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올해 물가 상승률, 당초 전망보다 높아질 것”

중동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유가 상승으로 한국의 올해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밝혔다. 이 총재는 10일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금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2월 전망치인 2.2%를 상당 폭 상회할 전망”이라며 “근원 물가 상승률도 당초 전망인 2.1%보다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결정의 가장 큰 변수로 불확실성이 매우 큰 중동 전쟁을 지목했다. 그는 “현재 한국 경제는 중동 전쟁에 따른 공급 충격이 발생하고 있다”며 “충격이 일시적이면 한은이 기준금리 조정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물가 상승 압력이 확산하는 등 영향이 장기화하면 대응이 중요해진다”고 했다. 이어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고물가 상황과 비교하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가능성과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는 상태”라고 했다.
이 총재는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지금의 중동 전쟁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엔 차이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억눌렸던 수요가 확대되는 시점에 발생해 전쟁의 충격이 물가를 빠르게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지금의 충격은 공급 쪽에서 발생 중”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 지역에 충격이 집중됐지만 이번엔 중동산 원유 수입 비율이 큰 한국·일본·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이 영향을 더 크게 받아 한국의 환율·물가가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회의는 이창용 총재가 주재하는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다. 이 총재는 “그동안 교수와 공직자로서 오랜 기간 생활을 해왔는데 임기를 마치고 무슨 일을 할지 기대도 많이 된다”고 했다. 그는 사석에서 지금까지 해오지 않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고 알려졌다. 이 총재는 “올해 들어 진정됐던 환율이 중동 전쟁으로 다시 올라간 상태에서 임기를 마치고 후임자에게 자리를 넘겨주게 됐다는 점이 아쉽다”면서 “트럼프가 도와주지 않았다”며 웃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1480원 선을 뚫고 올라갔던 환율은 외환 당국 개입 등의 영향으로 지난 2월 1420원대로 내려오며 진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2월 28일 발발한 중동 전쟁 영향으로 강하게 반등해 1500원 선을 넘으면서 1990년대 말 외환 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다. 미국·이란 간 휴전 소식이 전해지며 환율은 1480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휴전 전과 비하면 낮지만 예년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 총재는 “지난해 환율 상승은 한국인의 해외 투자 급증 때문이었다면 2~3월 고환율은 중동 사태와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도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차이”라며 “중동 사태가 안정되면 환율이 빠르게 올랐던 것과 비슷하게 빨리 내려올 가능성도 있다. 환율 예측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한편 후임인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의 보유 자산 중 절반 이상이 외화 자산으로 구성됐다는 데 대한 일각의 논란에 대해 ‘과도한 우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해외에 오래 산 인재를 모셔오는 과정에 너무 크게 우려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신현송 후보자의 애국심이 자산보다 크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해외에서 오래 체류한 신 후보자의 경력을 감안하면 높은 외화 자산 비율이 이상하지 않다는 평가다.
신 후보자는 영국에서 학위를 받고 영국·미국·스위스의 대학과 국제기구에서 활동하며 약 44년간 해외에 머물다 귀국했다. 이달 초 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에 따르면 본인·배우자·아들이 보유한 재산 총 82억4102만원 중 56%가 해외 자산이었다. 부동산을 제외한 금융 자산 46억4708만원 중 해외 자산 비율은 93%였다. 신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오는 15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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