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일이 너무 생생해” 17세女… 잊지 못하는 ‘이 증후군’, 뭐야?

과거의 기억을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게 떠올리는 '과잉기억증후군(hyperthymesia)' 사례가 소개됐다.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사례가 100명도 되지 않을 만큼 드문 이 증후군은 기억을 단순히 저장하는 수준을 넘어 감정과 함께 다시 경험하듯 떠올리는 특징이 있다. 동시에 고통스럽거나 불쾌한 기억까지도 선명하게 남아 쉽게 잊히지 않는다는 어려움도 따른다.
영국 매체 더선은 최근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한 10대 소녀의 사례를 전했다. 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뉴로케이스(Neurocase)'에 보고된 이 사례의 주인공은 'TL'이라는 가명으로 소개된 17세 소녀다. 그는 특정 날짜를 떠올리면 그날의 날씨와 주변 풍경, 감정까지 거의 그대로 재현해낸다. 단순히 기억을 회상하는 수준을 넘어, 마치 과거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간 듯한 경험을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시간여행하듯 떠오르는 기억
TL의 능력은 그저 기억력이 좋은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흐릿해지지만, 그는 어린 시절의 일상적인 순간까지도 거의 그대로 꺼내 볼 수 있다. 더 흥미로운 점은 미래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그려내는 능력이다. 연구진은 이를 '미리 경험하는 듯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삶과 관련된 기억, 즉 자전적 기억을 유난히 선명하게 유지하는 특징을 보인다. TL의 경우 수많은 기억을 정리하고 꺼내기 위해 머릿속에 일종의 '기억의 궁전'을 만들어 정보를 처리하고 있었다. 개인적 경험은 특정한 공간 안에 주제별·시간 순서대로 정리돼 있으며, 필요할 때마다 이를 하나씩 더듬어 꺼내 본다.
연구진의 평가에서도 그는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 사건을 떠올리는 능력에서 평균을 크게 웃도는 점수를 기록했다. 과거뿐 아니라 미래를 상상하는 과제에서도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감 있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마치 이미 경험한 일을 기억하는 듯 보였다.
극히 드문 과잉기억증후군, 전세계 100건 미만
과잉기억증후군은 매우 희귀한 현상이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확인된 사례는 100명도 채 되지 않는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여성 질 프라이스가 있다. 그는 특정 날짜를 제시하면 그날의 개인적 경험은 물론 당시의 뉴스까지도 정확히 떠올릴 수 있어, 과잉기억증후군 연구의 출발점이 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런 능력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기억을 잘하는 것과 '잊지 못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좋은 기억뿐 아니라 상실이나 슬픔 같은 부정적인 경험도 선명하게 반복해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TL 역시 특정 기억을 따로 '보관'하거나 감정을 가라앉힐 수 있는 상상의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조절하고 있었다.
모든 기억이 뛰어난 것은 아냐
과잉기억증후군은 흔히 '초기억'으로도 불리지만, 모든 영역의 기억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여러 보고에 따르면 이들은 개인적 경험을 떠올리는 능력은 매우 뛰어나지만, 숫자 암기나 일반 지식 기억, 학습 능력 등에서는 평균 수준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즉, 뛰어난 기억력은 자전적 기억에 특화된 경우가 많다.
명확한 원인 밝혀지지 않아…뇌 영상 연구에서 일부 단서 제시
과잉기억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일부 뇌 영상 연구에서 몇 가지 단서가 제시됐다.
이들은 기억과 감정, 상상을 담당하는 뇌 영역 간 연결이 더 강한 경향을 보였으며, 특히 감정 조절과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내측 전전두피질과 자전적 기억을 떠올리거나 미래를 상상할 때 활성화되는 후방 대상피질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연결 구조가 개인적 기억을 더 생생하게 떠올리고 오래 유지하는 데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된다.
기억은 강점이자 엄청난 부담
과잉기억증후군은 분명 독특한 능력이지만, 동시에 스스로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기억이 갑작스럽게 떠오르거나 통제하기가 어려워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고, 슬픔이나 트라우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부는 불안이나 우울, 강박적 사고 같은 문제를 경험하기도 한다.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줄 경우 상담치료나 스트레스 관리 전략이 도움이 될 수 있다.
TL의 사례를 보고한 프랑스 파리시테대 연구진은 그의 사례가 인간 기억의 한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기억과 시간 인식의 관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사례 수가 매우 적은 만큼 일반화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자주 묻는 질문]
Q1. 과잉기억증후군은 모든 기억력이 뛰어난 상태인가요?
아니다. 과잉기억증후군은 개인의 삶과 관련된 자전적 기억에 특화된 능력으로, 숫자 암기나 일반 지식 기억 등은 평균 수준인 경우도 많다.
Q2.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정말 모든 것을 기억하나요?
모든 정보를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주로 개인적 경험과 감정이 담긴 기억을 중심으로 강하게 남으며, 오히려 '잊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Q3. 과잉기억증후군은 치료가 필요한 질환인가요?
질환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다만 기억이 지나치게 생생해 스트레스나 불안을 유발할 경우 상담 치료나 심리적 관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지해미 기자 (pcraem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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