으며 총 2658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무기질비료 구입 지원, 비료업체 원료구매자금 융자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번 위기는 비료 가격만의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 공급과도 연결된다. 질소비료를 만드는 암모니아 합성 공정은 LNG를 주요 연료이자 원료로 사용한다. LNG 가격이 오르면 비료 생산비용이 오른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농기계 연료비와 곡물 운송비가 오른다.
박한울 팀장은 "쌀처럼 기계화된 작물의 경우 연료비 상승도 생산비에 직접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FAO 수석 경제학자 막시모 토레로는 "농민들은 비료와 연료라는 이중 비용 충격과 맞닥뜨렸다"면서 "이는 관개·운반을 포함한 농업 전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보다도 어려운 상황이다. 박 팀장은 "러-우 전쟁 발발 당시는 밀·콩 등 국제곡물 가격 자체가 오른 반면 지금은 비료 가격·연료비가 오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원자재시장 전문 정보기관 아거스(Argus)의 비료 가격 부문 글로벌 헤드 사라 말로도 "한두 나라가 아니라 사우디·쿠웨이트·카타르·이란·UAE 모두 영향을 받고 있어 우크라이나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미 경제 매체 CNBC에 밝혔다.
농가는 벌써 직접적 타격을 받고 있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 산하 식품안보포털(Food Security Portal)에 따르면 2022년에는 곡물 가격도 함께 올라 농가가 비싼 비료값을 판매 수익으로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었다. 반면 지금은 비료값은 올랐는데 곡물 판매 가격은 낮은 상태라, 농가 수익이 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가장 취약한 곳은 아프리카와 남아시아다. 미국 NBC 뉴스에 따르면 소말리아는 이미 일부 식품 가격이 20% 올랐고 말라위는 인구의 22%가 급성 식량 불안 상태다. FAO는 "3개월 안에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2026년 이후 파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기후위기에 비료난까지, 엎친 데 덮쳤다


세계기상기구(WMO)의 3개월 예보도 비슷하게 내다본다. 올해 4~6월 인도네시아·미얀마 등 아시아 일부 국가와 호주 강수량은 평년 대비 낮을 확률이 50% 이상이다. 지상기온은 미국, 남미(브라질·아르헨티나) 지역이 기준 대비 높을 확률이 60% 이상으로 전망됐다.
국제 외교·안보 매체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는 올해 1-2월 지속된 라니냐가 남반구 곡물 수확량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라니냐는 남미에서 브라질 남부·아르헨티나에 가뭄을 유발해 대두·옥수수 수확량을 줄인다. 동아프리카에서는 평균 이하의 강수량을, 동남아시아·호주에서는 강수량 변동성과 홍수 위험을 높인다.
스탠퍼드 지속가능성대학원이 발표한 네이처(Nature, 2025) 연구에 따르면 온실가스 고배출 시나리오에서 기후변화(기후위기)는 농민의 작물 교체·파종 시기 조정 등 적응 행동을 감안하더라도 2050년까지 주요작물 수확량을 8% 감소시킨다.
비료 부족과 기상이변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포린폴리시는 "전쟁이 만들어낸 비료 병목과 기후 변동성은 독립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서 "이 둘은 동시에 농민의 파종 결정에 영향을 미치며 위험을 증폭시킨다"고 지적했다. 비료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기상상황까지 나빠지면 농민들은 비료가 많이 필요한 작물인 옥수수·밀·쌀 대신 덜 생산적인 작물로 전환하거나 파종 규모 자체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린암모니아, 대안 될 수 있나
전쟁과 기후라는 두 요인이 동시에 식량 생산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료 생산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FAO는 이번 위기의 장기 대응방안으로 "그린암모니아 같은 대안비료기술을 확대하고, 식량시스템을 전략 인프라로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도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암모니아 확대는 탄소배출 감소와 함께, 더 많은 국가에서 질소비료 생산을 가능케 해 공급집중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분산 생산이 핵심 해법"이라고 제시했다. 지금처럼 특정 해협이나 지역에 집중된 생산을 여러 곳으로 나눠야 한다는 의미다.
시장조사 기관 어스튜트 애널리티카(Astute Analytica)에 따르면 서호주 아시안 리뉴어블 에너지 허브는 26기가와트 규모로 연간 암모니아 175만 톤 생산 승인을 받았다. 시장조사 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Global Market Insights)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AM 그린암모니아'가 2024년 재생 암모니아 생산을 개시해 연간 120만 톤 규모 시설이 승인됐다. 칠레는 아타카마 사막의 태양광과 마가야네스 지역의 풍력을 활용해 2030년까지 세계 최저비용 재생수소 생산국을 목표로 국가전략을 수립했다.
암모니아 전문협회 암모니아 에너지 어소시에이션(Ammonia Energy Association)에 따르면 노르웨이·인도네시아도 신규 생산지로 부상하고 있다. 그린암모니아 기업 엘유프로의 안정동 전무는 "호르무즈 해협 밖 인도양에 위치한 오만 두쿰 항만도 암모니아 저장·선적 설비를 이미 갖추고 있어 우회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그린암모니아는 일반 암모니아보다 생산비용이 높아 대량 상용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2026년부터 수입 암모니아에 탄소 비용을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가격경쟁력 판도가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안정동 전무는 "국내에서는 제주도에서만 만들고 있다. 자원안보 측면에서 볼 때 다소 비싸더라도 일부는 직접 만들어야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암모니아로의 전환은 탄소감축인 동시에, 특정 해협에 묶인 에너지·식량 공급망을 분산시키는 안보 과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