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논밭·마을서 곰이 사람 습격…일본, 대책에 팔 걷어

이휘빈 기자 2026. 4. 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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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망 13명 역대 최고…피해 66% 주민생활권서
사냥 면허 보유자 공무원 채용, 덫∙격퇴장비 대폭 확충
곰 대처법 그린 손수건∙페이스가드 헬멧 등도 상품화
반달가슴곰. 게티이미지뱅크

곰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봄, 일본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곰 피해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일본 정부가 2030년까지의 종합 대응책을 담은 ‘곰 피해 대책 로드맵’을 확정하고 본격 가동에 나섰다.

곰 피해, 산 속보다 논밭·마을 많아 
일본 환경성과 ‘요미우리’ ‘마이니치’ 신문 등에 따르면 2025년도 일본 내 곰 피해자는 237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13명으로 집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23년도 사망자 6명의 2배 이상이다. 특히 피해의 66%는 산림이 아닌 시내·논밭 등 주민 생활권에서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아키타현 피해자가 66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와테현 37명, 후쿠시마현 24명, 니가타현 17명 순이었다.

이에 일본 정부는 3월27일 관계각료회의를 열고 로드맵을 정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봄철 곰 포획에 온 힘을 다하도록, 긴장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임해 달라”며 대책 추진을 지시했다.

온난화와 농촌인구 감소 겹쳐
전문가들은 곰 출몰 급증의 배경으로 온난화와 농촌 인구 감소를 함께 지목했다. 온난화로 도토리 흉작을 일으키는 해충의 서식 범위가 넓어지면서 숲 속 먹이가 줄어든 데다, 임업 인력 부족으로 산림이 방치되면서 곰이 몸을 숨길 수 있는 덤불이 늘었기 때문이다. 곰이 마을 가까이 내려오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포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덤불 제거 등 서식지 관리를 통해 곰과 인간의 생활권을 분리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30년까지 개체수 65% 목표
반달가슴곰. 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정부는 개체수 감소를 본격 추진한다. 동북·관동·중부 지역 반달가슴곰이 지나치게 늘었다고 여겨 포획 목표로 연간 현 개체수의 20% 수준을 설정했다. 자연증가율(연 14.5%)을 웃도는 목표로 2030년도 개체수를 현재보다 크게 줄인다는 구상이다. 지역별로는 동북 6개 현 62%, 관동 7개 도·현 67%, 중부 9개 현 63% 수준으로 각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홋카이도 불곰은 별도 계획을 꾸려 2034년까지 현재의 71% 수준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환경성은 올해부터 상자 덫 1만개와 곰 격퇴 스프레이 2만개를 확보할 계획이다. 지난해보다 각각 2배·3배 늘었다. 전국적으로 개체수 정밀 추정 작업에도 착수할 방침이다. 

사냥꾼을 정규 공무원으로 고용
포획 인력도 대폭 늘린다. 기존에는 지역 사냥꾼 단체에 의존해왔지만 70~80대 중심의 고령화와 인력 부족으로 한계가 드러났다. 이에 사냥 면허 보유자를 정규 공무원으로 고용하는 ‘정부 사냥꾼’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784명인 포획 직원을 2030년까지 2500명으로 늘리고 처우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자위대원이나 경찰 출신 인력의 참여도 유도한다. 곰 피해가 심각한 아키타현은 자위대 파견을 공식 요청했으며, 일본 정부는 제한적 투입을 결정했다. 경찰청도 경찰에 소총 사용 권한을 부여했다.

생활 속 관련 대책 상품도 늘어
(왼쪽부터) 곰의 습성과 대처법을 그림으로 담은 손수건, 페이스 가드 헬멧. 각 업체 누리집
곰 피해가 일상화되면서 일본에서는 관련 대책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동북부 이와테현이 대표적이다. 

다키자와시의 한 방재용품 업체는 곰의 습성과 마주쳤을 때 대처법을 담은 손수건을 출시했다. 곰 생태 전문가의 감수를 받아 격퇴 스프레이 사용 요령, ‘먼 곳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등 곰의 특징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그림으로 정리했다.

하나마키시의 플라스틱 제조업체는 턱까지 감싸는 페이스 가드가 달린 헬멧을 5월께 선보일 예정이다. 업체 관계자는 “산책이나 농작업뿐 아니라 자전거로 출퇴근할 때도 안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와초의 마을회관에는 음료 자판기에서 돈을 넣거나 상품을 꺼낼 때마다 “곰 출몰 주의” 음성 메시지가 흘러나오는 ‘곰 주의 안내 자판기’도 설치됐다. 자판기에 붙은 큐알(QR)코드로 곰 출몰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곰이 더 이상 산속 동물이 아닌 일상의 위협이 됐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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