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여진의 마켓잠망경 <70>] 펀드 위탁 운용사 수수료 협상, 답은 회수 구조에 있다


일년지계재어춘(一年之計在於春)이라 했다. 한 해의 계획은 봄에 달려있다는 뜻이다. 투자시장도 마찬가지다. 한 해 농사의 절반이 봄에 결판이 나듯 연휴 없이, 정책 변동성 없이, 예산 제한 없이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상반기 투자 대부분이 봄에 집행되어야 연간 운용에도 여유가 생긴다. 그래서 지금이 투자하기 가장 좋은 시즌이다. 딜이 오가고, 미팅이 잡히고, 검토가 시작된다.
물론 시장 여건은 녹록지 않다. 전쟁이 길어지고, 환율은 요동치고, 금리는 예상보다 오래 높은 자리에 머물렀다. 씨를 뿌려야 하는데 땅이 얼어있는 느낌이다. 그래도 투자는 해야 한다. 봄은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이럴 때 투자자가 가장 먼저 손대는 것이 있다. 펀드를 운용하는 GP(General Partner· 위탁 운용사)의 수수료다. 시장 전망이 불확실하고 수익 가시성이 낮아질수록, 그나마 확실하게 줄일 수 있는 항목이 수수료이기 때문이다. 일단 깎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하기 쉽다. GP의 수수료를 잘 깎는 방법을 알아보자.
펀드의 관리 보수 몇 퍼센트, 성과 보수 몇 퍼센트, 허들레이트(기준 수익률)는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지 봐야 한다. 비용은 낮을수록 조건은 유리할수록 좋다. 연기금과 공제회 같은 기관투자자부터 개인 LP(Limited Partner·위탁 투자자)까지 돈을 맡기는 LP는 모두 GP의 수수료를 조금이라도 깎고 싶어 한다. 관리 보수를 0.2%포인트라도 낮추고, 성과 보수 기준선인 허들을 조금 더 유리하게 조정하려는 협상은 그래서 늘 치열하다. 하지만 수수료를 제대로 깎고 싶다면,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이 있다. 수수료를 왜 주는지, 그 기준부터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산을 팔 수 있는가
우선 GP가 하는 일부터 짚어보자. 대부분의 투자 설명서(IM)는 딜 소싱, 투자 집행, 사후 관리 등 이 세 가지를 GP 보수의 근거로 제시한다. 그리고 많은 LP가 이 논리를 큰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GP가 이러한 일을 한다고 해서, 한번 들어간 LP의 돈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 GP가 딜을 많이 발굴한다고 현금이 생기지 않는다. IM을 멋지게 만들고, 집행 실무를 꼼꼼하게 챙긴다고 수익이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사후 관리를 성실하게 한다고 회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기업 가치가 두 배,세 배 뛰어도 그 수치가 바로 LP의 통장에 찍히는 건 아니다. 미실현 수익은 어디까지나 수치일 뿐이다. LP에게 실제 수익이 발생하는 순간은 단 하나, 바로 ‘회수(exit)’다. 누군가 그 투자자산을 사줘야 투자는 비로소 수익이 된다.
이 관점에서 보면 GP의 역할 정의도 달라져야 한다. GP의 역할은 딜을 잘 찾는 사람도, 펀드레이징을 잘하는 사람도 아니다. 딜 소싱이든 사후 관리든 결국 최종 수익률에 이르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투자의 성공 보수는 과정에서 지급되는 게 아니라 수익률이 찍히는 마지막 단계에 지급된다. 그렇다면 LP가 GP에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도 하나로 귀결된다. “이 GP는 투자자산을 정말 팔 수 있는가.”
실제로 GP에 이 질문을 던져보면 돌아오는 답변은 놀랄 만큼 비슷하다. “상장도 검토하고 있고, 전략적 투자자(SI)와 협업 가능성도 열려 있다. 시장 상황을 보면서 최적의 회수 전략을 찾겠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이러한 회수 전략은 대개 전략이 아니라 희망 사항이다.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에는 이런 기대가 통할 수 있다. 자산은 어딘가로 흘러가고, 회수는 투자 실력처럼 보인다.
문제는 시장이 멈출 때다. 같은 자산을 들고 있어도 누군가는 팔고 누군가는 못 판다. 이를 전부 시장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투자 시점부터 회수 경로를 구조에 넣어 설계한 사람과 나중에 상황을 보면서 방법을 찾겠다는 사람은 천양지차다.
