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자영업자 부실률, 9년만에 최악

김기훈 기자 2026. 4. 1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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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 받을 때 신용보증기금이 보증
내수 침체로 작년 대출액 중 3.7% 연체
중동발 고유가 영향 반영되면 더 악화할 듯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부실률이 내수 부진으로 계속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중동 전쟁의 여파로 유가가 고공 행진을 하면서 부실 상황이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10일 신용보증기금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금융기관 대출 부실률이 3.7%를 기록해 지난 2016년(3.9%)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로 나타났다. 신보는 재원인 정부 재정자금의 대략 10배 범위에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금융기관 대출을 보증해 주고 있다.

대출액 중 원금 상환이 1개월, 이자 지급이 2개월 연체되면 부실기업으로 분류한다. 기업이 폐업하거나 법원에서 정한 회생 절차를 개시해도 부실기업으로 지정된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오어진

신보는 지난해 말 현재 20만9887개 업체에 62조4030억원의 보증을 서줬으며, 이 중 8748개 업체의 보증 금액 2조2966억원이 부실해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부실률은 3.7%로 집계됐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부실률은 지난 2016년 3.9%를 기록한 이후 매년 하락해 코로나 사태 때인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2.0%까지 떨어졌으나 2023년 3.3%로 오른 뒤 다시 상승하는 추세이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재정지출 확대 정책을 추진하면서 낮아졌고, 코로나 사태 때 시중에 유동성(자금)이 넘친 덕에 일시적으로 대폭 하락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유동성 회수 작업이 진행된 반면,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부실률이 다시 오르고 있다.

내수 위축의 여파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대출금을 갚지 못해 연체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중소기업 정책을 담당하는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3월 26일 한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뉴스1

신보는 이에 대해 “코로나 사태 당시 보증 규모가 급격히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2023년 이후 부실률은 코로나 사태 이전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통화완화 정책이 끝나고 은행 금리가 인상되면서 부실률이 예전 수준으로 정상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 기조가 통화완화 기조로 바뀌면 부실률이 다시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집값 폭등 등으로 내수 침체된 탓

부실률이 다시 오르고 있는 이유는 부동산 가격 폭등 등에 따른 내수 침체로 기업들의 경영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실률 상승을 구조조정 실패의 증거라고 풀이한다.

한 대학교수는 “정부가 오랫동안 돈 풀기 정책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체를 지원했으나 지원을 받은 업체들이 그동안 경쟁력 향상에 실패하면서 기업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신보의 부실률은 3.7%였으나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다른 보증기관의 부실률은 5%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보증기금은 국민 세금을 재원으로 삼아 재원의 10배 정도 규모의 대출 보증을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대구광역시에 위치한 신용보증기금 본사./신용보증기금

부실률이 높아지면서 신보가 연체 기업을 대신해 국민 세금으로 은행에 대출금을 갚아주는 대위변제액도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대위변제액은 지난 2019년 1조2760억원에서 2022년 8812억원까지 하락했으나 2023년 1조4912억원, 2024년 1조9837억원, 2025년 2조2150억원으로 급증하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보증잔액 대비 대위변제 금액의 비율인 대위변제율도 같은 기간 2.7%에서 1.4%로 낮아졌다가 2023년 2.4%, 2024년 3.2%, 2025년 3.5%로 뛰어올랐다.

지갑 더 닫는 소비자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부실률 고공행진은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적자 재정과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가며 내수 살리기에 나서고 있으나 집값 하향 안정과 가계 부채 문제 등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소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중동발 고유가 사태가 터지면서 업체들의 원재료와 연료비 부담은 더 늘어나고 소비자들의 지갑은 꽁꽁 닫히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3월 경유·휘발유·전기·도시가스 등 에너지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5.2%나 상승해, 전달에 이어 2023년 9월(6.0%)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공업 제품 소비자물가지수도 1년 전보다 2.7% 올라 2023년 10월(3.6%) 이후 2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아직 중동 전쟁의 여파를 온전히 반영하지 않았다. 따라서 3~6개월 후 중동 전쟁 여파가 소비자물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고물가로 인한 내수 침체는 더욱 심해지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시름도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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