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트럼프가 안 도와줘…환율 다시 오른 상태로 임기 마무리 아쉽다"

4년간의 임기를 20일 마무리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창용 패션’의 상징인 화려한 넥타이를 매고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했다. 한글 자음·모음이 적힌 금색 넥타이었다.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날 회의가 끝난 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선 여러 차례 농담을 하며 분위기를 밝게 이어갔다. “그동안 교수·공직 생활을 많이 했는데 바깥에 나가서 어떤 일을 할지에 대한 기대가 많다”고도 했다.
2022년 4월 취임한 이 총재는 코로나 팬데믹과 이후의 극심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미·중 무역 갈등, 한국의 계엄과 지난해 고환율까지 여러 위기에 직면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다고 평가된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 등으로 일하며 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국제결제은행(BIS) 이사직,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 의장 등을 맡아 한국의 정책 관심사를 글로벌 어젠다에 전략적으로 반영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 왔다. 저출산·고령화, 입시 제도, 기후 변화, 연명 치료 등 사회의 다양한 어젠다에 대해 한은이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목소리를 내도록 한 이른바 ‘구조 개혁 시리즈’에 대해선 정적(靜的)이라고 평가받은 한은의 역할을 확대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통화 정책에 더 집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엇갈린다.

이 총재는 자신의 지난 4년에 대해 이날 “퇴임 전 별도 간담회를 통해 다시 소회를 밝히겠다”면서도 “금리 정책에 대한 후회는 없다. 아쉬운 점은 환율이 높은 상태에서 후임자에게 자리를 넘겨주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2월 말 환율이 다소 내려와 외환 시장 대응에 수고하는 국제국 직원들과 저녁 식사를 하고 들어오는데 바로 그때 이란 전쟁이 터졌다”면서 “트럼프가 도와주지 않아서…”라며 웃기도 했다. 지난해 말 이후 외환 당국 개입 등의 영향으로 다소 진정된 환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큰 폭으로 오르게 된 어려움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아울러 “지난해 11·12월 한국 개인의 해외 투자가 환율 상승을 유발했을 때 ‘서학개미(한국인 해외 투자자)’ 탓을 했다는 비난을 많이 받았다.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기보다는 당시 상황은 실제로 개인의 해외 투자가 환율을 끌어올린 가장 큰 요인이란 점을 알린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또 “‘한 대학생이 주식 투자를 쿨해서 한다’고, 청년이 한 말을 인용했는데 마치 내가 한 말처럼 보도됐다”면서 “서학개미 탓하는 것 절대 아닙니다”라고 여러 차례 웃으며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수도권 집값 상승과 원화 약세에 대응해 “기존 금리 인하 기조를 멈추고 정책 기조를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후 시장에 충격이 발생한 상황에 대해선 “나로서는 ‘전환’이 인하에서 동결로의 전환을 의미했는데 시장에서 이를 인상으로 받아들였다”며 “이후 발언에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최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집행 결정에 대해선 “이번 추경은 부채가 아니라 초과 세수를 활용했기 때문에 긍정적이라고 본다”면서도 “이번 추경 내역 중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해 4조8000억원이 지원되는데 이런 경직적인 교육 교부금 지원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선 다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쓴소리를 내놨다. 그는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은 법에 따라 경직된 방식으로 지급되고 있다. 과거 한국 교육이나 인재 양성을 위해 필요했지만 노인 빈곤 등 다른 문제가 많은 상황에 늘어난 세금 중 일부를 기계적으로 교육 예산에 쓰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내국세의 일정 비율과 교육세 일부를 법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교육 예산으로 교부한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 이 제도가 과거와 같이 유지되는 데 대해선 비효율적이라는 논란이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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