회수 구조부터 확인하자
그래서 흔히 쓰는 ‘회수 전략’이라는 표현보다 ‘회수 구조’라는 말이 더 정확하다. 전략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시장이 좋으면 상장하고, 여의치 않으면 세컨더리 펀드에 매각하고, 그것도 안 되면 SI를 찾아 인수합병(M&A)을 추진하겠다는 식의 뜬구름 잡는 회수 전략이야말로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만 기다리는 천수답식 투자와 다르지 않다. 회수는 투자 이후가 아니라 투자 이전에 이미 설계돼 있어야 한다. 누가 살 것인지, 어떤 조건에서 살 수밖에 없는지, 그 경로가 처음부터 반듯하게 도면처럼 그려져 있어야 한다. 비가 오든 안 오든 물을 댈 수 있는 수로를 미리 파두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회수 구조가 제대로 짜여 있는지는 무엇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회수가 가장 까다롭다고 여겨지는 비상장 주식을 예로 들어보자.
첫째, 투자하기 전에 향후 투자 기업을 인수할 상대방을 특정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전략적 투자자 탐색’ 같은 애매한 표현이 아니라 회수 시점이 도래했을 때 잠재적 매수자가 누구인지, 어떤 의무와 권리가 있는지 등이 사전에 조율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 인수자가 특정되지 않은 회수 시나리오는 끝까지 미완성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회수가 가능한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전략적 투자자는 타깃 시장이 필요할 때 움직이고, 재무적 투자자는 수익 구조가 맞을 때 움직인다. 회수 조건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충족되는지를 투자 전에 역산할 수 있어야 한다. 막연하게 시장이 좋아질 때만 작동하는 조건이라면 그것은 회수 구조가 아니다.
셋째, GP가 투자 기업을 키울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사후 관리의 목표는 그저 ‘좋은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특정 매수자에게 매력적인 자산으로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는 비슷해 보이지만 투자 기업의 경영에 개입하는 방법은 전혀 다를 것이다.
결국 회수 구조란 아래의 세 가지가 투자 전에 미리 설계돼 있다는 뜻이다. 누가 살 것인지, 왜 살 수밖에 없는지, 그 조건을 우리가 만들 수 있는지. 이 질문에 답이 없는 채로 집행되는 투자는 반쪽짜리 투자다.
회수 구조야말로 수익률을 보장한다
다시 수수료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LP가 관리 보수 2%를 1.8%로 낮추고, 성과 보수 20%를 15%로 조정하는 일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그러나 수수료는 비용의 크기를 결정할 뿐, 회수에 실패하면 투자금 전체를 날리게 된다. 회수를 못 하는 GP의 수수료는 1%라도 비싸고, 회수 구조를 확실히 갖춘 GP의 수수료는 2%여도 비싸지 않다. 즉 수수료는 단순 비용이 아니라 투자 구조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많은 LP는 여전히 0.2%포인트를 두고 집요하게 협상하면서, 정작 가장 비싼 리스크는 제대로 묻지 않는다. ‘이건 어떻게 팔 겁니까.’ 이 질문 앞에서 대답이 흐려진다면, 수수료가 아무리 낮아도 그 펀드는 리스크 비용이 많이 든 투자다. 반대로 회수 구조가 분명한 투자는 수수료 논쟁 자체를 무의미하게 한다. 처음부터 누가 살지, 왜 살 수밖에 없는지를 그려놓고 들어간 투자는 시장이 흔들려도 수익률이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투자만이 진짜 텐배거(ten bag-ger·10배 수익률을 낸 종목이나 투자)에 가까워진다. 텐배거는 운이 좋은 투자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회수 구조까지 확실한 투자에서 나온다.
투자에 들어가기 전에 나오는 경로를 그려놓은 GP, 누가 살 것인지와 왜 살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GP, LP에게 수수료를 깎아주겠다는 말보다 (투자자산을) 어떻게 팔겠다는 구체적인 답을 먼저 내놓는 GP. 이런 GP에 LP는 수수료를 협상할 필요가 없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팔 수 있는가. 그 구조를 먼저 만들어 놓았는가. 이런 투자가 바로 텐배거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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