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피보다 진하다”... 영화 ‘대부’ 거장 코폴라 감독이 빚은 불멸의 테루아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시칠리아 가문의 와인·음식 문화가 큰 영향
영화로 번 막대한 자금 와이너리 설립 투자
20년 걸쳐 나파밸리 위대한 유산 ‘잉글눅’ 재건
소노마에 ‘와인 원드랜드’ 코폴라 와이너리 설립




코폴라 감독의 할아버지 아고스티노 코폴라(Agostino Coppola)는 금주법 시대에도 뉴욕 아파트 지하에서 직접 와인을 빚었습니다. 당시 상업적 와인 생산은 금지됐지만 자가 소비용으로 가구당 일정량의 와인 제조가 허용되었는데, 코폴라 가문은 이를 통해 이탈리아의 전통을 이어갑니다. 어린 코폴라는 할아버지가 와인을 만들고 가족들이 식탁에서 와인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자랐습니다. 그의 가정에서 와인은 ‘술’이라기보다 ‘음식의 연장선’이었습니다. 코폴라 감독은 여러 인터뷰에서 “나는 집에서 와인이 없는 저녁 식탁을 본 적이 없다. 나에게 음식과 와인은 사람들을 교감하게 하고 가족을 하나로 묶어주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다. 와인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가족, 친구, 그리고 대화다. 내가 영화를 만드는 방식이나 와인을 만드는 방식 모두 사람들을 한데 모으기 위해서다”라고 회고합니다.







코폴라 감독은 영화로 벌어들인 엄청난 수익을 바탕으로 1970년대부터 와인 사업에 뛰어듭니다. 바로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의 유서 깊은 유산, 잉글눅(Inglenook)의 재건입니다. 그는 1975년 나파 밸리 러더포드(Rutherford) 지역의 잉글눅 에스테이트 일부(약 1560에이커 )를 구입합니다. 당시 그는 가족과 쉴 여름 별장을 찾던 중이었지만 이 땅이 지닌 역사적 가치를 알게되면서 직접 와인을 생산하기로 결심합니다. 잉글눅은 1879년 구스타브 니밤(Gustave Niebaum)이 세운 와이너리로 한때 미국 최고의 와이너리로 명성을 날렸습니다.








코폴라 와인은 아영FBC에서 수입합니다. 조에트로프(Zoetrope)를 담은 디렉터스 컷의 독특한 레이블이 눈길을 끕니다. 디렉터스 컷은 코폴라 감독이 영화와 와인의 예술적 결합을 상징하기 위해 만든 특별한 와인 시리즈입니다. 와인 이름은 영화가 발명되기 전 사용됐던 초기 애니메이션 장치인 조에트로프에서 따왔습니다. 그리스어로 ‘생명의 바퀴’를 뜻하는 조에트로프는 원통 내부의 그림이 회전하면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장치입니다. 코폴라 감독은 자신의 영화 제작사를 ‘아메리칸 조에트로프(American Zoetrope)’라고 명명할 만큼 이 장치에 애착이 깊었으며, 이를 와인 레이블 디자인에도 도입해 시각적 즐거움을 더합니다.
레이블에는 움직이는 그림의 연속동작인 조에트로프 스트립 이미지가 삽입돼 있습니다. 각 빈티지나 품종마다 다른 조에트로프 애니메이션 패턴이 그려져 있어 수집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이런 디자인은 코폴라 감독에게 와인은 단순한 술이 아니라, 그가 평생 바쳐온 영화 예술과 양조 기술이 만나는 접점을 상징합니다. 실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와이너리 박물관에는 그가 소장한 조에트로프 장치들과 영화 소품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최근 한국을 찾은 델리카토 패밀리 와인 총괄 셰프 팀 보델(Tim Bodell)이 코폴라 와인와 가장 잘 어울리는 한식 메뉴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30년 경력의 팀 보델은 2011년부터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와이너리 레스토랑인 러스틱(Rustic)의 주방을 이끌고 있습니다. 그는 뉴욕에 있는 요리·미식 문화의 상징적인 공간 제임스 비어드 하우스(James Beard House)에 두 차례나 초청받아 요리를 선보인 실려파입니다.


