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상징 황제펭귄, 멸종 ‘위기’로 상향…“2073년 개체 수 반토막”

남극의 상징 황제펭귄이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 목록에 올랐다. 서식지인 해빙이 기후변화로 빠르게 녹아내리면서, 2080년대까지 개체 수가 절반으로 감소할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9일(현지시각) 멸종위기 생물종을 나열한 ‘적색목록’(Red List)을 갱신한 결과를 발표했다. 주요 발표 내용을 보면, 황제펭귄(Aptenodytes forsteri)의 멸종위기 등급은 ‘준위협’(NT·Near Threatened)에서 ‘위기’(EN·Endangered)로, 남극물개(Arctocephalus gazella)는 ‘최소관심’(LC·Least Concern)에서 ‘위기’로 상향됐다. 국제자연보전연맹의 적색목록은 생물다양성과 관련해 가장 권위 있는 목록으로, 각 생물종을 멸종위기가 닥친 순서대로 ‘멸종’(EX·Extinct), ‘야생절멸’(EW·Extinct in the Wild), ‘위급’(CR·Critically Endangered), ‘위기’, ‘취약’(VU·Vulnerable), ‘준위협’, ‘최소관심’ 등으로 분류한다.

키 112~115㎝, 몸무게 19~46㎏인 황제펭귄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잘 알려진 펭귄으로, 남극에서만 산다. 얼음 위에서 대규모로 무리를 지어 남극의 혹한을 버티면서 새끼를 키우는 모습이 유명하다. 이들의 삶은 대부분 해빙에 의존한다. 새끼들이 방수 기능이 없는 솜털을 방수 기능이 있는 깃털로 갈아입고 헤엄을 칠 수 있게 되기 전까지의 시기 등이 특히 그렇다. 또 해빙은 펭귄의 먹이가 되는 여러 수생동물들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은 2020년 황제펭귄 54개 무리에서 25만6500마리가량을 확인한 바 있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남극의 해빙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황제펭귄의 개체 수도 급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고서는 위성사진을 관측한 결과 2009~2018년 사이 황제펭귄의 개체 수가 10% 감소했으며, 이는 성체 펭귄 2만마리 이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남극 해빙의 면적은 2014년 1790만㎡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2023년 1470만㎡ 등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이 같은 해빙 소실이 펭귄 개체 수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번 보고서에서 과학자들은 2073년까지 전 세계 황제펭귄의 개체 수가 5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평가에 참여한 펭귄 전문가그룹 위원 필립 트라탄 박사는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는 황제펭귄에게 가장 큰 위협이다. 봄철 해빙이 일찍 녹으면서 이미 남극 주변의 군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해빙의 추가적인 변화(감소)는 번식, 먹이 섭취, 털갈이 서식지에 지속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짚었다.

남극물개는 과거 부드러운 모피를 얻겠다며 인간들이 남획하는 바람에 멸종위기에 몰렸다가, 1972년 사냥 금지 조처 이후 개체 수가 빠르게 회복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후변화 때문에 멸종위기에 다시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은 “남극물개 개체 수는 1999년 218만7천여마리에서 2025년 94만4천여마리로 이미 50% 이상 감소했다”며,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 온도 상승과 해빙 감소로 크릴새우가 더 차가운 물을 찾아 심해로 이동하면서 남극물개의 먹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 짚었다.
또 다른 해양 포유류인 ‘남방코끼리물범’(Mirounga leonina)은 이번에 ‘최소관심’에서 ‘취약’으로 등급이 상향됐다. 국제자연보전연맹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로 개체 수가 줄었다”며 “지구 온도가 오르면서 해양 포유류의 질병 관련 사망률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병원체 노출이 적었던 극지방에서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단독] ‘노동자 고립’ HD현대중 정비 잠수함서 수차례 폭발…구조자 부상
- [속보] 합수본, 전재수 ‘통일교 금품수수’ 무혐의…공소시효 지나
- 민주당 지지율 48% 2주 연속 최고치…국힘은 20% [갤럽]
- “연락처 몰라 사과 못 했다”는 ‘김창민 감독 뇌사’ 폭행 가해자
- [단독] 에어건 ‘장기 손상’ 피해자 “사장, 내가 괴로워하자 만족한 듯 웃어”
- [속보] 한은, 기준금리 연 2.50% 동결…7차례 연속
- ‘박정희 마케팅’ 김부겸 “인혁당 사건 유족에 상처 드려 죄송”
- ‘명픽’ 정원오, 대세론 통했다…중도확장 무기로 서울시장 도전
- 부산 병원서 작업자 약 11분간 ‘방사선 피폭’…원안위 조사 착수
- 오직 ‘중력’에 실려 복귀하는 아르테미스…‘2800도 6분’이 분수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