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학수 골프 오디세이 <268> 영웅의 멈추지 않는 파멸의 질주] 우즈는 왜 운전대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가

민학수 스포츠전문 칼럼니스트 2026. 4. 1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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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가 3월 27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틴 카운티주피터 아일랜드 인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후 전복된 차량 옆에 서 있다. /사진 AP연합
민학수 스포츠전문 칼럼니스트 - 민학수의 올댓골프 대표, ‘골프룰 도대체 왜이래’ ‘골프를 찾아서’ 저자

타이거 우즈(50)의 차량 전복 기사를 전하는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닷컴의 마이클 밤베거 전문기자가 쓴 기사의 도입부를 읽으며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밤베거는 우즈의 최측근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통하는 불문율을 소개했다. “타이거 우즈와 자선사업이나 코스 설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미래, 혹은 그의 골프 업적에 관해 진지하고 중요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무조건 아침 일찍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평소 잠이 없고 일찍 일어나는 우즈는 아침에는 온전하지만, 하루의 시간이 흘러갈수록 점점 연락이 닿지 않고 예측할 수 없는 상태로 변해간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현재 우즈가 처한 위태로운 일상을 압축적으로 전달한다. 밤베거는 수십 년간 골프 관련 기사를 작성하며 ‘타이거 우즈의 두 번째 삶’을 비롯해 다양한 골프 관련 서적을 집필한 권위 있는 전문가다. 3월 27일 (이하 현지시각) 금요일 오후 2시, 우즈의 통제력이 흐릿해지기 시작할 무렵 그는 또다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교통사고를 냈다.

1│오후 2시의 충돌, 그는 어떤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나

사고는 플로리다주 주피터 아일랜드에 있는 우즈의 자택 근처, 속도 제한이 30마일(약 48㎞)에 불과한 좁은 왕복 2차선 도로에서 발생했다. 우즈는 자신의 레인지로버 SUV를 몰고 빠른 속도로 달리다, 앞서가던 압력 세척기 트레일러트럭을 무리하게 추월하려 했다. 결국 트레일러트럭 뒷부분을 들이받은 우즈의 차량은 충격으로 90도 전복되어 운전석 문이 바닥에 갈리며 미끄러졌다. 반대편에서 오는 차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뒤집힌 차량 조수석 문을 통해 스스로 기어 나온 우즈는 신체적 외상은 없었지만, 구조대와 경찰이 보기에 그의 상태는 결코 정상적이지 않았다. 우즈는 극도로 무기력하고 몽롱한 심신 미약 상태를 보였다. 즉각 실시된 호흡 측정기 검사에서 혈중알코올농도는 0.00이 나왔지만, 경찰은 그가 알코올이 아닌 처방 약물이나 마약에 취해 있다고 판단하고 현장에서 그를 체포했다. 유치장으로 이송된 우즈는 범죄 수사의 핵심인 소변검사를 끝내 거부했다.

2│고통을 마비시켜야만 하는 영웅의 이면

이번 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한 PGA투어 선수와 나누었던 이야기 하나가 떠올랐다. 2017년 5월, 우즈가 플로리다주 주피터의 4차선 도로 한가운데서 차를 제대로 세우지 못한 채 시동을 걸어두고 운전대에서 잠들었다가 체포되었을 당시의 일이다. 당시 경찰 조사 결과 우즈의 체내에서는 바이코딘, 딜라우디드, 자낙스, 앰비언, 대마초 성분 등 무려 다섯 가지의 처방 약물이 검출되었다.

그 뉴스가 보도된 직후, 평소 알고 지내던 한 PGA투어 선수와 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는 “부상의 고통에 시달리는 적지 않은 PGA투어 프로 선수가 만성적인 통증을 잊기 위해 투어에 만연한 바이코딘 같은 마약성 진통제를 몇 알 삼키고 위스키를 함께 들이켠 뒤에야 겨우 고통을 잊고 잠에 든다”고 전했다. 우즈는 지난 수십 년간 숱하게 수술대에 올랐고, 재활에 매달렸다. 만성적인 척추와 다리 통증을 견디기 위해 여러 약물에 깊이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3│그는 왜 운전기사를 쓰지 않는가

억만장자이자 약물 의존도가 높은 우즈가 도대체 왜 전담 운전기사를 고용하지 않고 직접 운전대를 잡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우즈의 깊은 심리적 통제 강박에서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즈는 본능적으로 타인에게 자기 주도권을 맡기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통제 성향이 강한 사람이다.

