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력시장 요금구조 개편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김형욱 2026. 4. 10. 12:3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변동·간헐성 큰 재생에너지 빠른 확대로
수급 반영 못하는 현 도매가격제 '한계'
실제 수급 반영된 가격입찰제 개편돼야
'협상력 의존' 소매시장 왜곡도 바로잡아야
시간대별 요금 이행 ·소매시장 공간 구분도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전력은 남아도 문제고 부족해도 문제다. 태양광 발전설비 확대 속 태양이 갑자기 사라질 때뿐 아니라 태양이 과도하게 비출 때에도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전력시스템은 이 수요·공급량을 초단위로 맞추고자 불철주야 사력을 다해야 한다.

실제로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하는 낮 시간대 전남·충남 일대의 발전소는 출력을 강제로 줄이거나 멈추고 있다. 지난 설 연휴 태양광이 전체 전력수요의 47%를 넘어서며 원전 등 기존 발전소의 출력을 조절해야 했다. 서울과 수도권에는 전력망이 여유가 없어서 데이터센터 입지조차 제한받고 있는 상황인데 한편으로는 전기가 남아도는 아이러니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오랜 기간 해결하지 못한 채 유지돼 온 전력시장 요금구조 체계를 이제는 경제적 원리에 맞도록 바꿔야 하는 이유다.

비용기반 시장 한계…가격입찰제 도입해야

현행 전력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전력가격이 실제 원가와 현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전력시장에는 시간·공간적 수요·공급의 차이가 존재하는데 우리나라 도매 전력가격은 그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우리 도매 전력가격의 기준이 되는 계통한계가격(SMP, System Marginal Price)은 매시간 총수요를 충족하는 시점의 최종 발전기 변동비로 정해진다. 대부분 액화천연가스(LNG) 연료비로 결정되기에 비용기반 시장(CBP, Cost-Based Pool)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태양광과 풍력처럼 연료비가 사실상 0원인 재생에너지가 급증하면서 이 방식이 현실과 완전히 어긋나게 됐다.

이제는 이를 전력시장의 실제 수요·공급을 반영하는 가격입찰제(PBP·Price-Bidding Pool)로 개편해야 한다. 연료비가 없는 발전소가 늘어나는데 여전히 발전소의 발전비용으로 결정되는 CBP 시장을 고수할 순 없다. 각 수요자는 자기 소비량에 맞는 가격을 제시하고 발전소는 시장상황에 맞게 안정적으로 적기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시설을 운영해야 한다. 철저하게 시장에 기여하는 시설들이 보상받는 구조로 변모해야 한다.

앞으로 발전소는 빠른 기동과 응동성을 바탕으로 전력망 안정을 위해 전력급전 지시를 잘 이행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그에 맞는 보상을 받아야 한다. 발전소에 대한 보상평가가 전력시장의 수요·공급을 중심으로 재편돼야 친환경 사회로 가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공간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적 구분의 전력 도매 체계도 필요하다. 발전시설은 지방에 편중되고 대단위 소비는 수도권에서 이루어지는 공간적 미스매치가 심해지고 있다. 송전망이 절대적으로 미비해 생산된 전기를 즉시 소비지로 이송하지 못하는 문제가 이제는 전력계통에 위협이 되는 상황이다.

다만, 행정구역상 지리적 구분은 전기적 분석에 따른 지리적 구분과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 발전비용, 송·배전비용뿐 아니라 전력시장 안정화를 위한 배터리 및 다양한 부가서비스 비용까지 고려한 정밀한 분석 아래 지역적 전력 도매비용 차등이 소매 차등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도매시장 개편 기반 소매시장 왜곡 바로잡아야

도매시장 개편을 기반으로 소매시장의 왜곡도 바로잡아야 한다. 한국의 소매 전기요금은 주택용·산업용·일반용·교육용 등 용도별로 구분돼 있지만 이 분류는 실제 공급 원가를 반영한 것도 아니고 수요·공급을 고려한 것도 아니다. 사용자의 협상력에 따라 설계돼 지금까지 쭉 유지돼 왔다.

