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I, 치매 치료 마지노선…‘뇌 영양제’ 급여축소 안돼”

최은지 2026. 4. 1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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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욱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교수
치매 사회적 비용 급증…MCI 관리가 관건
‘콜린 제제’ MCI 조기치료 가능 약제 불구
RCT평가 의존…엄격한 사용규제 벽 막혀
“처방권 강화 등 정밀 관리 체계가 바람직”

“경도인지장애(MCI)는 치매라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기 전 마지막 보루입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국가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20년 넘게 뇌 질환 현장을 지켜온 조광욱 신경외과 교수(51·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헤럴드경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콜린알포세레이트(이하 콜린)’ 제제의 임상 재평가와 급여 축소에 대해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난달 31일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조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 교수는 단순히 약효 유무를 넘어, 국가적 치매 관리 시스템의 공백을 우려했다.

‘치매 100만’ 시대, 106조원대 사회적 비용 예고= 우리나라는 2045년 고령 인구 비율이 40%에 육박하는 등 OECD 국가 중 고령화가 가장 빠르다. 국내 치매 환자는 2023년 약 100만명에서 2050년 226만명으로 증가하고, 이에 따른 국가 전체 비용은 10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경도인지장애(MCI)는 알츠하이머로 이행되기 직전 단계를 의미한다. 환자가 6~10년 내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 시기 관리가 국가 재정 부담을 결정짓는 관건이다. 의학계는 인지 능력이 정상 범위에서 2 표준편차(SD) 이상 벗어나면 ‘치매’, 0.5~1 표준편차 저하된 상태를 ‘경도인지장애’로 진단한다.

조 교수는 “말기 치매는 치료약이 없기에, 조기에 진단해 진행을 늦추는 것이 임상적 포커스”라고 설명했다. 이 시기에 가장 흔히 처방되는 약물은 ‘콜린’ 제제다.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뇌 대사 기능 개선제’로, 현장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뇌 영양제’라고도 부른다. 조 교수는 “MCI 단계에서 쓸 수 있는 약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콜린 제제는 의사들이 효과를 확인해 온 몇 안 되는 무기”라고 덧붙였다.

임상 재평가 논란…“단기 RCT만으로는 특수성 반영 못 해”= 정부는 콜린 제제에 대해 ‘효과 입증’을 이유로 임상 재평가를 추진 중이나, 의료계는 단일 무작위 대조 임상(RCT)에만 의존하는 방식에 우려를 표한다. 치매는 수년에 걸쳐 진행되는 질환임에도 대부분의 임상시험은 장기 관찰이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10년 가까운 추적이 필요한데, 환자가 나빠질 것을 알면서도 대조군 설정을 위해 약을 주지 않는 것은 윤리적 딜레마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대신 실제 진료 현장을 반영하는 리얼월드데이터(RWD)와 장기 코호트 연구를 종합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조 교수는 “해외 연구에 의구심이 있다면 공공 빅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의료진이 분석한 독립적인 연구 결과들을 정책의 근거로 적극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급여 축소에 따른 환자 제도권 이탈과 ‘진단명 왜곡’ 우려= 조 교수는 현재 급여의 척도가 되는 간이 인지 기능 검사(MMSE) 등이 초기 MCI 환자의 미세한 저하를 모두 담아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짚었다. 환자는 분명 일상에서 불편함을 느끼지만, 단순 스크리닝 검사로는 정상 범위에 가깝게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급여 축소에 따른 환자 이탈도 심각하다. 니세르골린이나 은행엽 제제 등은 성격이 달라 콜린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 특히 MCI 단계에서 본인부담률이 최대 80%까지 치솟는 현실은 연금으로 생활하는 노인들에게 큰 부담이다.

늘어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환자를 보는 의료진이 느끼는 압박감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환자가 약을 중단해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진단명을 ‘초기 치매’로 상향 조정해 처방하는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이 누적된다면 실제보다 치매 환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통계적 왜곡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조기 발견하라면서 약은 퇴출…의료 현장 혼란 가중= 의료 현장에서는 국가 정책이 ‘조기 발견’은 장려하면서 정작 ‘조기 치료’ 수단은 박탈하는 모순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조기 진단 체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사용할 수 있는 약제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급여권 밖으로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보건소 등에서 MCI 판정을 받고 온 환자들에게 ‘약이 없다’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치료 가능성이 있는 약제들을 없애버리면 환자들은 비약물적 요법에만 의지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재정 절감을 이유로 치료 기회를 차단하기보다 최소한의 무기를 남겨달라고 호소했다.

“처방권 강화 등 정밀 관리 체계 마련 절실”= 조 교수는 일률적인 퇴출이 아닌, 정밀한 관리 체계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국가 재정을 책임지는 정책 당국의 고충을 현장의 의료진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다만 초고령사회라는 거대한 도전 앞에 재정 건전성과 환자의 치료 권리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전문의 중심의 정밀한 관리 체계를 통해 불필요한 처방은 스스로 자제하되, 약값 상승으로 인해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어르신들이 생기지 않도록 정책적인 배려를 부탁드린다”며 “국민의 건강한 노후를 위해 심평원과 의료계가 진정한 파트너로서 함께 고민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의정부=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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