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전 귀가한 기억 없어”…한계 봉착한 경찰관들

김임수 기자 2026. 4. 1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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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퇴직에 젊은 경찰관 이탈도 계속돼
TF 따른 인력 차출 잦아…“검찰, 주목 사건만 챙겨”
중수청·공소청 신설 앞두고 인력 수급 로드맵 시급

(시사저널=김임수 기자)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전경 ⓒ시사저널 최준필

"최근 한 달간 밤 11시 전에 귀가한 기억이 없다. 지금 고생해 두면 나중에 빛을 본다는 생각도 있지만, 이게 지속가능한 삶인지가 의문인 거다. 젊은 경찰관들 사이에 수사 부서 기피 현상은 생각보다 뿌리 깊다."

국가수사본부에서 부패 수사를 맡은 한 경찰관은 최근 기자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1차 수사기관인 경찰의 인력난과 그로 인한 수사 지연·적체가 만성화됐지만 해법은 안갯속이다. 검찰 개혁 이후 수사 권한 및 사건 총량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만 인력난? 경찰은 '퇴직 쓰나미'

사실 경찰과 검찰 모두 인력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만 검찰 인력난이 조직 해체에 따른 '엑소더스(대탈주)' 성격이 크다면, 경찰은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는 측면이 강하다. 위로는 30년 이상 베테랑 경찰관들의 대규모 퇴임이 예정됐고, 아래에서는 젊은 경찰관들의 조기 퇴직 흐름이 잡히지 않고 있다.

9일 경찰청에 따르면, 2025년 경찰관 총정원은 13만1297명이다. 그러나 지난해 7월 기준, 결원 규모는 3414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112 신고 대응과 순찰·범죄예방 등 시민과 가장 가까이서 활동해야 할 지구대·파출소의 경우 정원 5만410명에서 1500명이상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석열 정부 때 강력범죄 예방 활동을 이유로 만들어진 형사기동대·기동순찰대가 폐지됐음에도 지구대·파출소 인력이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부터는 베이비붐 세대 경찰관들의 대거 퇴직도 예정됐다. 정부는 1989~1992년 범죄와의 전쟁 시기 경찰관을 한시적으로 대거 채용했는데, 이들이 올해부터 2030년에 걸쳐 퇴직하는 상황이다. 이에 맞춰 경찰청은 2026년 채용 규모를 전년 5618명 대비 990명 늘린 6608명으로 확대했다. 다만 신규로 뽑힌 경찰관들이 30년 이상 현장 경험을 쌓은 베테랑을 대체하기는 역부족이라는 게 중론이다.

2030세대 젊은 경찰관들의 조기 퇴사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10년 미만 경력을 가진 경찰 퇴직자 수는 331명으로 2020년(111명) 대비 198% 급증했다. 같은 기간 10년 이상~20년 미만 경찰 퇴직자 수도 2020년 65명에서 지난해 127명으로 95% 늘었다. 젊은 경찰관들의 조직을 떠나는 이유는 과중한 업무 부담 대비 낮은 보수, 수직적인 조직 문화, 워라밸 중시 경향 등 다양한 원인이 지목된다.

이와 함께 태스크포스(TF) 활동에 따른 잦은 차출도 인력 공백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수본은 지난 2월 이재명 대통령의 가덕도 피습 사건을 재수사하는 TF를 꾸렸고, 법왜곡죄 수사를 위한 인력도 대폭 보강했다. 지난 6일에는 이재명 대통령 강력 대응 주문에 따라 가짜뉴스 대응을 위해 4개 시·도경찰청에 사이버 분석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수도권의 한 경찰관은 "캄보디아 사태 때는 피싱범죄 수사 부서로 대거 차출되고, 마약 범죄가 문제가 되면 마약 관련 강력 수사만 파는 식이다. TF에서 성과를 올리면 특진도 가능한데, 마다할 이유도 없지 않느냐"면서 "지역이나 민생 현장 대응에 그만큼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에서 보완수사요구를 빌미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앞서의 경찰관은 "전체 사건에서 검찰이 보완수사하는 경우는 10% 미만일 것"이라면서 "검찰은 보완수사권을 가져야 한다면서 수사할 참고인이 많거나 주목받지 못할 민생 사건은 무조건 돌려보내고, 주목도 있는 사건만 직접 챙기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총경 출신인 강동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역시 "불송치 이의신청 사건에 대해 검사가 직접 수사하는 경우를 실무적으로 거의 보지 못했다"라며 "수사는 경찰이, 법리 검토는 검사가 뛰어날 수밖에 없다. 영미처럼 경찰 수사 과정에서 검사들이 찾아와 법리 검토에 도움을 주는 식으로 장기 미제를 줄여나가는 방법도 있다. 수사-기소를 완벽히 분리한 채 원(ONE)팀으로 협업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10월 중수청·공소청 신설에 따른 인력 수급 로드맵을 마련하지 않으면 국민이 체감하는 치안·사법 서비스 저하는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권선필 목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올해 제도적으로 큰 변화가 예정된 만큼 경찰 조직 안에서의 인력 조정만으로는 문제해결이 어렵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와 총리실 차원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챙길 필요가 있다"라며 "수요 변화 대응에 늦을 경우 부작용은 더 빠르고 크게 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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