현실적으로 원가 구조는 여전히 모호하고 결정 요인을 완벽하게 분석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변동성과 간헐성이 있는 재생에너지 같은 친환경 전력을 사용하기 위해선 이러한 소매시장 구조 개편이 필수적이다. 저렴한 발전원가가 아니라 친환경 원가를 반영한다면 전압을 고려한 송전배전 비용과 계통 운영을 위한 부가서비스 비용까지 친환경 비용으로 산입해야 한다.

우선 소매 요금체계를 도매시장의 시간적 변동성을 고려한 계절·시간대별(계시별) 요금제로 이행해야 한다. 정부는 이미 재생에너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낮시간이나 경부하기의 과도한 공급과 낮은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는 현 요금 체계를 바꾸기 위해 계시별 요금제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원가와 수요공급의 기본 원칙과 무관한 현 요금체계를 바꾸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효과는 소비자별로 영향이 다르겠지만 원칙은 정해져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대응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소매시장의 공간적 구분도 필요하다. 소매 요금제도를 지역적으로 구분하고자 하는 원칙에도 매우 공감한다. 그러나 단순한 행정구역 구분 대신 송전망 비용과 배전망 비용과 지역적 수요공급이 고려된 모선별 가격제(nodal pricing)를 기반으로 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모든 지방은 전기를 싸게 소비하게 해달라고 외치고 있지만 누군가는 저렴해지는 만큼 다른 누군가는 요금을 더 내야 전력시장 운영이 가능하다. 그것이 진정한 공정성이며, 시장의 효율을 높여 전체 비용을 인하하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가 내지 않은 비용을 타인의 전기요금이나 세금으로 부담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전력 원가가 다양한 소비자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 그 구조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용도별 구분이 아닌 실질적인 소비자별 가격이 계산돼야 한다. 전력원가를 결정하는 발전연료비와 전력망 비용, 계통운영 비용 등을 면밀히 분석해 소비자의 위치정보와 시간대별 사용량이 어느 정도 반영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지역별 도매시장 개설·DSO 도입 과제도

전력 쌍무계약, 지역적 도매시장 개설을 통한 경쟁 촉진도 필요하다. 다른 소비자의 비용을 높이지 않는 제약조건 하에서 전력직접구매(PPA, Power Purchase Agreement)를 확대해야 한다. 현재 재생에너지 PPA 제도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면서 보조금에 머무르지 않고 진정한 가격발견이 가능해지고 있다. 현 정부의 100기가와트(GW) 재생에너지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PPA 제도를 활성화하고 계약에 의한 당사자간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현재 다른 소비자의 요금에 무관하다는 전제로 긴급전력경매(Emergency Power Auction)를 도입해 대형 소비처가 비용을 부담하게 하고 있다. 본인 부담으로 전력시장에서 새로운 전력설비를 건설하고 이용하는 것을 계약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배전 계통 운영자(DSO, Distribution System Operator) 체계 도입도 중요하다. 지역적 계통상황을 반영한 시장 운영과 조류 분석을 기초로 지역 전력시장을 열고 지역간 거래를 활성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지역별 한계가격제(LMP, Locational Marginal Pricing) 개편이 논의 중이지만, DSO가 없는 상황에서는 실제 가격이 얼마인지, 어디까지가 수요·공급이 일치하는 지역인지가 매우 모호하다.

미국·호주 등 선진 전력시장에서는 단순히 연료비만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수요·공급 상황과 송전 혼잡, 전력 손실을 모두 반영해 지역마다 다른 가격 신호를 제공한다. 우리도 이렇게 해야 발전 사업자가 우선 원하는 지역에 발전소를 건설한 후 이를 송전망으로 수요처까지 연결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현 방식과 절연하고 발전소 건설 단계부터 지역의 수급 상황을 고려하게 만들 수 있다.

전기는 모든 것의 기초가격이기에 요금 결정에 정부와 정치권이 개입할 여지가 크다. 하지만 전기가 공짜일 수는 없다. 원가를 줄이고자 하는 도매시장의 노력을 기반으로 원가만큼은 내고 수요·공급에 맞게 비용을 지불하도록 해야만 귀한 전기를 그 가치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 정직한 가격 위에서만 에너지 전환도, 산업 경쟁력도, 전력망의 지속가능성도 비로소 가능해진다.

김형욱 (nero@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