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사법개혁]① 조희대는 왜 대법관을 제청하지 않나

이범준 전문위원 2026. 4. 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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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사법이 아니라 행정이었다. 게다가 한국 검찰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조직이었기에 없애야 했고, 없앴다. 진정 문제는 사법이다. 한국의 사법은 병들어 있다. 그렇지만 검찰처럼 없앨 수 없다. 사법은 입헌 민주주의를 이루는 핵심이다. 대법관이 증원되고 재판소원이 도입됐지만, 법원행정처 폐지를 비롯해 남은 과제가 많다. 법원은 여전히 저항하고 있다. 이에 사법개혁을 두고 법원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이면을 법학박사인 이범준 전문위원이 분석한다. <편집자 주>

대법관 제청에 대통령과 조율이 필요한가

조희대 대법원장은 현재 공석인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을 제청하지 않고 있다. 전임 노태악 대법관이 지난달 3일 퇴임했으니 두 달 이상 제청하지 않은 셈이다. 보통은 국회 동의와 대통령 임명 기간을 고려, 전임 대법관 퇴임 한 달 전에는 제청한다. 대법원이 처리하는 사건은 1년에 평균 5만 건 정도다. 대법원장을 제외한 대법관은 13명뿐인데 그 가운데 1명을 공석으로 방치하고 있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대통령과 조율이 안 되어서라고만 보도하고 있다. 이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속내와 노림을 들여다보지 못한 것이다.

우선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제청하는 데 대통령과 조율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니다. 대법관 임명 방법을 처음 정한 헌법은 1960년 헌법이다. 제78조에서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법관의 자격이 있는 자로써 조직되는 선거인단이 이를 선거하고 대통령이 확인한다’라고 했다. 1962년 헌법 제99조 제1항도 ‘대통령은 법관추천회의의 제청이 있으면 국회에 동의를 요청하고, 국회의 동의를 얻으면 임명하여야 한다’라고 정했다. 이러한 구성 방식이 급작스레 변경된 것은 1972년 유신헌법에서다. 박정희 대통령은 사법부를 장악할 의도로 대법원장을 직접 임명하고, 대법관 제청권을 대법원장 개인에게 줬다. 특히 대법관은 국회 동의도 필요하지 않았는데, 1987년 바뀐 현행 헌법에서 국회 동의 절차가 포함됐다.

국회가 조희대 대법원장의 제청을 부결한다면

헌법학자인 이황희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대법관 인선은 삼권이 모두 관여하게 되어 있지만, 대통령은 대법원장의 제청권 및 국회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황희 교수는 “현행 헌법을 보면 국무위원 임명에도 국무총리의 제청이 필요하고, 대법관 임명에도 대법원장 제청이 있어야 하지만 두 조항에서 말하는 제청의 의미는 다를 수 있다”라고 했다. 이유는 행정부를 구성하는 국무총리의 제청과 사법부를 구성하는 대법원장의 제청은 연원과 관행이 달라서라고 했다. 국무위원 임명은 행정부 수반인 자신을 보좌할 인력을 구하는 과정이지만, 대법관 임명은 최고 권력자인 자신을 견제하는 기관을 구성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집권당이 다수를 차지한 국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제청한 후보자를 부동의해 임명을 막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헌법이 예정한 삼권분립이 작동한 결과다. 실제로 앞서 2012년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여러 문제가 드러나 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사퇴했다. 대법원장 부동의는 두 차례나 있다.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가, 2023년 이균용 후보자가 국회 임명 동의 투표에서 부결됐다. 이렇게 부결된 사람이 대법관 후보자라면 그 책임은 제청한 대법원장 또는 부결한 국회가 지고, 대법원장 후보자라면 임명 동의를 요청한 대통령 또는 부결한 국회가 지는 것이다. 이것이 정상적인 헌법의 작동 방식인데도, 언론은 조율이 헌법 절차라도 되는 것처럼 호도(糊塗)하고 있다.

국회가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을 통과시키자 대법원은 지난 3월 전국 법원장을 불러 간담회를 열었다. 3법 내용은 법왜곡죄,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인데, 법원장들은 대법관 증원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별다른 반대가 없었다. 자신들이 수혜자가 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조희대 대법원장과 선을 긋는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출처:연합)

제청 지연은 자신의 궁박함 감추려는 자구책

조희대 대법원장이 신임 대법관을 제청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짐작된다.

첫째, 국회가 자신이 제청한 대법관을 부결했을 때, 그 비난이 국회가 아닌 자신에게 올 가능성을 두려워해서다. 요즘 조희대 대법원장 주변에는 판사들이 별로 없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선을 긋는 판사들이 늘고 있다. 국회가 대법관 정원을 두 배 늘리는 법원조직법을 통과시킨 이후부터다. 차기 대법원장 체제에서 대법관을 노리는 판사들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재명 후보자 재판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을 바꾸고 있다. 자신은 조희대 대법원장과 가깝지 않다고 청와대에 전해달라는 듯 여기저기 말을 흘리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이 실패했을 때 가장 먼저 비난할 사람이 이들인데,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조희대의 심복을 자처하던 사람들이다.

둘째, 법원행정처장 임명이라는 부담에서 일단 벗어나려는 것이다. 법원조직법에 따라 대법관은 대법원장을 제외하고 13명이다. 12명이 재판을 하고 1명이 법원행정처장을 한다. 지금 공석은 행정처장 자리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왜냐하면 퇴임하는 대법관은 사건을 처리하다가 나가기 때문에 과거 모든 공석은 재판부에서 생겼다. 그런데 박영재 대법관이 행정처장을 그만두고 재판부에 복귀했다. 사법개혁 입법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그는 불법 재판이라 비난받은 대법원의 이재명 선거법 사건의 주심이다. 애초 조희대 대법원장이 그를 행정처장에 앉힌 것도 의아하지만, 행정처장이 자기 마음대로 재판부로 복귀하는 것도 쉽게 이해되는 일은 아니다. 이후 법원행정처장을 맡겠다고 나서는 대법관이 없다. 퇴임을 앞둔 이흥구 오경미 재판관을 제외하면, 나머지 대법관 모두 이재명 재판에서 초고속 유죄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결국 조희대 대법원장은 공석을 핑계로 행정처장을 임명하지 못하는 상황을 감출 수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식물 상태이다. 외부에서도 내부에도 지지하거나 위로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대법관 제청 지연은 자신의 궁박한 처지를 감추려는 자구책이다. 그러나 이는 헌법이 정한 헌법기관 구성 책임을 저버리는 위헌적인 행위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일에 대해, 헌법재판관 재판관 8명 가운데 5명이 탄핵소추 사유라고 했다. 다만 파면에 이를 정도가 아니라고 했을 뿐이다. 결국 조희대 대법원장은 오늘도 헌법을 위반하고 있고, 탄핵소추 사유를 쌓고 있는 셈이다. 대법관 임명에 관해 규정한 헌법 제104조 위반과 공무원의 성실의무를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제56조 위반이다.

뉴스타파 이범준 전문위원 seirots@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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