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점심은 패스, 잠깐이라도 자자" 식당보다 수면공간 몰리는 직장인들
[비즈한국] 서울의 오피스 밀집 지역인 강남과 여의도의 점심시간이 달라지고 있다. 직장인들이 식당 대신 수면 카페와 북카페, 무인 수면 시설로 몰리면서 점심시간이 한 끼 식사보다 20~30분간의 회복을 우선하는 시간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강남역 인근의 한 수면 카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낮잠 명소’로 통한다. 이곳은 9개의 수면실과 라운지를 갖추고 있었다. 안마의자와 소음 차단 헤드셋 등 휴식을 돕는 장치도 마련돼 있었다. 이곳 관계자는 “이용객 대부분이 인근 직장인”이라며 “점심시간이면 수면실은 거의 만실이고, 방이 다 차면 라운지에서 쉬다 가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이 무인 수면 시설은 오피스가 수요를 겨냥한 독립 예약형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4개 지점을 두고 있었고, 이날 방문한 강남점은 3개의 독립실로 구성돼 있었다. 각 방에는 2개의 안마의자가 있었으며 수면 안대, 담요 등 휴식을 돕는 비품도 비치돼 있었다. 쓰레기나 담요 등을 방치하고 퇴실할 경우 청소 위약금을 최대 50만 원까지 청구할 수 있다는 안내문도 방 안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직접 안마의자에 누워보니 비교적 푹신해 몸을 눕혀 쉬기에 무리가 없었다.

직장 안으로 수면 공간이 들어온 사례도 있었다. 강남구 역삼동의 한 유학원은 직원과 유학원 고객을 위한 전용 수면 공간을 운영하고 있었다. 오피스 상권에서 시작된 낮잠 수요가 이제는 직장 내부로도 번지고 있다는 뜻이다.

직장인들이 수면 카페를 찾는 이유로 만성적인 수면 부족이 꼽힌다. 한국인은 평균 수면 시간이 짧은 편으로 꼽힌다. 실제로 슬립테크 기업 에이슬립의 ‘2026 대한민국 수면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인의 총 수면 시간은 5시간 25분으로, 적정 수면 시간 7~9시간에 크게 못 미쳤다. 충분히 자지 못한 채 출근하고, 긴 출퇴근과 야근까지 겹치면서 점심시간만이라도 잠으로 버티려는 수요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장인들이 회사 밖 수면 공간을 찾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강남역 인근 직장인 A씨는 “입사한 지 얼마 안 돼 잘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커 잠을 잘 못 잔다”며 “점심시간에라도 잠깐 쉴 수 있는 곳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여의도에서 만난 직장인 B씨는 “출퇴근 거리가 먼 데다 야근도 잦아 점심시간에는 식사보다 낮잠을 택하게 된다”며 “회사에서 자는 건 아무래도 눈치가 보여 밖으로 나오게 된다”고 했다.
‘밥 대신 잠’이라는 선택은 직장인의 생활 구조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식사를 거르거나 간단히 때운 뒤 잠깐 눈을 붙이는 방식으로 점심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통계청의 2024년 생활시간조사에서도 최근 5년 사이 수면 시간은 줄고, 평일 점심 식사를 하는 비율도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점심시간은 더 이상 느긋한 식사의 시간이 아니라 오후 업무를 버티기 위한 회복의 시간으로 바뀌고 있다.
정원혁 인턴기자(writer@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