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해나의 ‘지금 이 문장’

한겨레 2026. 4. 10.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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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모형 집짓기를 좋아해 젓가락이나 성냥으로 지붕이나 벽을 만들며 놀곤 했다.

잡기에 능하고 현실 대응력이 강했다면 (더불어 수리 점수가 높았다면) 목수나 건축가처럼 집 짓는 사람이 되었을 테지만, 그와 정반대라 글 짓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지금은 그보다 찢고 깨뜨리고 뒤집으면서도 물러서지 않고, 사회와 호응하며 나의 지평을 차차 넓히는 충실한 장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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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문장

어릴 때는 모형 집짓기를 좋아해 젓가락이나 성냥으로 지붕이나 벽을 만들며 놀곤 했다. 좋아하긴 해도 손재주는 그다지 뛰어나지 않아 서툴게 골격만 짜두고 완성되었을 때의 구조, 그 집에 살 사람들, 그들의 일상을 상상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다. 잡기에 능하고 현실 대응력이 강했다면 (더불어 수리 점수가 높았다면……) 목수나 건축가처럼 집 짓는 사람이 되었을 테지만, 그와 정반대라 글 짓는 사람이 된 것 같다.

몇몇 인터뷰에서 건축서를 작법서 대신 읽는다고 전했다. 이 책 역시 내겐 탁월한 작법서고, ‘직업인’으로서의 사명감이 흐릿해질 때마다 꺼내보는 잠언이다.

독학으로 건축을 익히고, 20대 후반부터 정형과 어긋난 센세이션을 추구한 안도 다다오의 궤적(‘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만 훑으면 누구든 그를 천재라 일컬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를 천재보단 장인이라 칭하고 싶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끈질기게 관여하고, 사유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현장에 뛰어들고, ‘이 일을 완수해내겠다’는 필사의 다짐으로 건축주를 만나고 도면을 그리는 일. ‘10년을 하루같이’ 한 우물을 판 사람의 우직함과 단단함이 문장마다 녹아 있다.

부끄럽지만, 한때는 서사의 천재가 되고 싶었다. 슬픔의 천재, 고통의 천재. 근사하지 않은가. 지금은 그보다 찢고 깨뜨리고 뒤집으면서도 물러서지 않고, 사회와 호응하며 나의 지평을 차차 넓히는 충실한 장인이 되고 싶다.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다만, 적어도 이 길 위에 오래 머무를 각오는 되어 있으니.

성해나

2019년 신춘문예 당선.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과 ‘혼모노’, 장편 ‘두고 온 여름’이 있다.

성해나 작가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l 안도 다다오 지음, 이규원 옮김, 안그라픽스(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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