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지방 정치는 중앙의 ‘볼모’가 아니다

김재태 편집위원 2026. 4. 1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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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일 후면 치러질 6·3 지방선거와 연관해 특별하게 눈에 띄는 소식 두 가지가 해외에서 전해졌다.

지방의회를 이끌겠다고 나선 후보자들이 지방 행정의 미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윤 어게인' '부정선거'를 연이어 쏟아냈다.

지방 정치를 중앙 정치의 볼모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언론의 지방선거 보도에서도 피할 수 없는 명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만큼은 지방의 이익이 중앙의 이익에 흔들리지 않게, 국정과 지방 행정을 더는 뒤섞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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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김재태 편집위원)

50여 일 후면 치러질 6·3 지방선거와 연관해 특별하게 눈에 띄는 소식 두 가지가 해외에서 전해졌다. 첫 번째는 독일 어느 소도시의 이야기다. 바이에른주 필립스로이트의 시장직을 12년간 수행하다 물러난 64세의 헬무트 크나우스 시장은 순전히 주민들의 뜻으로 다시 시장을 맡게 됐다. '집안을 돌볼 시간을 갖기 위해' 은퇴 선언을 했는데 주민들이 출마도 하지 않은 그에게 투표해 반강제로 현업에 복귀한 것이다. 

두 번째는 얼마 전에 치러진 미국 플로리다 주의회 보궐선거의 결과다. 이 선거에서 열세로 평가받던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지지까지 등에 업은 공화당 후보를 예상을 뒤집고 물리쳐 파란을 일으켰다. 이를 두고 거의 모든 언론 매체가 "트럼프 안방에서 공화당이 충격패를 당했다"며 11월에 있을 중간선거에 대한 영향을 분석하기 바빴으나, 정작 당사자의 승리 소감은 결이 달랐다. 이변의 주인공이 된 에밀리 그레고리는 "상대 후보는 선거에서 트럼프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나는 지역 주민들의 문제에 집중했다"는 말만 담담히 남겼을 뿐이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이 두 사건이 알려주는 메시지는 분명하게 하나로 압축된다. 지방의 선거는 결국 누가 뭐라 하든 현지 주민들이 원하는 쪽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일을 잘하는 인물은 그 실력 덕에 다시 선택을 받고, 일을 잘할 사람은 중앙 정치 흐름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진정성을 무기로 마음을 얻게 된다. 특히, 주야장천 '트럼프'만 외쳤던 후보와 달리 '지역 문제'를 앞세워 승리한 그레고리  당선자는 지역 유권자들이 어떤 인물을 원했는지를 투표 결과로써 선명하게 보여줬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왼쪽부터)·김동연·한준호 경기도지사 경선후보가 1일 서울 양천구 SBS 목동 스튜디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자 2차 TV 합동토론회에 참석해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사례에 비춰볼 때 지금 우리나라 지방선거에서 펼쳐지고 있는 광경은 너무 생경하다. 먼저 민주당의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토론회를 보자. 후보로 나선 이들이 한목소리로 불러낸 이름은 '이재명'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김동연 후보), "이재명 대표를 끝까지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저를 경기도지사 선거까지 이끌었다"(한준호 후보) 같은 발언이 경쟁이라도 하듯 이어졌다. 경기도를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청사진은 뒷전이다. 국민의힘은 또 어떤가. 참신한 인재 발굴을 취지로 내세운 '광역의원 청년 비례대표 후보 대국민 오디션'에서 키워드가 되다시피한 말은 '윤석열'이다. 지방의회를 이끌겠다고 나선 후보자들이 지방 행정의 미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윤 어게인' '부정선거'를 연이어 쏟아냈다. 이는 다수 언론이 평가하는 것처럼 단순한 '줄서기 정치가 만연한 민주당' '윤 어게인과 절연하지 못하는 국민의힘'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그런 이들이 최종 후보로 뽑혀 끝내 지방의회의 한 자리를 차지할 경우 나타날 막장 정치의 전국화가 지역 주민들에게는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중앙 정치의 중심인 국회에서 벌어지는 이념 대결로도 모자라 지방의회까지 소모적 정쟁에 빠져드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모습이다.

지방 정치를 중앙 정치의 볼모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언론의 지방선거 보도에서도 피할 수 없는 명제다. 지지난호 시사저널에도 한 독자위원이 "지방선거 보도를 '권력 다툼'이 아닌 '지방'에 집중해 달라"는 주문을 남겼었다. 그 제언처럼 이제는 지방을 중앙 정치 셈법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국회가 할 일 따로 있고 지방의회가 할 일이 따로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만큼은 지방의 이익이 중앙의 이익에 흔들리지 않게, 국정과 지방 행정을 더는 뒤섞지 말자. 

김재태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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