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은 외국, 실소유는 이란”···봉쇄된 호르무즈, 사실상 이란 선박만 통과

미국과 이란의 휴전 사흘째에도 호르무즈 해협은 열리지 않고 있다. 극소수의 선박만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사실상 이란 소유 선박으로 드러났다.
BBC가 해상 데이터 업체 마린트래픽 선박 추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이란 간 휴전이 시작된 지난 7일(현지시간)부터 9일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11척에 불과했다. 이는 전쟁 발발 이전 하루 평균 138척에 이르렀던 선박 통행량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9일 가봉, 팔라우 깃발을 단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며 이란 국적이 아닌 유조선이 지나간 사례로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선박 추적 업체 케이플러는 유조선 두 척이 이란과 연계된 제재 대상 단체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선적만 외국에 있을 뿐 사실상 이란 선박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이란은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보츠나와 국적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지정한 항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가려다 10일 새벽 갑자기 방향을 바꿔 회항했다고 보도했다.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ADNOC)의 최고경영자 술탄 아메드 알자베르는 “호르무즈 해협은 열려 있지 않다. 접근은 제한되고 조건이 붙고 통제되고 있다”며 “그것은 항행의 자유가 아니라 강압”이라고 비판했다. 알자베르는 230척의 선박이 석유를 가득 싣고 출항 준비를 마친 채 대기 중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이 중요한 수로의 무기화는 용납될 수 없다. 이는 세계에 위험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며 세계 무역의 기반이 되는 항행의 자유 원칙과 세계 경제 안정을 훼손할 것”이라고 밝혔다.
BBC는 호르무즈 해협 근처 선박들이 ‘무허가 통과를 시도할 경우 공격받을 수 있다’는 이란의 경고 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해운시장 분석업체 베스푸치 마리타임 라스 옌센은 “대다수 해운선사가 통행을 위해 무엇이 실제로 필요한지 구체적 정보와 확답을 원하지만 그런 게 없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으로 이란과 미국의 휴전이 흔들리고 있는 점도 선사들을 불안하게 만들어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 기뢰 설치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위험 부담을 높이고 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4100857001
https://www.khan.co.kr/article/202604100721001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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