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채, 4월부터 세계국채지수 편입] WGBI 편입 첫발 뗀 한국 국채… 삼중고 채권시장 버팀목 될까
4월 1일부터 한국 국채가 세계 3대 채권 지수 중 하나인 세계국채지수(WGBI)에 단계적으로 편입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편입으로 약 70조∼90조원 규모의 자금이 한국 국채 시장에 유입되면, 환율과 금리 안정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4월 1일부터 한국 국채가 세계 3대 채권 지수 중 하나인 세계국채지수(WGBI·World Government Bond Index)에 단계적으로 편입됐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에 짓눌린 국내 금융시장에 이번 편입이 가뭄의 단비가 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WGBI는 영국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의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산출하는 글로벌 국채 지수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 국채가 포함돼 있어 ‘국채판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로 불린다. 이 지수는 전 세계 연기금 및 국부 펀드 등 거대 기관투자자가 벤치마크로 삼는 지표다. 추종 자금 규모만 약 2조5000억달러(약 3400조원)에 달한다. 한국은 2022년 9월 관찰 대상국에 이름을 올린 후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IRC) 폐지, 외환시장 개장 시간 연장, 국제예탁결제기구(ICSD) 국채 통합 계좌 개설 등 시장 접근성 요건을 충족한 끝에 편입에 성공했다.
관계 부처에 따르면, 한국 국채는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간 매월 0.26%포인트씩 순차 편입돼 최종적으로 2.08%의 비중을 완성하게 된다. 이를 고려하면 70조~90조원 규모의 외국인 자금이 국내 채권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매달 약 3조~4조원가량의 자금이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셈이다. FTSE 러셀은 2월 기준 원화 표시 고정금리 국고채 65개 종목이 편입 대상이 될 것으로 봤다.
국내 채권시장은 3월 내내 거센 변동성에 시달렸다. 이란 전쟁 장기화로 국제 유가가 뛰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데다 국채 공급 부담까지 겹친 탓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월 23일 연 3.617%까지 올라 연중 최고치를 찍었고, 3월 31일에도 3.552%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같은 날 원·달러 환율은 1530.1원까지 올라 2009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작된 WGBI 편입은 채권시장과 외환시장 모두의 분위기를 바꿔놓을 변수로 꼽힌다.
편입 첫날부터 금리·환율 동반 하락세
편입 효과는 첫날부터 포착됐다. 4월 1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는 전 구간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8.2bp(1bp=0.01%포인트) 내린 연 3.370%에 마감했고, 10년물 금리도 19.0bp 하락한 3.689%로 거래를 마쳤다. 2년물과 5년물 역시 각각 15.5bp, 21.0bp내렸다. 시장에선 외국인 자금 유입 기대와 함께 장기물 매수세가 확인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덩달아 환율도 내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8.8원 내린 1501.3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7거래일 만의 하락 전환이자, 지난해 12월 말 이후 최대 낙폭이다. 물론 이날 환율 하락은 WGBI 편입 기대감만으로 설명하긴 어렵다. 전날 미국과 이란이 종전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위험 선호 심리를 되살렸고, 정부의 국고채 바이백도 시장 안정에 힘을 보탰다.
외국인 수급도 눈에 띄었다. 관계 부처에 따르면, 외국인은 3월 30일부터 4월 1일까지 사흘간 국고채 4조4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3월 외국인의 국고채 순매수 규모가 9조4891억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사흘 동안 전달 유입액 절반에 가까운 자금이 시장에 유입됐다. 3월 31일 순매수액(2조7730억원)은 2025년 9월 30일(2조7995억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환 당국은 이 중 상당액을 WGBI 추종 자금으로 보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번 주 자금 유입이 확인됐다”며 “이란 전쟁으로 변동성이 커진 우리 외환·금융시장의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WGBI 편입 개시에 맞춰 국고채 5조원 규모의 긴급 바이백을 실시하고,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이 참여하는 상시 점검반을 가동하고 있다.

낙관론 속 신중론도… 거시 환경이 변수
WGBI 편입은 단순한 자금 유입을 넘어 한국 국채 시장의 ‘질적 도약’을 의미한다. 한국 국채 시장이 사실상 선진국 국채 시장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엔 편입 효과가 금리 방향성을 완전히 바꾸기엔 한계가 있다는 신중론도 있다.
김찬희·고다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 추종 자금 유입 자체로 금리 방향성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겠지만, 2~3분기 중 20~30bp의 금리 안정 효과는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WGBI 추종 자금 유입이 예상되는 상황과 첨단채(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 등 상위 등급 공급 증가에도 수요가 받쳐줄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대외 이슈가 지속하는 한 크레디트 채권을 적극 매수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이슈가 해소되는 시점에 강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과거 사례도 엇갈렸다. 2022년 11월 WGBI에 편입된 뉴질랜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따른 공급망 충격과 금리 인상 국면에서 실제 유입액이 예상치 3분의 1 수준인 13억달러(약 1조9600억원)에 그쳤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금리 완화 기조에 접어든 2020년 4월 WGBI에 편입된 이스라엘은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124억달러(약 18조7400억원)가 유입되며 금리 안정에 성공했다. 이는 WGBI 편입 효과가 편입 자체보다 당시의 글로벌 거시 환경에 크게 좌우된다는 걸 의미한다. 한국 역시 중동 변수와 유가 흐름, 미국 금리 방향이 안정되지 않으면 편입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Plus Point
‘K-국채’ 편입에 꿈틀대는 일본 자금

유입된 투자금 중 상당액은 일본 공적연금(GPIF)을 비롯한 일본계 자금으로 추정된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글로벌 채권시장이 움츠러든 상황에서 일본발 ‘엔화 자금’이 구원투수로 등판하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은 3월 31일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투자자가 4월 편입을 앞두고 한국 국채 관련 거래를 시작했다”며 “특히 환헤지를 하지 않은 상태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단순한 금리 매력만을 보고 접근한 것이 아니라, 원화 자산에 대한 신뢰가 함께 반영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일본계 자금은 WGBI 추종 자금의 약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국채 시장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0.3%에 불과했던 점을 볼 때, 이는 단순 금리 매력을 넘어 한국 자산에 대한 신뢰가 반영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일본 자금이 실제 유입 데이터로 확인될 경우, WGBI 효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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