수십 년 동안 수백 번의 토너먼트를 치르면서도 경기장을 오갈 때 거의 항상 자신이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그가 조수석이나 뒷좌석에 수동적으로 앉아 있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다. 유명 인사로서 겪어야 하는 지독한 사생활 노출에 대한 두려움과 고립감이 타인과 좁은 차 안의 공간을 공유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자신은 물론 타인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4│멈추지 않는 운전대 잔혹사

이번 전복 사고는 우즈의 50년 인생에서 언론에 보도된 네 번째 대형 자동차 사고이자, 두 번째 약물 운전(DUI) 체포다.

2009년 추수감사절: 완벽했던 이미지가 산산조각 난 첫 사건이다. 자택 밖에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를 몰다 소화전과 나무를 들이받고 기절했다. 사고 직후 수많은 불륜 사실이 폭로되면서 그의 제국은 철저히 붕괴했다.

2017년 주피터 체포: 앞서 언급한 도로 한가운데서 약물에 취해 잠들었던 사건이다.

2021년 LA 전복 사고: 캘리포니아주 외곽의 좁은 도로에서 제한속도 시속 45마일(약 72㎞) 구간을 무려 80마일(약 129㎞) 이상으로 질주하다 협곡으로 굴러떨어졌다. 우즈의 다리뼈가 산산조각 난 치명적인 사고였으나, 당시 경찰은 혈액검사조차 하지 않았고 기소도 면제해 주었다.

5│어떤 처벌을 받을까

이번 체포로 인해 우즈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심각한 법적 위기에 직면했다. 그는 재물 손괴를 동반한 DUI 및 합법적 테스트 제출 거부 혐의로 입건되었다. 2017년 첫 체포 당시, 우즈는 초범이라는 이유로 ‘전환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아 보호관찰과 가벼운 벌금만 내고 풀려났다. 하지만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단언한다.

“검사와 판사는 두 번째로 같은 범죄를 저지른 우즈에게 과거 같은 혜택을 주지 않고 훨씬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이라는 지적이다. 우즈가 소변검사를 거부해 약물 복용의 화학적 증거는 없지만, 검사 거부 자체만으로도 플로리다주 법상 최대 1년의 면허 정지와 최대 약 11개월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검찰은 경찰의 보디캠 영상을 통해 우즈가 비틀거리며 방향감각을 상실한 모습을 배심원에게 보여줌으로써 유죄를 끌어낼 수 있다. 과거에는 그의 약물 의존을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으나, 거듭된 사고로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앗아갈 뻔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의 잣대는 ‘처벌’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의 의견이다.

타이거 우즈(오른쪽)가 교통사고 한 달쯤 전인 2월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CC에서 열린 PGA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시상식에서 우승자인 제이콥 브리지먼에게 우승 트로피를 전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AFP연합

6│우즈의 미래는

50세가 된 우즈는 이번 사고와 체포로 인해 당장 4월에 열리는 마스터스 토너먼트 출전이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2024년 디 오픈 이후 정규 투어 대회에 나서지 못한 그는 최근 스크린 골프인 TGL 마지막 경기에 잠시 모습을 드러낸 정도다. 우즈는 현재 PGA투어 정책위원회 이사, 미래 경기 위원회 의장 그리고 상업 법인인 PGA투어엔터프라이즈 부의장직을 겸임하며 투어의 미래를 빚어내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우즈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당장 이런 자리가 박탈되는 극단적인 조처가 내려질 가능성은 작다. 그러나 도덕성과 고도의 판단력이 요구되는 리더십 자리에 약물 문제로 통제력을 잃고 반복적으로 체포되는 인물이 앉아 있는 것이 타당하냐는 회의론은 불가피하다. 수십 년 동안 언론과 팬은 끊임없이 같은 질문을 던져왔다. ‘우즈는 다시 골프를 칠 수 있을까(Can he play?).’ 하지만 이번 사고 이후 질문이 바뀌고 있다. ‘우즈는 과연 괜찮은가(Is he OK?).’ 우즈는 사고 나흘 만인 3월 31일, 잠정 활동 중단을 선언하며 치료와 회복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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