사과, 복숭아, 배, 살구, 멜론, 파인애플 향이 지배적입니다. 상큼한 시트러스와 오크 숙성이 주는 바닐라, 구운 아몬드, 카라멜, 크림 브륄레의 달콤하고 고소한 향이 어우러집니다. 부드럽고 크리미한 질감과 적당한 바디감을 지녔고 실키하고 긴 여운으로 마무리됩니다. 클래식한 미국식 샤르도네의 매력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와인입니다.
팀 보델의 도미 크루도와 좋은 궁합을 보입니다. 버터에 구운 연어나 레몬 소스를 곁들인 연어 구이, 버터로 팬에서 익힌 관자 구이, 찐 바닷가재나 대게 찜에 녹인 버터를 찍어 먹는 요리, 허브와 레몬으로 풍미를 낸 로스트 치킨, 베이컨과 버섯이 들어간 까르보나라나 투움바 파스타, 고소한 치즈와 생크림을 듬뿍 넣은 리조또와 잘 어울립니다.


잘 익은 배, 구아바, 파인애플의 열대 과일 향이 풍부하며, 오크 숙성에서 오는 은은한 바닐라와 갓 구운 토스트의 향이 층층이 쌓여 있습니다. 입안을 감싸는 풍부하고 크리미한 질감이 특징입니다. 사과와 감귤류의 산미가 중심을 잡아주며, 끝에서는 버터스카치와 은은한 정향의 복합적인 여운이 길게 이어집니다. 소노마 카운티 러시안리버밸리의 샤르도네를 주로 사용합니다. 팀 보델은 잘 어울리는 메뉴로 조개 보리 리조또를 선보였습니다.구운 연어 스테이크, 크림 소스를 곁들인 관자 요리, 버터 구이 랍스터, 로스트 치킨, 부드럽게 조리한 돼지 안심 스테이크, 버섯 크림 파스타, 트러플 오일을 가미한 리조또와 잘 어울립니다.


야생 딸기, 체리, 라즈베리의 신선한 붉은 과실 향이 코끝을 자극하며, 뒤이어 장미 꽃잎과 은은한 바닐라, 구운 향신료의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입안에서는 가볍고 섬세한 타닌과 적절한 산도가 조화를 이룹니다. 잘 익은 과일의 풍미가 부드럽게 펼쳐지며, 끝맛은 오크 숙성에서 오는 살짝 매콤한 정향과 가죽의 풍미로 깔끔하게 마무리됩니다. 팀 보들은 닭가슴살 요리를 페어링했습니다. 구운 오리 가슴살 요리, 양념을 강하게 하지 않은 돼지 안심 스테이크, 가벼운 양갈비 구이, 연어 구이 또는 참구이와 같이 기름진 생선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클라렛’은 보르도 스타일의 레드 와인을 부르는 전통적인 명칭입니다.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쁘띠 베르도, 카베르네 프랑, 말벡 등을 블렌딩합니다. 나파밸리, 소노마, 엘도라도 카운티 등 다양한 지역의 포도를 사용합니다. 블랙베리, 자두, 블루베리의 풍부한 과실 향이 지배적이며, 아니스, 정향과 같은 향신료와 구운 오크, 바닐라의 뉘앙스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집니다. 입안에서는 블랙 커런트와 라즈베리, 다크 초콜릿의 풍미가 느껴집니다. 벨벳처럼 부드러운 타닌과 탄탄한 구조감을 갖췄고 긴 여운에서는 모카와 캐러멜의 달콤한 힌트가 남습니다. 팀 보들은 닭가슴살 요리를 페어링했습니다. 소갈비 구이, 로스트 비프, 스테이크, 양고기 커틀렛, 포르치니 버섯을 넣은 풍미 진한 리조또와 잘 어울립니다.

블랙베리, 체리, 블루베리의 풍부한 과실 향이 선명하게 느껴지며, 뒤이어 정향, 바닐라, 약간의 가죽과 구운 오크의 뉘앙스가 복합적으로 나타납니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바디감이 묵직하며, 잘 짜인 탄탄한 타닌이 구조감을 형성합니다. 검은 과실의 풍미와 에스프레소, 다크 초콜릿의 쌉싸름한 맛이 조화를 이루며 길고 우아한 여운을 남깁니다. 페어링한 팀 보들 메뉴는 진갈비입니다. 두툼한 안심 또는 등심 스테이크, 양갈비 구이, 소고기 찜, 야생 버섯을 곁들인 요리, 블루 치즈 소스를 얹은 버거와 잘 어울립니다.

현재 코폴라를 소유한 델리카토 패밀리 와인즈(Delicato Family Wines)가 소유한 블랙 스탈리온 에스테이트 와이너리(Black Stallion Estate Winery)가 생산하는 대표 와인입니다. 블랙베리, 블랙 커런트, 다크 초콜릿의 진한 향과 함께 향신료, 말린 허브의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풀 바디의 묵직한 바디감과 잘 익은 부드러운 타닌이 특징이며, 바닐라와 구운 오크의 풍미가 긴 여운을 남깁니다. 티본 스테이크, 양갈비 구이, 로스트 비프와 잘 어울립니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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